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당 건설, 공론화와 대중적 검증을 거쳐 대중적 결집을 이루어내자!
[2008년 9월 22일]
이번 사노련 사건은 사회주의자들 앞에 사회주의운동의 전면화라는 시험문제를 던져 놓았다. 사회주의운동의 대중화! 이 맞닥뜨린 도전에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 응전할 것인가?
사회주의자들이 새삼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은 사노련 사건 이전에 사회주의운동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세력들이 공공연한 사회주의운동을 펼쳐내지 못해서이다.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통해 사회주의와 노동자운동을 온전히 결합시켜내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외적인 탄압 때문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주체의 한계 때문이다. 한편으론 편협한 써클주의와 수공업성이, 다른 한편으론 대중조직과 노동조합운동 뒤에 수줍게 자신을 숨기는 조합주의가 그 한계이다. 써클주의와 조합주의는 동전의 양면이다. 사회주의 강령 ․ 전술 ․ 조직을 가지고 공공연하게 대중운동과 만나지 못한 데서 오는 편향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한계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노동자당 출현의 불가피성
사노련 사건을 계기로 사회주의가 공론화되고, 사회주의운동이 대중적 담론의 한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사회주의자들의 발언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경청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사회주의 세력들 사이에서 사회주의운동의 전면화, 대중화에 대한 논의와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런 환경에 힘입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사노련 사건은 단지 우연적인 계기일 뿐, 사회주의운동의 전면화든 대중화든 그것이 일회성의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 운동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다른 것이 필요하다. 사회주의 세력들이 위에서 말한 한계를 털고 전면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도약할 때에만, 사회주의 당으로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을 때에만 전면화든 대중화든 그것이 구호를 넘어서 진정 물질화될 수 있는데, 이것이 그 같은 우연적인 계기 가지고서 되겠느냐는 것이다. 우연히 만들어진 일시적 환경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노련 사건 이전부터 사회주의 정치조직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 정당, 노동자계급정당, 사회주의 노동자당 등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정당 건설이 시도되어 왔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운동으로 표현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좌초한 가운데 새로운 노동자 정당의 출현이 불가피하며 대세로 여겨지고 있는 운동 지형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운동 전면화 / 사회주의 당 건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런 운동 지형 위에서이다. 선언과 구호로 그칠 수 없고 그쳐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실제로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제3의 노동자 정당 출현이 불가피하며 직접적인 일정에 올라 있다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는 다른 새로운 노동자당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좋든 싫든 모두가 대세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노동자당을 만드는 것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악선전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이미 자본주의 체제내적 정당을 지향하고 타 계급, 계층을 두루 포괄하고자 반자본주의 변혁성과 노동자계급성을 스스로 털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실이 노동자계급 선진부위 누구의 눈에도 명백해졌기 때문에 진짜배기 노동자당 건설이 불가피해진 것을 부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선진 활동가들 사이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위상이 실추될 대로 실추되어 새로운 노동자 정당 건설 시도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의지를 넘어 전술로까지 끌어올려져야
그러나 새로운 노동자당 출현이 불가피하고 대세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노동대중과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 새로운 당에 대한 열망이 아래로부터 올라오고 있어서인 것은 분명 아니다. 단지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더 이상 ‘아니’라는, 그래서 또 하나의 노동자 정당 출현을 노동자계급운동의 분열로 대하지 않고 있는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런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서 선진노동자들과 전투적 현장 활동가들이 새로운 노동자 당 건설을 자기 과제로 받아 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운동 전면화 / 사회주의 당 건설이 현실 노동운동의 질곡을 타파하고 자본과 정권의 공격에 맞서 계급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망과 대안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상층 정치무대에서 경쟁하는 또 하나의 노동자 정당이 출현한다는 정도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운동의 전면화, 대중화는 단지 정치조직들의 구호에 그쳐버릴 것이다.
현재 <사회주의운동 전면화 / 사회주의 당 건설>이 노동자운동에서 하나의 대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당위와 대의를 넘어 현재의 운동 지형을 재편하고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계획으로서의 전술’로까지 끌어올려지지 않는다면, 선진노동자들과 전투적 현장 활동가들이 주체로 나서는 사회주의운동과 당 건설은 여전히 사회주의 세력들의 주관적 의지 이상의 것이 될 수가 없다. 필요충분조건으로 말하면, 필요조건은 갖췄지만 충분조건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 검증 ․ 결집을 위한 방안과 프로그램 내와야
이런 상황에서, 예컨대 노동자의힘처럼 형식적으로 당 건설의 ‘경로와 일정’을 제시하고 “결집”을 말하는 것은 대의를 선점하고자 노력하는 것일 수는 있겠으나, 진실로 선진노동자들과 대중들 속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전면화하고 현장 노동자 ․ 활동가들을 당 건설의 주체로 세워내고자 하는 목적의식적인 계획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금 사회주의 정치조직들이 각자 당 건설을 선언, 추진하고 경로 ․ 일정까지 제시하며 서로 간에 제안도 오가고 있지만, 선진노동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거의 공론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자 정당 건설이 단순히 정치조직들 간의 통합으로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 ․ 활동가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당 건설의 주체로 나서는 과정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할 때 지금처럼 공론화조차도 시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당 건설을 정치조직들 간의 협정 같은 문제로 왜소화시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상황은 하루 빨리 극복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각 조직들의 입장과 제안들이 광범위하게 공론화가 되어 대중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검증 속에서 단일한 방향으로 대중적 결집을 이루어내야 한다.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에 나서고자 하는 정치조직들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토론회에서 대중적 검증과 대중적 결집을 위해 밟아나가야 할 방안과 프로그램들을 놓고 집중 토론하자. 그리고 확정하여 실행에 들어가자.
역사적 과제 - 조합주의 극복
공론화와 대중적 검증이 한편으로 현장 노동자 ․ 활동가들을 당 건설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것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은 필시 한국 노동운동의 최대 질곡인 조합주의를 타파, 극복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래야만 한다.
그렇다면 공론화와 대중적 검증의 일차적 방안은 각 조직이 건설될 새로운 노동자당의 강령 ․ 전술 ․ 조직노선을 정식화해서 제출하고 이를 둘러싼 일련의 토론과 논쟁을 선진노동자들,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서 대대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진노동자들이 이러한 사회주의 강령 ․ 전술 ․ 조직노선을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채택하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으로 나아가는 일대 전환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이 마침내 현장 활동가들이 전투적 조합운동을 넘어설 수 있는 정치적 ․ 조직적 대안을 거머쥐고서 사회주의 활동가로 주체 정립을 하는 역사적 분수령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이 단순히 조직들 간의 통합으로 전락되지 않고 노동자계급운동의 거대한 일보전진이 될 수 있다. 그럴 때만이 노동운동 내 개량주의와 관료주의, 의회주의 세력들의 장악력과 영향력을 무력화하고 계급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참된 대안과 전망이 될 수 있다.
정세적 과제 - 이명박 반대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새로운 노동자당의 건설은 조합주의 극복이라는 우리 운동의 역사적 과제와 함께 정세적 과제를 또한 돌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노동자당 건설이 당면의 이명박 반대투쟁 전선을 이끌 수 있는 지도 세력을 만드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론화와 대중적 검증이 특히 첨예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점이다.
현재 이명박 반대투쟁 전선은 잠재적으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촛불시위가 단적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하반기 이후에도 경제위기를 둘러싼 투쟁, 비정규직 투쟁, 공기업 민영화 저지투쟁 등이 모두 이명박 반대투쟁 전선을 다시 가열시킬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이러한 투쟁들을 결합, 확대시키고 계급적으로 일반화 ․ 전면화 시키기 위한 노력이 사회주의자들에게 당면한 최대 임무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반대투쟁은 광범한 대중들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모아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사회주의 노동자당이라는 핵심 고리가 빠져 있지 않게 하는 것, 제 자리에 제 때 있게 하는 것이다. 당 건설 세력들은 이러한 계급적 정치투쟁 전선을 펼쳐낼 정치투쟁 부대를 제 때에 만들어내기 위해 이를 위한 전술과 조직화 방향을 지금부터 선진노동자들과 대중들 사이에서 공론화시켜내야 한다. 그리고 이명박 반대투쟁을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끌어올리는 공동의 사회주의 정치투쟁으로 대중적 검증구조를 만들고 그 속에서 대중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하고 나면 그 투쟁의 용광로 속에서 진짜 노동자당이 단련되어 나올 것이다.
더 지체하지 말고 당 건설 시도와 제안을 공론화하자. 대중적 검증을 거쳐 대중적 결집을 이루어내자. 그러기 위해 먼저 공론화 ․ 검증 방안과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대중들 앞에 제시하자.
양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