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공원의 봄
작년 봄부터 몇몇 열사추모연대, 유가족, 노조 등 단체 동지들과 모란공원 열사묘소 정비활동을 하고 있다. 정비라기보다는 묘를 돌보는 수준이다.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전에 모여 묘역을 둘러보면서 그 때 그 때 정해진 작업을 한다. 묘의 잔디가 죽은 경우 다시 잔디를 입히는 사초작업, 잡초나 이끼 제거, 표지판 설치 및 청소, 방한포 씌우기, 겨우내 얼었던 봉분 밟기와 비료주기 등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한다. 매주 일요일이면 꼭 한 두 분의 열사추모제도 열리니 해당 추모사업회 관계자나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여러 안면 있는 동지들도 만난다.
오늘 3월 8일 모란공원 정비사업 하는 날, 꽃샘추위도 지나고 포근한 봄날이다. 봄이 되면 들판의 보리를 밟아 주듯이 겨우내 땅이 얼어 부풀어 오른 묘의 잔디를 밟아주고 비료도 조금씩 뿌린다. 응달이 진 곳은 아직도 땅이 얼어 있어서 밟아주는 효과가 적고 상대적으로 양지바른 곳은 잔디를 밟으면 흙이 다져지는 느낌이 발끝에서 느껴져 온다. 주변에 소나무를 비롯해 키 큰 나무가 둘러쳐져 있으면 낙엽이 내려 앉아 잔디가 자라기 어렵다. 그래서 자주 솔잎이나 나뭇잎 등을 거둬내야 한다. 손이 자주가면 잔디도 잘 자라고 보기에도 좋다.
모란공원 입구 모퉁이에 컨테이너박스 두 동의 유족쉼터가 있다. 묘역정비사업에 필요한 연장들을 보관하기도 하지만 오전 작업이 끝나면 참여한 동지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작업하는 동안 몇 몇 동지는 점심을 준비한다. 식사시간이 되면 작업에 관해서나 열사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최근 여러 상황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열사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상황이 어려고 운동이 후퇴하면서 열사정신도 희미해지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가끔 열사 유가족이 방문해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소중한 공간이다.
오늘은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 그리고 아내와 함께 모란공원에 갔다. 막내는 한두 번 간 적은 있지만 아빠가 하는 일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만화 <이한열·박종철>(2014.8, 스튜디오 다산)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모란공원에 큰 관심이 갖지 않았는데 최근 만화<태일이 전5권>(2007.11, 돌베개)를 읽고 난 뒤라 모란공원 간다는 얘기를 했더니 따라 나섰다. 전태일 평전을 기록하는 데 역할 하신 조영래 변호사 묘도 소개했고,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 묘소에 가서는 비료도 뿌려주고 사진도 함께 찍으면서 이런저런 질문이나 얘기도 나눴다. 두 분 묘소는 워낙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고 돌보는 손길이 많아 잔디가 매우 잘 자라고 보기에도 풍성해 보인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산화해 간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평생 어머니가 이어갔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아이도 만화를 통해 전태일과 그의 가족들의 삶을 어렴풋하게 이해했는데 모란공원에 직접 와서 설명을 들으니 더 흥미로워 했다. 이소선 어머니 묘에 있는 크림빵을 보고 내가 전태일 동생 전태삼이 올려둔 것이라고 했더니 막내가 말하길 만화에서 전태삼은 매우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말한다. 점심식사 후 마침 모란공원에 오신 전태삼 동지를 만나 쉼터 앞에서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아했다.
박종철 열사 묘에 갔을 때 아이가 만화에서 본 몇 가지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이한열 열사 묘는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하기에 광주에 모셔져 있다고 말해 주었다. 작년 아빠의 <자료집>을 박종철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박종철 출판사에서 냈다고 하니 그것도 신기해 한다. 모란공원에도 봄이 왔다. 열사들이 꿈꿨던 세상이 아이들의 밝은 미래가 되기를...
(2015.3.8.일, 모란공원 돌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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