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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弔 民主勞總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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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1일 10시 43분 05초

일본은 노총이 먼저 죽었다. 사회당 계열의 ‘총평’이 먼저 무너져서 ‘렝고’로 옮겨간 뒤, 뒷심을 잃어버린 사회당이 무너졌다.

남한은 진보정당이 먼저 죽었다. ‘민노당’이 두 쪼가리가 나더니 그게 ‘통진당’으로 탈바꿈한 것이 기어이 탈이 나서 당대회 사회자가 머리 끄뎅이를 잡혔다.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에서 난투극이 벌어진 것처럼.

그리고 이제는 ‘노총이 죽을 차례’인갑다... 잿빛 하늘을 바라보고는 했는데,

어젠가,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까지 고쳐서 “직선제 3년 유예”를 압도적 다수(68%)로 통과시켰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 문제를 대응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경우의 數’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민주노총이 죽었다고 단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제의 대의원 대다수(68%)는 현실주의자들이었던 것 같다. “현실 여건으로 봐서 너무 사정이 어렵다. 그러니 어쩌겠느냐. 상층부 사람들 사정을 봐 줘야지.”

무슨 사물이든, 더더구나 사회적 事物의 경우, 어김없이 여러 측면을 갖고 있다. 실무 진행에서 까다로운 점이 여럿 있다는 것, 그러나 [사회적] 사물에는 다른, 더 중요한 측면도 있다.

그 분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더라면, 왜 3년 전에는 “직선제를 실시한다”고 규약까지 만들어 넣었단 말이냐고. 3년 전에 그 규약을 만든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었던가?

왜 ‘직선제’로 가겠다고 했는가? [참고로 영국의 노총은 아마 60만명이라던가 70만명이라던가 하는 조합원들이 직선을 한다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무너지는 꼴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어 ‘일대 결단’을 내렸던 것 아닌가? ‘사회를 바꾸자’는 운동은 그런 결단들이 모여서 이뤄내는 것 아닌가? 자기 조직을 바꿔낼 힘도 없으면서 무슨 사회를 바꾼다는 말인가.

‘직선제’를 결의한 3년전의 민노총 대의원들이 정신 나갔던 것인가, 다시 ‘3년을 유예’하자는 지금의 대의원들이 넋이 나간 것인가?

 

현 위원장은 이것 해내지 못한 책임을 진다며 사퇴의사를 몇 주 전에 밝혔다. ‘없었던 일’이 되었으니 면죄부를 받았다며 슬며서 사퇴 의사를 도로 거둬들일지도 모른다.

위원장이 사퇴하면 ‘비대위’를 꾸려야 하고(꾸리면 되고), ‘비대위’는 무엇이든 결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칼을 빼서 무나 홍당무라도 벨 수 있다. 3년간을 탱자 탱자 하면서 지낸 뒤에 ‘직선제 어렵다’고 들이밀었는데, 그래서 ‘막 가자’고 하는데, 우리는 노동관료들에게 최대한으로 양보한다 하더라도, “그냥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 ‘막 나가는’ 짓이었다.

“위원장 직선은 늦추더라도 그 대신, 대의원 직선제의 변혁이라도 실천해 보자”고, 고심 끝의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규약 개정건이었으므로 직선제를 유예하려면 3분의 2를 넘겨야 했다. 여러 정파 중에 어느 정파라도 조금만 애썼더라면 막아낼 수(2%를 줄일 수) 있었다. 68%의 찬성은, 어느 정파도 나 몰라라 방치했고, 아니 모든 정파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직선제 유예’ 흐름에 함께 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여전히 ‘정파’의 존립을 운동의 존립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민주노총이라면 ‘사망(死亡)으로의 길’을 피할 면역력이 있을 리 없다. 다음에 들어올 자본의 공세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일본의 ‘렝고’처럼) 합치게 하는 길>일 터인데, 그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막아낼 힘이 민주노총 안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대대가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래가 훤히 내다 보이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태도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무엇이든 해낼 것을 기대하면서 그 틀 안에 갇혀 있을 것인지, 엄동설한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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