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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죽음 악플 때문만은 아니다!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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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06일 10시 34분 32초
 

최진실 죽음 악플 때문만은 아니다!

- 최진실법 제정은 최진실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 악플이 아니라 천박한 한국자본주의사회의 병리 현상


인기 연예인 최진실씨의 자살사건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플이 원인이라면서 정부 여당은 악플 추방 위해 최진실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취임하자마자 터진 광우병 소고기 협상을 둘러싼 촛불투쟁이 사이버 공간을 통한 괴담 때문이라고 주장해 온 정부 여당이 이번을 기회로 아예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는 악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악플을 이유로 악법을 만들어 권력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진실씨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 사이버 모욕죄.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다시는 촛불투쟁과 같이 권력을 흔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은 정보를 제공하는 도서관이자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토론의 광장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성립하는 새로운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유용한 정보와 다양한 토론이 넘쳐나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정적 요소도 동시에 존재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거나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부정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아예 광장을 폐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무모하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여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은 바로 21세기 디지털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권이 마음대로 사이버공간에 들어와 자신들이 주관적으로 악플이라는 판단이 들면 무조건 폐쇄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유죄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전체주의적 발상인가? 매우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악플이라 규정하는 것은 통신에 대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선전초고다. 현재 형법으로도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 무고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최진실씨 사망을 빌미로 촛불집회에 대한 보복성 법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유치한 발상이다. 최진실씨 사망사건을 단지 악플 하나만을 그 이유로 보아서는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을 기록하는 우리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인기 연예인의 자살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사회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말해 준다. 한국자본주의가 이제 더 이상 화려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이 빨간 신호등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이 상품화한다. 미래에 소용될 것조차 현재에 판매하는 선물거래부터 오늘날 미국발 금융파산으로 공황적 위기를 가져 온 파생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상품으로 판매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인기연예인들의 연기나 공연 그리고 노동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소문까지도 상품이 되고 만다. 또 인기인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 곳곳은 물론이고 자신의 속까지도 드러내야 한다. 사생활까지도 상품화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인기연예인들이 대중매체에 쏟아내는 가십거리 내용까지도 속속들이 파헤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불한 광고료나 상품가격만큼 그 인기연예인을 요리하고 파괴시킨다. 자신이 돈을 주고 사서 소유하면 소유자가 마음대로 물건을 처분하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체제에서 성공한 인기연예인은 사회적 상품으로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뉴욕월가에서 금융파생상품으로 돈을 벌던 사람들이 다시 금융파산의 희생자가 되듯이 말이다.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자유를 억압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소위 공인이라는 존재는 그 만큼 사생활을 저당 잡히게 마련이다. 최진실씨의 자살은 오늘날 현대자본주의가 낳은 비극이자 체제의 희생자다. 인간의 명예와 욕망이 자본주의체제의 끊임없는 이윤축적 위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인간의 명예나 욕망이 돈에 의해 평가되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공동체 속에서 공유되지 않는 한 그런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악플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스타를 죽음으로 내 몬 것이 인간의 이기주의나 값싼 악플 문화라는 식의 사회 심리적 현상분석만으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의 이기심에 기초하여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 성격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것도 미국식 자본주의에 재벌들의 한국적 천민주의까지 결합한 한국자본주의의 현실을 분석해야 한다. “인터넷 서로 침 뱉는 곳이면 아날로그로 돌아가고 싶다...인격 살인 악플 처벌 여론 확산”(중앙 1면)이라는 주장은 자본주의 체제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술발전과 생산력 증대가 아날로그를 파괴하고 인터넷 공간을 확장시켜나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기만일 뿐이다. 악플에 대해 법적 제재 운운하는 정부 여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여 권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이는 최진실씨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최씨의 죽음은 현상적으로 악플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 본질은 한국자본주의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2008.10.5, 허영구, 오마이뉴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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