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역사고 승리다!
나는 여러 경력이 있지만 한편으론 기록노동자다. 20년 넘게 노동운동을 기록한 것은 나의 능력이라기보다 배신과 변절 대신 투쟁하는 운동가와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 속에 함께 있었다. 광화문에 가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만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한 지배세력의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임꺽정이나 홍경래의 동상은 왜 없는가? 소설적 상상력 외엔 제대로 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중혁명이나 저항의 얘기를 남기지 않으려는 지배세력의 의도가 반영된 탓이다.
나는 요즘 추모연대 단체 동지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모란공원 열사묘역을 정비하러 간다. 앞서간 선배열사들도 계시고 나와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도 잠들어 있다. 예전에 열사묘역 앞에 공원관리사무소에서 붙여놓은 관리비 미납 통지서를 본 적이 있다. 노동자의 삶을 살았고 투쟁하다 돌아가신 열사들을 만나면서 내 정신을 일깨우고 나를 채찍질 한다. 그들은 우리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당연히 기록하고 재평가해야 한다.
지난 4반세기 민주노조운동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운동을 떠났거나 아니면 현재까지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역사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지 않으면 역사가 될 수 없다. 주변에서 점점 역사가 멸실되고 있다. 나는 그분들도 정리할 수 있는 만큼 역사를 기록하기를 원한다. 지난 23년의 기록인 1집(1100쪽)에 이어 이번 2집(1600쪽)을 출판하면서 함께 운동해 온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2003년 <그래, 우리 노동자요!>라는 제목의 노동평론 수필집을 낸 적이 있다. 시내 대형서점에 가서 진열대를 찾아보면 노동법코너에 꽂혀 있다. 그만큼 노동 관련 책이 많지 않다. 나는 노동운동의 기록이, 노동운동가와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 꽂혀 있는 대형서점 코너를 상상한다. 그곳에 가면 노동운동을 주제로 한 논문, 소설, 수필, 시 그리고 영화와 음악이 비치되어 있기를 원한다.
(2014.10.19.일,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기록들2> 출판기념회, 흑석동 원불교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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