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없는 민주노총
광우병쇠고기 저지 촛불집회가 청계광장에서 열리기 시작하던 초기에 촛불집회의 주력이었던 중고등학생들이 ‘대학생 언니들이 개념이 없어서 큰일이다’고 걱정하였다. 이제야 대학생들도 조직적으로 촛불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6월 5일 10시 민주노총 반 광우병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참 ‘민주노총이 개념이 없다.’ 는 것이 느껴진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민주노총이 6월10일 전체 조합원 총회투쟁을 통한 10만 조합원 촛불항쟁 참가에 이어, 6월 10일에서 14일까지 5일간 전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를 거쳐서, “한미쇠고기협상 무효선언 및 전면재협상 쟁취”를 위해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4일 투본회의에서 장시간 토의를 거쳐서 내온 결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고, 급속히 발전해 가는 투쟁의 현 국면을 정확하게 반영해내지도 못하였다.
투본회의에서 결정된 총파업찬반투표의 목표는 “광우병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물, 전기, 가스, 철도, (교육), 의료, 언론 시장화 사유화 정책 폐기/한반도 대운하 반대/기름값, 물가 폭등 저지”이다. 이러한 총파업 찬반투표의 목표는 적절한 것이었다. 이 투쟁목표에는 광우병쇠고기 협상으로 인한 국민대중의 건강권과 생명권 문제, 자주성과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 정권의 일방적 지배, 독주에 반대하는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문제와 기업과 국민생활 전반에 걸친 시장화 상업화 사유화 저지와 공공성쟁취, 시장화 사유화가 몰고 올 국민대중생활의 핍박과 유가와 물가폭등으로 인한 생존권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민주노총 6월 5일 기자회견은 이 결정 내용을 온전히 반영한 것이어야 하였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문에는 ‘이명박 정부 파쇼적 시장독재를 분쇄하기 위해 제5차 투쟁본부회의에서 비상한 결의로 투쟁계획을 수립했다’는 언급이 있으나, 기자회견문의 전반적 내용은 광우병 쇠고기 저지문제로 채워져 있다. 기자회견은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방침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합원대중에게 대내적으로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다.
현 시기 투쟁은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이명박정부의 잘못된 협상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투쟁 폭발 배경에는 인수위시절부터 터져나온, 이명박정권의 인사와 정책전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상 이명박정권의 정책과 방침, 행동 전반에 대한 국민대중의 반대를 의미하고 있다. 투쟁이 진행되고 발전해 감에 따라서 국민대중은 이러한 이명박정권의 정책과 방침, 행동들이 이명박 정권의 성격과 본질 자체에서 나오는 것임을 점차 명확하게 깨달아 가게 되었다.
이명박정권은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을 잘 살게 해줄 정권이 아니가, 부패하고 탐욕스런 기득권 집단들로 구성되어 국민의 생활을 핍박하게 하면서 이들 집단의 부패, 사기, 특권을 확대강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국민대중 생활에 더욱 위협과 공포로 다가올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설혹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협상이 이루어지고, 시정되더라도 이후 남아있는 이명박정권의 4년 9개월 임기가 너무 길고 힘들게 느껴지는 지점에 이르고 있다. 대중의 인식과 투쟁은 광우병 쇠고기 저지에서부터 정책 전반에 대한 반대와 저지로, 나아가서 이명박정권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과 거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귀결점은 이명박정권의 퇴진이다.
이명박정권의 지지기반은 전면적으로 붕괴되었다. 6월 2일 YTN발표 이명박 지지도는 17.1%, 6월 5일 CBS발표에는 16.9%였다. 한나라당은 27.2%, 민주당은 25.1% 지지를 받으나 6월 4일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참패하였다. 보수수구세력들도 이명박반대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반대로 돌아섰고, 6월 10일 집회에는 불교계에서도 참여하겠다고 하고, 친박연대도 참여하겠다고 한다. 이명박 지지까페인 ‘명바라기’는 안티명박까페로 돌아서고 있다.
어제 6월 6일 저녁 투쟁에는 15만-20만명의 대중이 참여하였다. 6월 10일투쟁에 20-30만명의 분노한 대중이 참여해서 거리를 휩쓸고 청와대를 포위 진격한다면 정권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어제 집회 시위 끝에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들이 일괄 사표서를 제출하고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수석비서관들과 내각 총사퇴는 전혀 해결책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쇠고기협상 전면 무효화와 재협상이냐 이명박의 퇴진이냐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대중은 전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쇠고기협상무효화와 재협상, 그리고 대운하 포기와 몇몇 사유화정책수정과 유가 등등 위기에 처한 국민대중의 생존권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나온다면 현 국면의 대중투쟁동력이 급속히 상실되거나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은 어제도 불교 원로들을 만나서 재협상은 어렵다고 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정을 무효화시키고 재협상을 한다면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협정안이 상정되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락크전과 국내경제사회적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부시정권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한과의 문제해결과 더불어서 한미FTA체결을 중요한 성과로 삼고 있는 데, 이명박의 재협상 요구는 부시의 외교적 성과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부시에 대한 조공으로, 그리고 한미FTA체결을 위한 담보로 부시와 회담전에 미국 재계 CEO들 앞에서 파안대소하며 갖다 바친 광우병쇠고기수입 협정을 이명박이 무효화하기는 죽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실은 그렇지 않아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오바마가 다음 정권 시기, 의회에서 한미FTA를 다루고 그 이전 의회상정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하여튼 이명박은 협상을 무효화하지도 물러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기로에 처하게 되었다. 그로키상태에 빠진 이명박은 얼마나 버텨낼 것인가?
인터넷까페에서 제안해서 중고생 중심의 촛불시위로 촉발된 광우병쇠고기 반대운동은 각계각층 국민이 참여하는 시가행진으로 발전해서 이제 청와대를 포위하고 이명박퇴진을 압박하는 국민항쟁으로 전환하였다. 민주노총은 이 투쟁을 처음 일으킨 주체도 아니오, 투쟁을 지도해 온 주체도 아니다. 투쟁을 주도하는 중심축으로 조직적으로 참여하지도 못하였다.
밤을 지새는 집회 시위 현장에 자주 성실하게 참여해 본 노동자들은 알 것이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계급대중은 선도성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그 열정과 책임감에서도 한참 뒤처지는 ‘후진대중’에 지나지 않음을 절감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 노동자들은 촛불집회와 시위에 열심히 참여함으로써, 절실하고 열정적으로 투쟁하는 중고들학생들과 여성들, 이들로부터 새로운 기를 받아서 스스로의 활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반성해서 전력을 다해서 참여, 청년학생들과 고통받는 국민대중과 함께 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투쟁을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조직이 외면했다는 말은 아니다. 운수노조가 초기에서부터 비교적 확고하게 참여해서 초기 투쟁동력을 상승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운수노조가 선도하고 각 연맹과 민주노총이 이 투쟁의 전 과정에 일정하게 참여해왔다.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이 투쟁의 주축으로 들어서지 못한 것에 자격지심을 갖고, 스스로 과도한 역할을 자임하면서 무리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시위, 투쟁동력이 이 투쟁의 대단원을 승리로 매듭지을 만한 위력을 갖고 있거나 그러한 결단력과 용기를 갖추고 있다고 자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은 자신이 이 투쟁을 상승, 발전시키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숙고해서,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동력을 가동해서, 책임성있게 결합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 시기 대중투쟁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현 국면에서 투쟁의 상승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숙고하여 자신의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먼저 투쟁의 목표를 확장해야 한다. 이미 처음부터 이 투쟁은 이명박정권의 정책 일반에 대한 불신과 반대로부터 시작되었다. 0교시교육, 교육시장화, 물사유화 반대, 의료시장화반대 등이 처음 집회에서부터 터져나온 구호였고 주장이었다. 이러한 사유화를 통한 국민대중의 수탈과 각종 요금의 인상이 국민생활을 핍박해 올 것이라는 데 대해서 저항하였다. 공공부문 사유화저지와 공공성쟁취, 국민대중의 생존권 수호 문제는 민주노총 조합원, 각급 조직의 자기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은 현 국면에서 이러한 국민대중의 요구를 공식화해서, 국민대중투쟁의 요구로 정식화해내야 할 것이다.
이번 투쟁은 그 초기에서부터 광우병 미국 쇠고기 반대와 함께 이명박탄핵을 부르짖었다. 집회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명박정권의 정책 전반과 그 정권이 내세우는 방침 전반이 국민대중의 요구와 배치되고 재벌과 특권 지배계급과 미제국주의의 이익을 확장해 나가는 것임을 알고 이에 반대하였다. 투쟁은 광우병쇠고기 수입을 저지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국민대중에 반하는 이명박정권 정책 전반을 파탄내는 것이었다. 집회시위의 위력이 상승발전하고 이명박정권의 탄압이 가중되고 잘못된 정책을 완고하게 고수하면서 국민대중은 이제 이명박정권이 퇴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에 도달하여 행동으로 나타내는 지점에 이르고 있다. 이명박정권퇴진 요구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실현시켜낼 동력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진 또 하나의 과제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 요구에 어떻게 복무할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