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
- 신자유주의 금융수탈의 시대
자본주의 역사는 착취와 수탈의 역사다. 자본주의는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자계급을 착취해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체제 위기는 극복되지 못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2차 대전 후 도입한 케인즈주의도 1960년대 말 이윤율의 하락과 1970년대 불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주의로 시작된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오늘날 금융수탈이라는 야만의 시대를 만들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수탈은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착취보다 더 가혹하다. 돈이 주인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쇠사슬을 차지 않았을 뿐 임금노예다. 그러나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빚의 노예로 전락했다.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는 양극화와 빈곤화다. 지구에는 하루 5만 7천명이 굶어죽고 71억 인구 중 10억 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전 지구 농토에서 세계식량기구(FAO) 하루 2200칼로리 기준으로 120억 인구가 먹을 식량이 생산되지만 유엔가입 194개국 중 121개국이 식량주권이 없는 나라다.
세계 500대 기업이 식량, 재화, 돈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의 1% 부자가 부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1대 99% 사회는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2년 11월 12일, 스페인의 한 척추장애인이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빠지자 “돈이 없습니다, 제발 저의 폐와 간이라도 사주세요!”라는 광고를 냈다. 이것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경영자들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고 재벌 2, 3세들은 어린아이들까지 고액의 재산과 주식을 물려받고 있다. 노동계급 내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4년 새 1억 넘는 연봉자가 2배 늘어난 반면 법정 시급 5210원도 받지 못하는 알바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대학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계를 위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통화주의로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돈의 거품을 만들어냈다. 통화증발로 표현되는 돈의 범람은 노동을 통해 삶을 꾸려가는 민중들의 주머니를 수탈하고 급기야는 빚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만다. 통화는 가치 있는 돈이 아니다. 통화는 말 그대로 돈의 흐름(currency)이다. 미국 총 통화량의 97%는 컴퓨터 화면에만 존재한다. 오늘날 돈은 국립중앙은행이 담보하여 조폐공사만 찍어내는 지폐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가공의 돈을 만들어낸다. 돈을 벌기 위해서나 대출받은 돈을 갚기 위해 일해야 한다. 산업자본주의 노동착취에 더한 금융자본주의 수탈이 더해지는 형국이다.
가계부채와 정부부채가 각각 1000조원을 넘어섰고 기업부채는 1500조원을 넘어섰다. 수백조원이 투자(기)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재벌대기업은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가지고 있다. 돈이 넘친다. 그 만큼 빚도 늘어난다. 생계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투자(기)를 위해 빌린다. 채권자이자 채무자이다. 빚 권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이제 빚은 평생 갚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다. 평생 빚이라는 거미줄에 걸려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노동하는 빚의 노예가 되었다. 금융자본의 탐욕이 노동자의 온몸에 빨판을 붙이고 고혈을 짜내고 있다. 빚으로부터 해방되는, 금융자본의 수탈체제를 끝장내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좌파노동자회 광주전남위원회 선전물, 2014년 2호, 20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