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습니다, 아주 많이 두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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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랜드현장 폭력은 사명감·분노로 감당키 힘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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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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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당히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믿지 않으실테지만, 어렸을 적 특별한 경험으로 세상에서 흔히 얘기하는 '귀신'이라는 걸 보기 시작하면서 저는 그들의 눈에 담긴 세상에 대한 '원망', '안타까움', '분노'를 알았죠.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참 무섭고, 참 많이 잘못되어 있구나..." 하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3년을 넘는 기자생활동안 단 한번도 공개한적이 없습니다. 제 개인적 경험이기에 독자여러분의 이해를 바랍니다.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자세한 얘길 들려드리겠습니다.) '만화 시나리오작가'라는 준비하던 일을 접고, 어릴적 어렴풋한 꿈이었던 '기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어릴적 '기억' 속 분명히 각인된 '원망, 안타까움, 분노'를 내 눈 앞에서 지켜보며, '이것이 내가 사는 이곳에서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현실(Real)로 느낀 때문이었습니다.
▲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가던 현장에서 그들을 힘으로 끌고나가던 여경들 또한 분명 마음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김오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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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들은 제가 찍은 이 사진을 두고 "잘 찍었네"라며 칭찬하시지만, 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런 사진을 찍게한 이놈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김오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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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을 갈 때마다, 너무 겁이 납니다. 사실 제가 그 거친 취재현장에서 버텨나는 건 힘 없는 노동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폭력으로 일관하는 공권력·자본에 대한 분노가 그 어떤 두려움보다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는 이랜드 현장에서의 폭력은 저의 그런 사명감이나 분노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습니다. 손도끼가 나오고, 깨진 유리병을 들고 시꺼먼 깡패들이 "죽여버리겠다"며 설치는 그 현장에서는 사명감이나 분노만을 갖고 뛰어들 정도의 '강심장'은 갖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 막무가내로 악을 쓰며 달려드는 이들에게서 저는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나 분노 등은 까맣게 잊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느끼는 공포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김오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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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이랜드공대위의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이랜드일반노조 윤송단 여성국장이 한 말이 제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게 너무도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다른 나라 사람으로 이 나라에서 이런 끔찍스러운 일을 당했더라면 조금 덜 억울할 것 같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 내 땅에서 내가 낸 세금으로 일하는 경찰들이 내가 끔찍한 폭력을 당하는데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들에게는 참여정부가 독재정권이고, 노무현이 전두환입니다!" 두렵습니다. 아주 많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저 자신을 추스리고 현장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기자로서 저 자신의 사명감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다시 한번 에너지 삼아 힘껏 달려나가야겠습니다. 그곳에는 언제나 힘껏 투쟁하고, 힘껏 손 맞잡고, 힘껏 웃고 있는 '내 누이같은...', '울 엄마같은...', 자신의 옮음을 스스로 믿고 힘껏 투쟁하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에...
▲ 더위에 지친 조합원들을 위해 준비한 이날 투쟁문화제에서는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 조합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오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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