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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조합원 위원장을 500표로 뽑아?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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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18일 13시 26분 45초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직선제 실시

 

허 영 구(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 좌파노동자회 상임대표)

 

1.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 추진 경과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는 1998년 민주노총 2기 집행부(2대 위원장 이갑용)가 공약한대로 출범과 함께 추진했다. 1999년 대의원대회에서 60% 넘는 대의원이 직선제 규약개정에 찬성했으나 3분의 2에 미달해 개정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2기 보궐집행부(3,4대 위원장 단병호)부터 노동운동발전전략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 이후 여러 집행부를 거치며 노동운동 발전전략과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1996~‘97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 투쟁(노개투) 이후부터 시작한 민주노총의 투쟁과 조직력 약화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세에 대응하기는커녕 밀리고 후퇴하기 시작한 민주노조(노동)운동은 그 어떤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권력은 단순히 조합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의해 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자본과 권력과의 투쟁 속에서 형성된다.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자 노동운동발전전략과 민주노총 혁신의 주요 과제이다. 1999년 직선제규약개정은 실패했지만 민주노총 임원선출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드디어 2007년 초 대의원대회(5기 집행부, 7대 이석행 위원장)에서 3년 후 실시를 전제(유예)로 임원직선제가 통과됐다. 그러나 위원장은 임기 시작과 함께 현장대장정을 명분으로 직선제 준비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고 전혀 준비가 없었다. 결국 그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인당 월 의무금이 400원 인상되었는데 그 중 100원은 직선제를 위한 특별기금으로 적립키로 했다. 지금까지 적립되었어야 할 직선제 준비기금은 약 2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로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다. 모두 전용되고 만 것이다. 2009년 초 이석행 집행부가 조직 내 성폭력사건으로 사퇴하고 임성규 집행부(5기 보궐 8개월 임기, 8대 위원장)가 들어섰다. 2010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직선제실시를 위한 모든 준비를 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진보신당)으로 인한 현장의 분열이 정파갈등고조와 투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명분을 삼아 ‘진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또 다시 직선제를 3년 유예하고 말았다. 이때 통계조사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방적이고 왜곡된 설문조사를 이용했다. 6년 유예가 되는 셈이었다. 사실상 폐기안을 통과시킨 셈이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무슨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2010년 김영훈 집행부(6기, 9대 위원장)는 당선되면서 직선제를 반드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MB진보대연합이라는 허구적인 논리에 매몰된 채 투쟁은 말할 것도 없고 직선제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장순회나 조합원 교육설명회 등 직선제 준비의 기초적인 사업도 없이 직선제 실시의 어려운 점만 부각시키면서 탁상공론으로 일관했다. 중집, 중앙위, 대의원대회 성원들은 집행부가 설명하는 직선제 실시의 어려움만 교육받았고 왜곡된 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받았다.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는 비현실적이었고 능력과 실력이 없었던 민주노총이 이런 정도의 정치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말았다. 노동자를 구속시키고 해고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정책과 선거연대에 매몰되어 있었다.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포기한 채 세력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만 노래하고 있었다. 2010년 지자체선거나 2012년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상층에서부터 부정되고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던 차에 통합진보당 내 국회의원비례대표 후보 선출부정사건이 터지면서 진보정치의 막장드라마가 연출되자 울고 싶은 데 뺨때리는 격으로 민주노총 직선제를 또 다시 유보(실제로는 폐기)할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때 까지 집행부가 직선제를 위해 준비한 기간은 실시가 어렵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극히 짧은 기간이었다.

 

김영훈 집행부는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선거 실시 3개월 전인 9월11일에 규약과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선제 준비를 완료해야 했다. 그러나 규약과 규정을 위반한 채 2012년 9월 2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유예 규약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대의원대회는 성원부족으로 유산됐다. 늦었지만 그 때라도 즉각 실시해야 했다. 그러나 한 달 후인 10월 30일 다시 55차 대의원대회를 강행해 유예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김영훈위원장과 몇몇 임원은 정치적 책임 운운하며 무책임하게 사퇴하고 말았다.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의헌 직무대행체제는 55차 대의원대회 결정을 근거로 11월 15일 7기 집행부를 간선제로 선출한다는 선거공고를 냈다. 그러나 좌파노동자회 소속 민주노총 대의원과 중집성원이 민주노총 사무총국에 55차 대의원 대회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하고 확인한 결과 무자격 대의원의 대리 출석 등 불법과 부정이 확인되었다. 11월 22일 열린 중집위에서 진상조사위가 구성되었고 1주일 후인 11월 29일 중집위에서 55차 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유회되었음을 확인하고 간선제로 선출하려고 했던 7기 집행부 선거를 중단했다. 곧 이어 12월 11일 중앙위원회에서 정의헌 직무대행과 나머지 임원들까지 사퇴하고 백석근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비상대책위체제로 전환했다.

 

 

2.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는 즉각 실시돼야 한다!

 

 

여기까지 규약과 규정위반, 불법과 부정 등 파행적으로 진행되어 온 직선제 실시는 또 다시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6년 유예도 모자라 9년 유예를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폐기를 주장하는 것과 같다. 명분상 드러내 내놓고 직선제폐기안을 주장하지 못하니 솔직하지 못하게 계속 유예시키는 방식으로 물 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한 결과 사실로 판명되어 대의원대회는 안건 처리는 무효화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55차 대의원대회 대회를 성원 부족으로 유회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또 다시 직선제 유예안을 상정시킬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직선제유예 규약이 연이은 대의원대회 유회로 개정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간선제 회귀 시도는 사실상 끝났다. 특히 불법 부정한 방법으로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규약개정안은 다시 논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결’(최근 한국노총 대의원대회와 관련한 고등법원 판결, 상고포기로 확정됨)된 것이다. 따라서 2013년 1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7기 집행부를 선출하기 위한 직선제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현 비대위체제는 중앙위원회 결정이 자신들에게 직선제를 실시하는 임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또 다시 간선제로의 규약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3년 1월 1일부터 3년 임기의 직선제임기는 시작되었다. 다만 전 집행부의 잘못으로 집행부를 선출하지 못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권력공백이 생겨 비대위체제를 세웠을 뿐이다. 따라서 비대위 체제는 정상적인 집행권력을 하루 빨리 세울 임무가 있다. 비대위가 이것은 하고 저것은 안하고 그런 것은 없다. 민주노총 17년 역사상 여러 차례의 비상대책위나 직무대행체제가 있었지만 특정 역할만 부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그 기간이 단기적이라서 집행체계가 취약하니 무조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편 적도 없다. 어떤 때는 3년 임기 중 위원장이 2년 넘게 구속되어 있었지만 수석부위원장의 위원장 직무대행체제로도 사업과 투쟁을 집행했다. 7기 집행부 직선 임기인 2013.1.1~2015.12.31(3년) 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규약을 바꿔 간선제 집행부를 선출할 수 없다.

 

2013년 1월 17일 현재 민주노총 비상대책위는 직선제 실시를 임무로 부여받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규약을 간선제로 개정하고 직선제실시를 유예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난 1월 10~11일 중앙집행위원 수련회를 통해 직선제 2년 유예안, 3월 간선제 선거를 통한 1년 9월 임기의 간선집행부를 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규약규정 위배를 배제해 놓고서라도 향후 2년간 또 유예할 경우 직선제 실시는 점점 더 불투명해진다. 구체적인 실시시기인 내년에는 중집위 구성이 또 달라진다. 이 경우 산별노조(연맹)가 또 다른 사정이나 조건을 제시하며 직선제 실시가 어렵다거나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간선제로 뽑힌 위원장이 앞의 두 위원장들처럼 직선제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직무유기로 일관하다가 직선제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에 빠뜨린 뒤 정치적 책임으로 사퇴 운운하면서 직선제를 또 다시 무산시키면 방법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올해는 박근혜정권이 들어서고 탐색전 또는 정지의 시간이 되겠지만 내년부터는 자본가권력의 총공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정권은 부루주아 자본주의경제체제와 성장논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재정여력이 없다. 그들의 조세, 금융, 주택, 물가, 고용정책은 당연히 친자본 반노동을 근간으로 한다. 여기다 자본주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세계경제정세는 총자본의 총노동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을 제도와 폭력을 통해 탄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노동계급 내 분할지배를 공고히 함으로써 단결을 와해시키고 추가착취와 잉여이윤창출을 통한 자본주의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화는 이미 그들 국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통화증발과 인플레를 통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를 강화할 금융경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운 화폐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국가간 통화전쟁은 더 격화될 것이고 한국은 변동환율제 속에서 국제통화로서의 지위가 취약해 원고현상이 반복되고 수출중심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3%를 밑도는 경제성장 목표는 사상살 주택 등 경기부양정책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거기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400만 실업자 1000만이 넘는 알바, 비정규노동자들까지 빈곤화와 양극화 확대 등 올 하반기로부터 시작해 내년부터는 노동과 자본의 격돌이 예상된다. 이 경우 민주노총의 직선제실시는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내년에는 정세가 더 어려워지니 올 해 실시하라는 주장만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민주노총의 규약과 규정을 준수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약속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규약과 규정을 위반하고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계속 위반한다면 투쟁력과 조직력 약화에 더해 민주노총 스스로 몰락을 자초할 뿐이다.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현장 조합원들을 더더욱 무관심과 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내일(1.18)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는 규약과 규정을 위반하거나 일반 민주주의 원칙과 법률을 위반하는 결정이 없어야 한다. 지난 중집위 경정이 잘못되었으면 수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을 그대로 1월 24일 대의원대회에 상정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압박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혁신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걱정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직선제에 관심 없다’거나 ‘민주노총 상층 집행부에 무관심하다’는 등의 아무런 근거를 퍼뜨리면서 직선제를 폐기하려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 잘하겠다고 얼버무리는 것은 똑 같은 반복이다. 앞에서 잘못한 문제를 지적하고 조직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민주노총 비대위와 중앙집행위는 이제까지의 잘못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3. 맺는 말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서 옷을 꿰맬 수는 없다. 정권교체기 인수위 대응 투쟁 등 향후 박근혜 정권과 맞서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규약과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서로 양해하고 지나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명분과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 동안 직선제 실시를 회피하기 위해 직선제실시의 실무적 어려움만 두툼한 자료를 만든 탁상공론과 관료주의가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과 소통하면서 직선제 실시를 통해 당면투쟁과 조직력 복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직선제의 어려움을 나열하는 따위의 책임회피가 아니라 지난 시기 규약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55차 대의원대회에 대한 명확한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법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지혜가 발휘되어야 한다.

 

내일 중앙집행위는 1월 24일 대의원대회에 ‘최소한 빠른 시일(1년) 안에 직선제 실시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는 내용으로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대의원대회 통과 후 즉각적인 직선제 실시에 착수해야 한다. 이제 직선제 실시에 대한 논란을 끝내야 한다. 직선제를 실시하면서 조합원과 소통해야 한다. 고용과 임금,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 냉소와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노개투 총파업 이후, 특히 IMF외환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공세에 짓밟혀 온 노동자들과 함께 다시 투쟁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을 혁신해야 한다. 직선제는 민주노총 혁신의 최소한의 요구이자 기본적인 원칙이며 조합원에 대한 약속 이행이다.

 

 

* 발제 : 허영구(좌파노동자회 상임대표), 토론 : 양성윤(민주노총 전부위원장 : 민주노총 직선제 경과보고 및 의견), 이상진(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 : 민주노총 비대위의 의견 및 입장)

 

(2013.1.17.목, 좌파노동자회 주최 토론회, <민주노총 혁신과 직선제 과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민주노총 15층 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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