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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줄어들지 않는 현대자동차 노동시간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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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3일 08시 28분 08초
<펌> 줄어들지 않는 현대자동차 노동시간 허 영 구 1. 줄어들지 않는 노동시간 우리가 노동일이 아니고 노동시간을 말하는 것은 노동일이 하루 24시간 중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시간단축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몇 시간 노동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하루 12시간을 강제한 1833년~64년 영국의 공장입법조차 혁명적 투쟁과정이 필요했다. 1935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주 40시간 노동기준을 정한 것은 그로부터 1세기가 지난 1935년이었다. 한국은 1989년에 주당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었고, 10년 전인 2004년부터 주당 40시간으로 줄었다. 주당 40시간, 주5일제가 되면서 마치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착각에 빠진 적이 있다. 줄어든 시간은 수백만 명의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실노동시간을 감소시켜주지 않았다. 실제 노동시간과는 거리가 먼 법정노동시간으로 존재한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이지만 68시간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천국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맞서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시작했다. 1998~99년에 일자리나누기를 주장하자 자본은 임금삭감을 들고 나왔다. 2000~01년에 삶의 질을 위한 주5일제를 주장하자 휴일·휴가가 많으니 축소하자고 주장했다. 2002년에 악법철폐와 노동법개악저지를 주장하자 근로기준법 전체를 노동유연화의 내용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공격했다. 이런 공방을 거쳐 민주노총은 형식적인 주40시간을 쟁취했다. 그러나 현실은 노동시간 단축도,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고용률을 60%에서 70%까지 올리는 창조경제를 들고 나온 박근혜 정권에 의해 단시간 알바노동자들이 늘어날 뿐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시급 5210원에 묶인 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도 없다. 투잡, 쓰리잡 시대에는 한 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시간 개념을 넘어선다. 저임금, 비정규직, 알바노동자까지 합해 생계비를 꾸려가기 위한 가구당 노동시간은 그 보다 더 늘어난다. 주 5일제 주 40시간 법정노동시간은 함정이다. 한국 노동부는 일주일이 7일이 아니라 5일이다. 일주일이 7일이라면 주 40시간을 넘어서는 시간은 모두 할증료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주말 이틀은 일주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할증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법정 노동시간 주당 40시간에 노사합의로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고 거기다 주말 18시간을 더 일하면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휴가, 공휴일을 빼고 연간 50주 일한다고 가정하면 3000시간이 넘는다. 식료품 제조업체 등 일부 업종이나 사업장에서는 주당 80시간을 일해 연간 4000시간을 넘는다. 경비 업무 등 저임금 노동자들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연간 4000시간이 넘는다. 누락된 시간이 많은 통계로 추정되는 한국의 연간 2200시간을 2000시간대로 낮추자는 노사정 합의나 대통령 공약이 유럽·미국·일본 등 OECD국가들의 평균인 1400~1900(1749)시간대로 진입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 저임금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든 대기업정규직노동자든 장시간노동체제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2.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일하는 기계인가? 2013년 현재 한국은 자동차 생산대수 기준으로 중국(2210만대), 미국(1100만대), 일본(960만대), 독일(586만대)에 이어 452만대로 세계 5위 국가다. 그 뒤로 인도, 브라질, 멕시코, 태국, 캐나다 순이다. 연간 세계 총생산은 8740만대이다. 2002년 300만대 생산 수준과 비교하면 50% 생산증가를 가져왔다. 2003년 현대차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6조 3300억원과 1조 4400억 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41조 6900억원과 5조 1800억원으로 각각 58.3%와 259.7% 증가했다. 이런 현대차 자본의 성장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수만 명의 원청 노동자와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수십 만 명의 비정규직하청노동자가 착취당하며 기계처럼 일한 덕분이다. 물론 비싼 자동차 구매로 수탈당하는 국내 소비자도 한 몫 한다. 2011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약 2700시간이었다. 그러다 10여년의 논의 끝에 2013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8+9)를 실시하고 있다. 2015년에 ‘8+8’을 합의 해놓은 상태다. 365일 중 하계휴가 5일, 설과 추석 각 4일, 회사와 노조창립일, 법정공휴일(8일), 일요일 52일을 제외하면 연간 290일을 노동한다. 그런데 주5일이 아니고 토요일 특근을 하는 주 6일이기 때문에 연간 노동시간은 약 2500시간에 달한다. 주간2교대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사전문, 자문위원회에 참가했던 박태주 박사가 최근 펴낸 책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에 한 조합원의 절규가 소개되어 있다. “맞다. 우리는 돈의 노예이고 일하는 기계다. 한마디로 회사인생이다.” 주간 2교대제 도입을 통해 연간 노동시간을 약 200시간(7.4%) 단축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것은 큰 성과였다. 그러나 내용이 문제였다. 노동의 강도 즉, 자동차 공정의 특성상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가 문제다. 최근 장시간노동으로 더 많은 임금을 얻는 것을 거부하고 주말특근을 포기했고 2013년 말 정년퇴직한 한 노동자를 만났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주간2교대 도입은 노조가 임금을 예전처럼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그 방법으로 노동강도를 25% 정도 올리는 것이었다. 반면 자동차 중소하청업체는 원청에 물량을 맞춰야 하니까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실질임금은 삭감되었다. 주야간 2교대 때는 주말특근을 3회 했는데 이제는 4~5회 해야 한다. 이전은 주말 특근하면 35만원인데 이제는 22만원 정도 된다. 식사, 휴게시간을 빼고 1직(8시간)이 오전 6시 50분에서 오후3시 30분, 2직(9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1시 30분에 작업이 끝난다. 이 경우 1직은 오전 5시에 기상해야 하고, 2직은 귀가하면 새벽2~3시가 된다. 실질적으로 완전한 주간 2교대가 아니다. ‘주 5일, 7+7’로 바꿔야 한다. 주간 2교대 실시 후 현대차 자본은 연간 수조원의 매출 이익을 더 올렸다.” 3. 장시간 노동을 통한 고임금 구조 2011년 현대자동차에서 총액 9599만원을 받는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구성을 분석한 앞의 책 에서 보면 통상임금 2660만원(27.7%), 상여금 2517만원(26.2%), 시간 외 수당 2031만원(21.2%), 성과급 2268만원(23.6%), 기타 123만원(1.3%)이었다. 20년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199만원인데 여기다 수당과 상여금을 합하면 423만원이 되고, 여기다 성과급과 시간외 수당을 합하면 635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는 경기호황기에는 받을 수 있는 임금이다. 불황기가 되면 시간외수당이나 성과급이 사라져 반 토막 날 수 있는 ‘경기순응적 임금’ 구조다. 따라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통해서라도 벌 수 있을 때 벌자는 게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가장 상징적으로 현대차 노동자들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는 사건은 1998년 IMF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하청인력 1722명을 직영으로 대체했고, 5차까지 희망퇴직 포함해 전체 직원 46,132명의 23%인 10,144명을 고용조정했다. 그리고 사측이 추가로 1569명을 해고 통보하면서 파업이 전개됐다. 당시 1569명의 명단에는 전현직 노조간부가 총망라됐다. 자본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조와해까지 시도했다. 노동조합은 고용유지를 위해 임금 2500억원 삭감, 노동시간 주 42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해 일자리 1500개 창출, 6개월 순환휴가(최소생계비는 노조와 회사 각 50% 부담)를 제시했으나 신자유주의 정책을 편 김대중 정부(당시 집권당 노동특위장 노무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2009년 3000명 정리해고에 따른 옥쇄파업, 공권력의 폭력적 침탈과 대량 구속 그리고 5년여 동안 24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에서 노조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뼈를 깎는 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퇴직 노동자의 얘기를 더 소개한다. “(정규직에 한한 것이지만)현대자동차에서 연봉 1억 이상인 노동자가 전체의 65%에 달한다. 35~50평 정도의 아파트에 살고, 근속연수 평균 25~6년 된 노동자들이 그랜저급 현대차를 구입할 경우 25% 정도의 D/C에 30개월 무이자로 구입할 수 있다. 아이들 사교육비는 울산 북구의 경우 월 80만원, 남구의 경우 월 120만원 정도 지출한다. 병원치료의 경우 본인은 무료이고 가족도 50%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전체 노동자 중 4500명가량이 신용불량자라는 소문이 있다. 우리사주 주식은 평균 100주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1주당 23만원만 쳐서 하루 5000~7000원 등락한다고 가정하면 계산상 하루50~70만원이 등락하므로 회사경영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연동해 노동자의식은 약화된다. 우리사주제도는 노동자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만든 제도다. 휴가철이 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는 휴가를 떠나 불이 꺼져 있지만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정규직노동자는 휴가도 안 가고 일해서 집에 불이 켜져 있을 정도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바뀐 것은 2004년이었는데 현대자동차는 2001년에 ‘기본 노동시간을 식사시간 제외하고 1일 8시간, 주 42시간으로 하되 토요격주휴무’의 내용으로 주 44시간을 주 42시간으로 변경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노동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주간 2교대로 변경했지만 노동강도를 감안하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났다. 주5일 근무는 그림의 떡이고 토요일 격주휴무는커녕 아예 주말이 사라지고 주6일 근무로 변했다. 10년 전인 2003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연평균 2644시간(월 220시간, 1일 평균 10시간, 주당 54시간)이었다. 시간대별로는 2000시간 이하에서부터 3200시간 이상까지 14개 구간으로 분석한 것인데 전체 노동자의 73%가 2400시간에서 2900시간대에 분포했다. 2600시간을 넘는 노동자수가 60%를 넘었고 3200시간을 넘는 노동자도 3% 인 560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실 노동시간은 잔업특근에 할증료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평균 304시간(주당 평균 70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었다. 2003년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간2교대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로 49.1%가 건강, 47.5%가 여가활용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과로사가 늘어나고 여전히 제대로 된 휴가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 비정규불안정노동시대, 노사합의나 자율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 노동시간 상한제가 절실한 과제다. (월간좌파 16호, 2014.8월 게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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