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학생들을 획일적 '학습노동'으로 몰아넣는
전국 일제고사 시행을 즉각 중단하라!
오는 3월 6일이면 전국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16개 시․도 교육감 합의에 의한 '전국연합진단평가', 이른바 일제고사를 치르게 된다. 서점에는 일찌감치 진단평가 대비 문제집이 산더미처럼 깔렸고 학원가도 이제 갓 배치고사를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진단평가 대비를 위한 집중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에 학생들의 학업 부담 경감을 위해 사라졌던 일제고사가 다시 부활되어 학생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이번 일제고사가 단순히 학업성취도를 진단하고 이에 맞는 지원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 평가의 결과에 따라 학생들은 학기 초부터 무언가를 배우기도 전에 서열화부터 될 수밖에 없으며 학생 뿐 아니라 학교까지 서열 평가가 되어 평준화의 의미를 사실상 해체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학교 교육까지 획일화하는 획일적인 진단평가
교육 당국은 "이번 평가를 통해 중학생의 교과별 학력에 대한 진단 자료와 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 중학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를 비롯한 학교 교육과정 관리의 강화를 위한 평가문항의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다섯 과목만을 객관식 문항으로 획일적으로 평가한 자료가 중학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당국이 진정으로 중학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편할 의지가 있다면 현재와 같은 지식위주, 입시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국어, 영어, 수학에 한정되지 않는 학생들의 무한한 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유럽의 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획일적인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 학생들의 무한한 창의력을 개발하는데 매진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전국적인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평가하고 한정된 과목에서 단편적으로 학습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당국의 처사는 그야말로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무식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일제고사의 시행으로 인해 이제 학생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습은 커녕 획일적인 평가기준에 맞추기 위한 '학습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치러지는 평가 시험에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일제고사에서 수능에 이르기까지 초중고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전국적인 평가시험에 포함되지 않는 교과목들 역시 앞으로 더욱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파행을 야기하면서 어떻게 '전인교육'을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지식을 알고 있는 것보다 알고 있는 지식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갈수록 더욱 중요해 지는 시대를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평가가 아닌 창의적 교육과정 개발에 힘쓰라.
3월 6일에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 진단평가가, 같은 날 중학교 2,3학년들에게는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치러질 예정이며 11일에는 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오는 10월과 12월에는 중학교 3학년부터 1,2학년 학생들까지 또 한 번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루어야 한다.
본래 평가는 '얼마나 아는 지'를 확인하고 그 기준을 통해 학생들을 서열화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학생 개인이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생 각자의 재능과 개별 교과에 대한 관심도나 이해도가 상이한 학생들을 10년 전 방식으로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교육과정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발상은 결국 사교육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교육 당국은 즉각 퇴행적인 전국 진단평가 계획을 철수하고 5지선다형 답안에 얽매이지 않을 창의적인 교육방법과 다양한 평가방식 개발에 힘써야 한다.
이와 같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강력한 투쟁을 통해 공교육이 제 길을 찾을 때까지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끝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결의하는 바이다.
2008년 3월 5일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민중학부모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