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악법 1주년 장례식
오늘 우리는 청와대 근처에 와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구걸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지난 2달여 동안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을 리 만무하다.
지난 1년 동안 현장에서는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상시적인 해고와 차별이 진행되었다. 노동자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는 끝나지 않았다.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비정규직보호법은 여전히 자본가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파견근로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호’가 아니라 자본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이다.
2006년 비정규직 악법 통과에 반대하여 투쟁했던 우리는 작년 7월 1일 시행할 때부터 제대로 된 비정규직법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무망했다. 오히려 자본과 권력은 이 법을 더 개악하려 한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 법의 폐기를 주장한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이나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비정규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차별철폐, 중간착취 근절, 원청사용자성 인정 등을 쟁취하기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만 제대로 되면 다른 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이 집회를 시작하기 전 경기도 일원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보관중인 냉동창고에서 출하 유통을 저지하던 민주노총 소속 간부들과 노동자들 1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보다는 소수의 자본가의 요구를 충실히 수행하는 정권이다. 입법을 다루는 국회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2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수구보수 정당 소속이니 국회 내에서 법률의 개정이나 개선이 이루어질 리도 없다.
우리는 오른 이 같은 현실에서 노동자들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세로 투쟁을 선포한다. 1000만에 육박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다. 지난 1년 동안 뉴코아 이랜드를 비롯한 수많은 사업장에서 벌어진 투쟁이 보여주듯이 아직 우리들의 투쟁은 계속된다. 비정규직 악법을 장례 치루고 당당히 나아가자.
(비정규직법 1주년 장례식, 2008.6.30, 월, 청운동 새마을 금고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