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회의는 촛불집회 주관 책임을 방기하지 말아야
어제 촛불집회 역시 정의구현사제단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저녁 6시 20분경부터 민주노총 집회가 사전집회형태로 열려서 서둘러 7시 이전에 끝나고,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가 1시간 이상 열렸다. 미사 이후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관의 집회가 역시 짤막하게 열린 이후에는 행진이 시작되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남대문과 명동, 을지로 입구를 거쳐서 시청광장으로 되돌아오는 침묵시위였다.
나는 월요일 강동냉장 광우병쇠고기 반출저지 투쟁으로 체포연행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이틀가량 구금되어 있는 바람에 6월 30(월)과 7월 1일(화) 촛불집회에는 참석치 못해서 신문방송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얘기 듣고 대강 알고 있다. 그러나 어제(7월 2일) 저녁 촛불집회 진행 전반을 보고서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촛불집회 참가자 2만여명 중에서는 천주교인이 상당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일반시민이리라. 그 중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도 3천여명 있었다. 일반 시민들이 촛불집회와 행진 4시간중에서 3시간 가량을 미사와 침묵시위로 일관하는 것은 크게 신나는 일이 못된다.
지난 토요일(6월 28일) 집회 시위 이후 정부당국이 시청앞 촛불집회를 원천봉쇄하는 방침을 가졌다는 것은 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촛불집회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이명박이 촛불집회를 무단 탄압하고 아예 집회 장소를 원천봉쇄하려는 기도를 저지해내면서 시민이 안정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는 촛불집회를 확장하고 풍부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일부 촛불시위 참여자들이 마치 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집회 참여가 꺼져 가는 촛불을 다시 살려 낸 것처럼 말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촛불집회는 6월 10일 서울 50만(전국 100만?)집회 이후 숨고르기를 하고서 6월 27-28일 다시 힘차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경찰이 태평로를 버스로 봉쇄하고 시청광장의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하는 탄압속에서도 6월 27일 4만여명 집회 이후 6월 28일에는 15만여명(대책회의 20만명)이 모여서 완벽한 부활을 보여주었다.
29일 일요일에 연일 참가의 피로감으로 1만여명으로 격감했지만, 그날도 경찰이 시청앞을 원천봉쇄했음에도 청계광장과 종로에 결집하여 수시간 집회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6월 30일에 시청앞에 5-6만명 이상(대책회의 10만명)이 모인 것은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의 힘이라기 보다는 대책회의가 원래 집회를 예정하고 있은 데다가 28-9일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 나왔다고 보아야 한다.
촛불집회에 대한 mb정권의 무단탄압과 시청앞집회 원천봉쇄에 대해서 정의구현사제단이 이를 규탄하고 촛불집회를 지지하고 집회대열에 참가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KNCC와 실천불교승가회 등 불교계 등 종교계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것은 촛불집회의 힘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의 중심주체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임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촛불집회는 5월 2일 중고생과 네티즌들이 시작하여, 전국민의 집회가 되었다. 1700여개 단체들이 급속히 결집해서 대책회의를 꾸리고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하고 통합, 진행해 왔다. 촛불집회는 전 국민의 집회이고 어느 한두개 단체가 이를 주도할 수도 없고 주도하려해서도 안된다. 민주노총도 늦게야 조직적 힘을 싣기 시작하였고, 최대한 역량을 모아서 참여하되 촛불집회의 일부로서 녹아들어서 그 일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종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촛불집회 자체를 통제하거나 주도하려 해서는 안된다.
종교단체도 그럴 의사가 있다면 대책회의에 참여해서 함께 의논해서 역할을 맡아서 하거나 종교단체의 특성상 이를 원치 않는다면 대책회의와 협의 조정해서 역할을 맡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노골적 탄압을 하기 어려운 조건상 합법 시국미사를 여는 것이 허용된다면 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대책회의를 중심으로 한 국민 참여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폭력탄압을 규탄하되 정부의 요구대로 낮은 수위의 집회시위를 대책회의에 강요해서는 안된다.
미사형태는 유신이나 5공 같은 독재시기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기가 쉽지 않을 때 운동을 실천해나가는 한 형태이기는 하였지만, 이명박정권의 시대착오적인 폭력탄압에도 불구하고 지금같이 민주주의와 인권이 진전된 상황에서 여기에 안주해야 할 형태는 아니다. 그러한 종교의식속에서는 집회의 활발함과 집회참여자의 다양하고 수준높은 내용을 소화해낼 수 없다. 공기업민영화반대, 대운하반대, 언론장악통제반대 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풍부하게 담아내기 어렵다.
촛불집회가 시작되어서 첫 가두행진이 있은 5월 24일 이후 행진은 항상 광화문과 청와대가 목적지였다. 청와대가 공격대상이든 이명박이 대화상대든 광화문과 중앙청, 청와대쪽에 있는데 반대방향인 남대문 주위를 빙빙 도는 것은 촛점을 잘못 맞춘 것이다. 그리고 할 얘기도 규탄할 내용도 많은데 침묵시위만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시위의 질을 한참 떨어뜨리는 것이다.
비폭력의 원칙을 가질 수는 있다. 대책회의가 회의 결과 그러한 원칙을 정한다면 이를 최대한 실현하면 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폭력을 MB정권이 저지른 것이지 촛불집회시위측에서 다소간의 폭력이 있었다면 mb의 무단폭력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양비론 비슷하게 말해서는 안된다.
대책회의는 적극적으로 촛불집회 시위의 담당 주체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해야 한다. 몰론 세사람이 구속되어 있고, 다수가 체포영장이 떨어져 있고, 사무실과 집이 수색당하는 야만적 폭력을 겪고 있으므로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러나 대책회의는 역량 있는 다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사람이 빈 곳에 다시 사람을 채워넣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제2선 집행체계를 구성해 놓았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모든 집회를 대책회의가 주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토요일을 포함해서 1주일에 2회 이상은 대책회의가 주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외의 날에는 종교단체들이나 기타단체들이 주관하거나 주제별 토론이나 집회 등을 배치하면 되지 않을가? 집회 시위의 원칙이나 각 단체간의 조정 모두 대책회의가 중심을 잡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