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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은 선언이 아니라 준비하고 조직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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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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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6일 14시 45분 28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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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은 선언이 아니라 준비하고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총 4월 총파업이 가능하려면
허 영 구( 전 민주노총부위원장, 전 좌파노동자회 대표)
1. 4월 총파업은 가능한가?
자본주의 사회는 항상 자본가의 이윤추구와 노동자의 임금과 권리쟁취라는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사회다. 자본은 경쟁과 효율을 바탕으로 이윤을 축적하지만 그 때문에 위기를 만들어낸다. 자본주의체제 내 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자본은 이러한 항상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의 이름의 조절전략을 구사한다.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의 여파로 자본주의생산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1873년에서 1895년의 20여년에 걸친 장기불황이 이어졌고 자본주의는 집중과 독과점화로 이윤율을 회복했다. 1886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산타클라라 카운티 대 서던퍼시픽철도사건’을 판결하면서 비록 기업과 공모한 대법원공보관의 판결문요지가 와전되었다 하더라도 ‘기업도 인간’임을 선언한 시기였다. 두 번째 위기는 1930년대 공황으로 나타났는데 국가가 공공서비스와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하고 독점자본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케인즈주의를 도입하면서 짧은 20여 년간 위기가 극복되는 듯 했다. 노사정합의주의(코프라티즘)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서구유럽의 복지제도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새로운 위기조절전략으로 1970년대 이래 금융투기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통화주의’라는 이름으로 탄생하여 1980년대 남미와 일본, 1997년 말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동유럽을 거치며 자본세계화의 투기장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공황적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자본은 자신의 위기를 조절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동을 공격한다. 계급전쟁이 펼쳐진다. 자본은 노동을 상대로 착취에 더한 초과착취를 감행하고 노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에 저항한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시장유연화를 앞세워 노동계급을 공격한다. 바로 박근혜정권이 밀어붙이는 ‘노동시장구조개선’ 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 투쟁의 조직적 귀결이 파업이다. 노동자 파업은 운명적이고 필연적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역사는 기원전까지 올라가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파업의 역사는 영국선원들이 부두에 닻을 내리고(strike) 운송을 거부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파업은 노동을 거부함으로써 자본에 타격을 가해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이다. 나아가 파업이 산업이나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단행되는 것을 ‘총파업’이라 한다. 파업은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내 건 경제투쟁을 넘어 정치투쟁을 발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역사상 수많은 파업이 있었지만 자본주의체제를 극복하는 데에 이르지는 못했다. 러시아에서 벌어진 노동자 파업은 혁명으로 발전했으나 결국 스탈린체제로 퇴행하고 말았다. 산업혁명 후 영국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총파업을 펼쳤다. 1912년 영국 광산노동자들은 최저임금쟁취를 위해 전국적인 총파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자본은 집요하게 노동조합과 노조지도부들은 자본주의질서 내로 포섭해 들어갔다. 특히 제국주의 약탈을 통한 물적 토대로 분배를 얻게 된 서유럽 국가들의 노동운동은 정치파업을 발전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맹아시기인 구한말과 일제식민지배 그리고 독재와 신자유주의 통치를 거치는 130여년 동안 자본의 착취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전개되었다. 1887년 6월 함경도 갑산에서 벌어진 광산 노동자 파업을 시작으로 1929년 원산총파업, 1946~47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총파업, 1996~97년 민주노총 총파업을 대표로 하는 수많은 파업투쟁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파업투쟁 과정에서 구속·해고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자본의 이윤을 축소하거나 멈추는 것이고 이를 방치할 경우 자본주의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파업 파괴를 위해 노조관료를 매수하거나 노동자를 회유협박하며 사병이나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탄압한다. 심지어 독점자본 형성기인 19세기 중후반 미국노동자 투쟁뿐만이 아니라 21세기인 현재도 최저임금을 요구하며 투쟁하던 동남아시아 지역에 군 특수부대가 투입되어 노동자를 살해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든 노동자들의 투쟁은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자본가와 국가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의 범주에 가두어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것이 사업장 단위의 노사협조주의든 아니면 국가차원의 노사정합의구조든 제도적 틀 속에 묶어두었다. 노동계급연대를 통한 계급투쟁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간 계급동맹이라는 모순에 빠지게 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약화된 주요 원인이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계급투쟁의 본질을 망각한 채 일상투쟁에 매몰되고 말았다. 칼 마르크스는 일찍이 “임금제도의 노예라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한 채 일상투쟁을 궁극적 활동인양 과장하면 안 된다. 일상투쟁은 하향세를 지연시킬 뿐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병 자체를 고치지 못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시대의 특징인 노동시장유연화는 노동시장을 이중구조화하고 다수 노동자를 주변부화 함으로써 계급적 연대를 약화시켰다. 비정규불안정노동자가 증가하면서 노동조합 조직률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성장정체와 구직란, 정리해고와 실업, 사회복지축소, 금융부채증가 등으로 자신의 직장을 지키려는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나아가 우리주변에서 ‘ 프레카리아트’라 할 수 있는 알바노동자들 모두에게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상황으로만 보면 총파업전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총파업은 기획되고 조직되어야 한다. 먼저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고자 하는 이념과 올바른 정세인식으로 무장한 노조지도부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총파업에 대한 기획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현장 조합원과 소통하고 교육하면서 선전선동을 펼쳐야 한다. 노동현장은 총파업에 동참하기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그래서 노조집행부는 현장의 조합원 상태를 핑계되기 마련이다. 파업은 필요하지만 자신이 나설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조직이 파업을 해주기 바라는 대리주의에 빠진다. 어려운 때일수록 투쟁하는 지도부가 선출되는 이유다.
토니클리프는 1986년 펴낸 <마르크스주의와 노동조합 투쟁>이라는 책에서 “노조관료가 되면 작업현장의 규율과 지저분하고 위험한 작업장에서 자유로워진다. 관리자와 시시각각 벌이는 충돌에 무뎌지고 조합원들과의 유대감도 약해진다. 깨끗하고 쾌적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전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한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고 조업단축이나 해고에서도 자유롭다. 한 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해고규모를 협상해야 하는 관료는 해고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밀실에서 사용자와 협상하면서 노조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협상, 타협, 화해라고 생각하게 된다. 투쟁은 협상을 방해하며 노조기금을 축내는 성가시고 위험한 일이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를 중재하여 노동자의 불만을 관리함으로써 권위가 강화된다.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제한된 목표마저 뒤로하고 노조자체를 최고의 목표로 삼게 된다.”며 노조관료를 비판했다. 이에 대응해 직장(현장)위원회나 다양한 정파조직들이 외곽에서 노조집행부를 비판하고 독자적인 투쟁을 조직했지만 조합원 전체를 움직이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여전히 노조집행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단순히 일상 활동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의 성과조차 한꺼번에 빼앗아가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세계화된 자본이 신자유주의 고속도로를 무한 질주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노동자 총파업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신자유주의를 우회할 다른 방도는 없다. 그것은 현 시기 노동운동의 당위다. 그러나 지금 민주노총 중앙과 산하조직 전체 사업장에 걸쳐서 노조집행부들은 조합원의 분노를 조직하고 총파업을 결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2.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 준비상태
민주노총 8기 집행부는 민주노총 역사상 첫 직선 집행부다. 한상균 위원장은 작년 하반기 선거 기간 내내 총파업을 조직하는 선거대책본부(선본)를 자임했다. ‘절박하다, 단 한 번의 승리’, ‘박근혜 정권과의 맞짱, 총파업’을 공약으로 결선에 올랐고 결국 당선됐다. 다수의 조합원들이 현실의 절박함에 표를 던졌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2015년 임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반도 채 되지 않은 2월 1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상정했고 의결했다. 하루만에 8기 임원직선제 보고, 부위원장과 회계감사 선출, 2014년 사업평가 및 결산 승인, 2015년 사업계획 및 예산을 심의하는 대의원대회 일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도 없었다. 올 해 사업과 총파업 건은 두 시간 남짓 토론한 뒤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대의원대회 전 대의원들이 현장조합원들과 안건을 공유하고 참석한 것도 아닌 상태이니 당위에 입각한 졸속처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산업노조 위원장과 지역본부장이 참여하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검토되고 결정된 안이기 때문에 형식절차상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 취임 2주년인 지난 2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동자-서민 살리기 2015 민주노총 총파업’을 선언했다. 파업돌입예정일은 4월 24일이다. 그리고 총파업을 전국민적 총궐기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총파업 투쟁의 상과 기조를 ‘재벌 배불리기’ 대 ‘노동자-서민 살리기’로 정했다. 재벌-자본 특혜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기조로 기업편향적 소득분배구조를 노동소득 증대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서민 살리기 4대 요구는 저지목표와 쟁취목표로 나누고 있다. 저지목표는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노린 ‘박근혜 노동자 죽이기 정책’ 분쇄와 공적연금 강화 및 가짜 정상화 개악 중단을 들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인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2단계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대책을 분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소득분배율 60%를 70%로 올리기 위해서는 분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것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든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든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 따라서 기업편향적 소득분배구조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만 노동계급내부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는 점이다. 정권은 이미 작년 12월 말 발표한 ‘비정규직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처우를 개선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들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다. 적당한 양보가 아니라 ‘노동시장구조개선’을 내세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총체적 공세를 펴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노동자공격 전략과 민주노총의 대응전략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있다. 프레임전쟁에서 매우 불리한 형국이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은 공공부문 정상화방안을 통해 일차적인 양보를 얻어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노동조합들은 양대노총공공부문대책위를 구성하고 투쟁을 전개했지만 정부의 압박에 밀려 그동안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한 많은 내용들을 빼앗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전개하지 못한 이유는 취약한 공공부문노동운동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투쟁보다는 개별적인 타협을 통해 살아남거나 최소한의 양보를 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작년 공공부문 노동운동에 대한 약세를 확인한 정부는 올해 2단계 공공기관정상화 대책을 통해 완전한 굴복을 받아내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노동시장구조개선과 맞물려 진행하겠다는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권은 공무원연금 개악 역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개악한 것이 노무현 정권 당시의 여당이었던 민주당이었기 때문에 국회 논의에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요구를 받아 안은 민주노총이 공무원연금 개악 앞에 ‘공적연금강화’ 즉 국민연금을 상향조정하는 것을 내걸었다 해서 정부가 이를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국민연금 대상인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이 원상회복 상향 조정되는 것은커녕 더 깎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강화’라는 주장이 자신의 요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바람일 뿐이다. 절박한 투쟁은 절박한 요구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그 요구가 절박한 요구인지 불분명하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쟁취목표로 최저임금 1만원 쟁취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들고 있다. 박근혜의 재벌 배불리기 정책을 가계소득(노동자소득) 증대정책으로, 모두를 저임금-비정규직으로 하는 하향평준화 정책에 맞선 상향평준화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년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이다. 실질적으로 정권과 자본의 임금억제기구라 할 수 있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매년 몇 백 원씩 올리고 있을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와 투쟁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총이 그동안 획기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투쟁을 전개한 적은 없다. 민주노총 내 최저임금 선상에 있는 노동자와 노동조합 일부가 매년 최저임금 결정시기에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앞에서 며칠 농성 하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법정 최저임금이 달성된 후로는 투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민주노총은 2015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당시 알바노조의 시급 1만원 요구를 의식해 ‘시급 6700원 이상’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요구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의 공약이었고 2013년 창립한 알바연대와 그 해 8월에 설립한 알바노조의 지난 2년간의 끈질긴 투쟁의 성과물이었다. 그런데 성과급과 상여금 등을 포함해 총액임금기준으로 환산해 시급 1만원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총파업 요구로 1만원이 와 닿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 투쟁이 상향평준화 투쟁이 되려면 그 요구의 의미를 자기의 것으로 할 수 있는 정세인식과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어떻게 정규직노동자의 기반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경제학회장의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본의 주장이 그냥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간접고용-특수고용 등 모든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와 전교조-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 탄압 저지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및 노조법 2조 개정,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목표는 현 수준에서 매우 높은 요구이다. 현재 민주노총 수준은 개악을 막아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인데 개선까지 요구하는 것은 슬로건 이상이 될 수 없다. 노동조합이 투쟁을 위해서는 투쟁의 주체인 조합원들이 왜 투쟁을 해야 하는지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거나 중앙의 요구를 현장에서부터 토론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공약을 걸고 당선된 후 지키지 않겠다고 파기하거나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공약이라고 해서 모두 실현되거나 단기간에 실현될 수는 없다. 요구와 투쟁주체가 불분명하다. 비정규직종합대책에 맞서 정규직노동자들이 어떻게 총파업을 벌일 것인가 하는 프레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들에 연대하는 파업인지, 아니면 정부가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말하면서 실제는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빼앗는 것이니까 그것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비정규직종합대책 그 자체가 총파업의 목표라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가 되고 정규직노동자들은 연대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이도저도 아닌 요구를 내걸고서는 총파업조직화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준비는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3. 총파업 조직화 과제
민주노총 8기 직선제 집행부는 선거공약대로 2월 12일 대의원대회와 2월 24일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에 따라 4월 24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그 방식은 ‘선제적-파상적 총파업이고 민중 총궐기로 확대하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정치파업 및 임단투 쟁의권 집중 등 해당사업장의 조건과 처지에 맞춰 가동 가능한 모든 투쟁력을 집중한다. 이번 총파업은 정치파업 성격을 띠는 것으로 지난 2월 12일 정기대의원대회 상층 총파업 결의에 따라 3월 20일 단위 사업장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3월 말까지 전체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총파업기금 80억원 조성, 총파업 승리 실천단 구성-가동 등 실물적인 조직화 실현을 위한 사업을 집중 추진한다.’ 파업의 형태는 ‘4월 총파업 돌입을 시작으로 하루파업이 아닌 총파업 돌입을 전후한 상반기,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투쟁, 5월 1일 노동절 대회, 6월 ’장그래‘ 대행진과 공공기관 2단계 가짜 정상화 저지투쟁, 2~6월 최저임금 1만원 쟁취투쟁, 6월 임단투, 6월말 임시국회 개악입법 저지투쟁 등 상반기 주요정세에 조응하는 가운데 주체동력의 지속적이고 완강한 유지-확장을 동반한 파업을 투쟁을 실현한다.’고 발표했다. 더하여 상반기 총파업 투쟁 평가 및 정세에 따라 하반기인 11~12월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덧붙였다. 발표한 내용으로 보면 파상파업이라는 의미를 붙였지만 민주노총의 일상 활동이나 투쟁을 총파업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민주노총 소속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2500만 비정규불안정노동자의 상층 10~20%에 속해 있다. 2013년 말 현재 최저임금·4대 보험·퇴직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700만 명이고 월 소득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700만 자영업자에 비교하면 상대적 중산층이라 할 정도의 노동계급 내 상위 소득획득자의 위치에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1조 달러가 넘는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평균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보면 대기업정규직공공부문노동자가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비(非)정규직과 정규직이지만 낮은 처우에 처해 있는 소위 비(悲)정규직 그리고 다수의 자영업자와 실업자가 벌지 못하거나 빈곤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2000~2013년 사이 기업소득은 3배 증가한 반면 가계 소득 2배 증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노동과 자본 간의 노동소득분배율 등 격차(별)와 불평등 대신 노동계급내 차별을 부각시킴으로써 대기업정규직노동자와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를 부르짖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이거나 정서적 연대에 머무를 뿐이다. 연속극에 나오는 비정규직알바노동자 ‘장그래’에 대한 측은지심과 연대의 마음이 현실 투쟁 특히 총파업이라는 현실에서도 유효할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정규직노동자들이 획기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를 나누(창출)는 요구안을 내걸고 총파업을 전개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 또한 고용불안시대에는 소득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다. 자본 입장에서도 더 많은 고용을 늘리는 것은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므로 기존 인력으로 장시간·고강도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재벌대기업과 정규직노동자 사이의 담합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구조적으로 고용불안과 임금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쟁에는 상대가 있고 관전하는 사람이 있다. 투쟁의 명분과 요구가 분명해야 하고 요구를 관철할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 그냥 민중이 될 수 없다. 80만 조합원 전체이거나 조직되지 않은 ‘장그래’가 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분노해서 거리로 나오는 국민이 될 수 없다. 1929년 3개월간의 원산총파업, 1946년 1주일간의 전평총파업, 1996~7년의 한 달간의 민주노총 총파업, 2013년 12월 3주간의 철도파업 등은 요구, 투쟁주체, 시기집중 등이 명확했다. 총파업은 명확한 요구와 조직화 그리고 시기집중성이 핵심인데 2015년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은 매우 나열식이고 산만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모두 기획되고 조직된 파업만 있을 수는 없다. 상대의 공격이나 당면한 사안에 따라 즉각적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파업도 있고, 수세적이며 청산적인 파업도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06년의 경우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은 자본의 세계화·개방화 전략의 핵심정책인 한미FTA와 노동시장유연화 정책 중 하나인 비정규직악법을 동시에 추진했다. 민주노총은 IMF외환위기 이후 10여간 지속적으로 자본의 공세에 밀려온 터라 전면적인 총파업에 나설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공세의 내용으로 볼 때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즉각적이고 파상적인 파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은 자체 평가보고를 통해 ‘2006년 한 해 총14회 파업을 전개했는데 연인원 181만 4368명이 참가하여 1996~97년 이후 최대 총파업을 전개하였으며 비정규직핵심조항 의제화, 준비된 총파업 시도 성과 그러나 파업결의가 힘 있게 집행되지 않는 등 규율상 문제, 관성적인 총파업전술 한계노정,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섭한계, 노정정치권의 노동계 분할지배전략의 구조적한계 극복 못한 점’ 등을 기록에 남겼다. 아직 민주노총의 역대 (총)파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논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파업참여자에 대한 허수와 파업강도와 영향력 등에 대해서는 그 한계가 분명했다. 1996~97 정리해고반대 총파업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 전후 파업에 대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총파업은 세계화된 자본과 신자유주의 정권과의 승부를 거는 투쟁이다. 내용적으로 보면 1996년 정리해고 반대투쟁 당시보다 훨씬 더 엄중한 국면에서 전개할 총파업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화를 내 건 김영삼 정부가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조기가입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무리하게 날치기 통과시키려 한 데서 벌어진 총파업이었고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지도집행력이 훨씬 강했을 때다. 현장의 투쟁동력 또한 지금보다 높을 때였다. 그러나 지금의 정세는 1997년 말 IMF외환위기 이후 17년간 전개된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전면적 총파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파업을 결행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다. 민주노총 산하 16개 산업노조연맹 중 80% 정도의 조합원이 형식적으로 산업별 조직으로 편재되었지만 여전히 기업별노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별노조가 투쟁력이 강하다는 것이 확인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지역연대투쟁만 약화된 꼴이 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전개되면서 노동계급내부는 극단적으로 이중구조화 되어 계급적 연대를 만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2015년 이 땅의 노동자계급과 민주노총이 처한 상황이 1996년이나 2006년보다 더 절박한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노동시장유연화와 노동계급연대를 파괴해 왔던 악법제도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법(파견법, 기간제법 등)을 송두리째 개악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상적으로 투쟁을 전개해야 할 상황이다. 그것은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조직이라면 당연히 일상적으로 해야 할 사업이다. 물론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과 일상투쟁이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요즈음처럼 신자유주의 공세에서는 노동운동의 후퇴를 막을 수도 없다. ‘총파업’ 선언만으로 돌파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결단과 선언이 실현되려면 그에 걸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 그것이 세상만사 이치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파업은 아닐지라도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고 신자유주의 정권에 맞서는 파업은 조직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주체, 요구, 시기가 명확해야 하고 이에 따른 철저한 전략전술이 수립되어야 한다. 먼저 총파업요구를 단일화·구체화해야 한다. 그 다음 주체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비정규직투쟁에 정규직은 연대하는 것인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전쟁에는 보급을 전제로 정규군과 비정규군이 있다. 그리고 시기 또한 명확해야 한다. 총파업투쟁은 현장으로부터, 주체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민주노총의 제도, 조직, 집행, 재정 등의 혁신 없이는 온전한 총파업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월간좌파> 23호, 2015.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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