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에겐 절박함이 있다!
예전에 건너편 명동성당 길모퉁이 건물에 가톨릭노동상담소가 있었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했던 김말룡 선생이 소장으로 오랫동안 노동상담을 했던 곳이다. 그는 1990년 4월 4대 국회에서 민주당 전국구 국회의원도 지냈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지 오래됐다. 모란공원에서 열린 추도식 때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회고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구로공단에 있는 한 공장에서 여성노동자가 해고됐는데 복직이 안 돼 상담을 왔다.
그런데 여성해고노동자가 상담 후 다음날 상담 내용대로 했는데 바로 복직이 되었더라는 거다. ‘복직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칼을 신문지에 싸서 사장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왔는데 사장이 바로 다음 날 출근하라고 했다는 거다. 해고노동자는 목숨을 걸만큼 절박한 상태다. 그 때만 해도 낭만적인 측면이 있었던 같다. 요즈음 같았으면 사장실에 들어가기도 어려웠겠지만 결행했다면 무단주거침입에 살인협박범으로 당장 연행됐을 것이다.
요즘 강원도에 가면 겨울 빙어 낚시축제가 한창이라 한다. 물고기 입장에서는 정말 지옥 같은 일인데 갇혀진 틀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수난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오늘날 노동자들도 자본주의 틀 속에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2.25 국민파업이 있었지만 어디 속 시원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처럼 실업, 비정규직 확산, 임금차별, 고용불안 등 노동자들의 삶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지만 폭동이나 시위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끝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집단적 사회적 해결에 대한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엽연초 비료공장인 KTGO 노동자들이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도 전국 3개 공장에서 모인 12명의 노동자가 파업투쟁을 전개한 사례가 있다. 보건복지정보개발원처럼 적은 인원의 해고노동자가 투쟁하고 있지만 투쟁의 의미는 남다르다. 민주노총이나 서울본부가 투쟁에 결합해야 한다. 지금 공공부문 정상화를 놓고 박근혜 정권과 노동계의 대립양상이다. 서로 물러설 공간이 없다. 하늘이 무너지는데 흩어진다고 살아남을 수 없다. 함께 힘을 합쳐 살아남을 방도를 구해야 한다.
(2014.3.5.수, 보건복지정보개발원 집회, 조양빌딩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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