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민주노총을 포함하는 노사정 6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사정’이면 3자인데 6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후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려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서 추진되어 왔다. 이번에 좀 다른 형식은 사용자측은 두 단체(경총과 상공회의소나 전경련)가 아닌 경총만 참여하고 대신 국회환경노동위원회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6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국회환경노동위원회로 구성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은 “노사정 6자회담 민노총도 참여해야”(23면, 사설)한다면서 아일랜드의 사회적 합의 모델이나 한국의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의 노사정위원회를 예로 들고 있다.
먼저 6자의 구성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노사정 위원회에는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6자회담으로 할 경우 이들 조직은 중복 참가가 된다. 또 노사정에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들어있지 않으나 이번에는 국회의 참여도 눈에 띤다. 물론 전혀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1기 노사정 위원회 초기에 정당도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책임을 지고 정권을 빼앗긴 채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한나라당이 나중에 참여를 포기하면서 정당이 배제되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고 국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서 그런지 국회환경노동위원회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6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표자회의, 노사정 대표자회담 등은 경제위기시 마다 정권이나 자본이 들고 나오는 단골 메뉴다. 소위 사회적 합의주의(코프라티즘)를 말하는 데 여기에는 노동자들에 대한 완전고용과 사회복지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물론 자본의 입장에서 합의주의의 전제는 자본주의 체제유지와 자본의 항구적인 이윤보장을 전제로 한다. 자본의 이윤율이 노동계급에 대한 잉여착취율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때 사회적 합의주의의 전제는 노동계급에게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조건을 노사가 합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사정 합의모델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사간 이해가 정면충돌하기 때문이다.
당선 직후 민주노총 방문까지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명박 대통령은 MB노믹스 즉 ‘747경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노동정책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일찌감치 정책연대를 통해 껴안았고 민주노총은 배제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움에 처하고 불법비리 부자 내각과 청와대 참모의 인사문제,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쇠고기 졸속, 굴욕, 엉터리 협상을 둘러싼 국정운영의 난맥상 등이 겹쳐 지지율이 폭락하자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기만적인 노사정대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이명박 정권 2개월 만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나 그 이전부터 잉태되어 왔다. 그 경제위기가 바로 김대중정권이나 이명박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덕분(?)으로부터 탄생한 정권이 그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체제 내에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금융투기자본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경제위기의 주기는 빨라지고 그 폭은 넓어지며 깊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정권으로 대표되는 정부나 자본으로 대표되는 경제단체와의 형식적 노사정 합의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당초 노사정 파트너로 할 의향이 없었던 이명박정권은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임금삭감, 공공부문 구조조정 단행과 사기업화, 고용유연성을 통한 자유로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산, 노동법개악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을 들고 나왔다. 정권 초기의 높은 지지율과 공권력의 힘 그리고 한국노총의 체제내화를 전제로 한 민주노총의 배제와 물리적 탄압으로도 자본의 체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 그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따라서 타협의 구조 속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면서 투쟁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개악,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기업화 추진,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확대,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한 방치, 노동자 구속, 노동부장관의 반노조 정책 등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기조가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노사정 6자회담은 형식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 내용이 노리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민주노총 투쟁을 잠재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