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와 광우병 소고기 파동의 교훈도 없이 무리하게 진행하는 한․EU FTA 협상을 중단하라!
오늘은 지난 월요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FTA 7차 협상 마지막 날이다. 국내에서는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부터 17대 국회 막바지에 한․미FTA를 비준할 목적으로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조기수입하기 위해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미국에 내 준 엉터리 협상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슬그머니 한․EU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EU FTA 역시 한․미 FTA협상과 마찬가지로 국민적 지지나 동의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미 FTA 협상 때와 협상의 본질이나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미 FTA 협상과 광우병 소고기 파동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7차 협상의 주요내용 중 하나인 원산지 규정은 그 동안 EU가 주장 해 온 ‘높은 역내 부가가치비율과 세 번(HS코드) 변경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양보 해 두 기준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입장변화가 이루어 진 것을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에 EU는 역내 자동차 중고부품을 이용해 제3국에서 다시 제조(Remanufacturing)하는 것까지 유럽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눈에 띠게 후퇴한 내용은 유럽 농산물의 원산지 지명을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해 보호해 주는 지리적 표시제 협상에서 WTO가 규정한 기준보다 더 높게 보호해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로서 낙농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EU FTA협상의 문제는 이런 항목별 유, 불리를 넘어서는 문제다. 한․EU FTA 역시 WTO-FTA세계체제 속에서 진행되는 국가간 협상이기 때문에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다. 한․미 FTA 협상 중 수 많은 내용 중 하나에 불과한 부산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재앙을 가져 올 광우병을 잉태하였다. 만약 한․미 FTA가 비준되어 시행된다면 재앙의 폭과 깊이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EU FTA 역시 관세철폐에 따른 공정한 무역체계의 붕괴는 물론이고 자동차 등 제조업, 낙농을 비롯한 농업 등에서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협상에서 거론되지 않아 안전할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물, 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는 한국정부가 공공부분에 대한 자발적 사유화(민영화)로 유럽자본의 자유로운 진출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유럽의 한국에 대한 투자규모는 미국보다 더 크다. 유럽자본이라고 해서 투자에만 충실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분규 사업장의 상당수가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지금의 유럽은 2차 대전 후 완전고용과 사회복지 실현 등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이 아니다. ‘글로벌 유럽’을 기치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 때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서는 FTA의 한 형식인 파트너십협정(EPA)이라는 이름으로 신식민지정책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금 유럽이 추진하는 FTA중 한국과의 FTA가 가장 큰 규모다. 그런 면에서 한.미FTA 역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플러스알파라고 할 만큼의 미국에게는 최상의 모델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과 유럽이 추진하는 제국주의 신패권전략과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의 창구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FTA는 정상적인 무역협정이 아니다. 본질은 제국주의 침략과 민중에 대한 착취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EU FTA는 항목별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협상을 중단하는 길만이 최상의 길이다. EU와 졸속 FTA협상은 노무현 정권에서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무력화하고 FTA협상을 대세로 만들려는 의도 속에 진행되어 왔다. 이를 이어받은 이명박 정권은 세계경제정세에 대한 초보적 인식조차 없이 나라경제를 살리고 강대국이 되는 길은 FTA를 통한 세계화라며 무모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FTA 내용 하나하나가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에게는 광우병 소고기와 같은 사태로 나타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명박정권은 무모한 FTA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한․EU FTA 협상은 이번 7차 협상으로 끝나야 한다. 이번 광우병 소고기 파동의 책임을 물어 통상교섭본부를 해체하고 동시에 한․EU FTA팀도 해체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