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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투쟁엔 꽃샘추위가 아니라 그냥 겨울추위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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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5일 09시 34분 52초
노동자투쟁엔 꽃샘추위가 아니라 그냥 겨울추위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투쟁하고 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한 푼이라도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전광판위에서, 굴뚝 위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고공농성중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5차 교섭을 앞두고 부산영도에서 평택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고난의 주행을 하고 있다. 봄은 왔으나 아직 완전한 봄은 오지 않았다. 노동자의 봄은 아직 한 겨울에 막혀 올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한파가 몰아닥쳤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꽃샘추위라 한다. 화사한 봄꽃 피는 것을 시샘해 다가오는 잠깐의 추위라는 시적표현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따뜻한 사무실이나 방에 있다 잠깐 볼 일 보러 외출하는 사람들에겐 꽃샘추위일지 모른다. 그러나 항상 바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난장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겨울추위다. 속살을 에이는 맹추위다. 보건복지정보개발원 앞, 오후가 되면서 충무로는 차들이 줄지어 명동으로 뻗어 가고 직장인들은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매주 수요일 그 자리에 몇몇이 앉아 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 부당 해고한 여성노동자 두 명을 원직복직 시킬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년 세월이다.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복지보다 더한 복지가 있겠는가?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 노동자들이 악법이라고 외쳤지만 비정규직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2년 가까이 근무 중이던 노동자를 갑자기 1년 계약으로 고용하겠다고 겁박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자 해고했다. 비정규직법에 따르더라도 온전한 정규직은 아니지만 당연히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의 ‘중규직’ 노동자는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임기 중에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 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공공기관인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비정규직 노동자는 길거리를 쫓겨났다. 취임도 하기 전에 파기된 공약이 파기되는 전조를 보인 정권의 2년은 참담했다. 그 정권이 낙하산으로 임명한 원장은 자기 집 앞까지 찾아가 대화하자고 요구한 해고노동자를 문전박대했다. 도무지 인간의 얼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항상 그랬듯이 이 날 집회 역시 몇 안 되지만 항상 자리를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었다. 봉혜영분회장의 대회사가 끝나면 연대하는 동지들의 얘기 또한 자신의 투쟁사가 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관광버스노동자들이 과로한 상태에서 핸들을 잡고 있다면 이는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것과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곳곳에서 벌어지는 대참사에 몸서리가 쳐 온다. 코오롱 투쟁 종료 후 이제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 된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는 자신이 해고되 뒤 대학등록금조차 마련해 주지 못한 자식이 대출받아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잡았지만 받은 월급으로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둘째가 대학에 입학했지만 해고되어 투쟁하느라 소득이 없는 부모로서 어떻게 학자금을 마련해야 할지 그 어려움에 가슴 답답하다. 민주노총이 제도적으로 해고자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해야 할 재정혁신은 요원하고. 2600일 넘게 농성 중인 재능 노동자는 자신이 조합비를 횡령했다며 고발당해 수갑에 채워진 채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지고 노동운동 내부를 지켜보면서 산별노조, 민주노조 그리고 좌파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87체제 노동운동은 10년이라는 반짝 상승기를 맞았지만 20여년 가까이 하강 국면이다. 아니 추락 직전이다. 곳곳에 추락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추락한 지조차도 모르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일지도 모른다. 저녁 7시 중앙우체국 앞, 전광판 위에는 두 명의 SK, LG 방송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가 겨울 바람을 마주하며 서 있다. 아래에는 침낭을 두르고 노동자들이 앉아 투쟁문화제를 열고 있다. 권영국변호사, 최승현노동당 부대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좌파노동자회, 변혁모임 등 연대단위 깃발도 보이고...단식 23일, 8일차 인 두 동지가 단식을 끝내고 현장투쟁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한다. 굶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굶어 본 사람은 안다. 그런데 단식투쟁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때 그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농성장 주변 여기저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도망치지 마라, 진짜사장”, “저녁과 휴일과 가족이 있는 삶이 이게 윤리경영 아닌가?”, “통신재벌 탐욕, 비정규직 양산기업 SK, LG 간접고용”.....노동자의 피땀으로 건설한 재벌왕국, 그들은 이 한파가 그냥 정원을 지나가는 꽃샘추위일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에겐 피눈물을 짜내는 서러움이자 아픔이다. (2015.3.4.수,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서울지역일반노조 ‘소속노조에 의해 해체당한’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조 SK.LG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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