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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사태에 대하여
해방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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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10일 16시 52분 20초

[논평]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사태에 대하여

 

 

1.  5월 2일, 조준호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장의 언론폭로로 총선 후보선출과정에서의 부정선거가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 직후 이정희 공동대표는 일견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듯 했으나 다음날 태도를 바꿔 당권을 사수하기 위한 몸부림에 들어갔다. 이후 이석기의 당권 흥정 폭로, 김재연의 비례국회의원 사퇴 거부, 생방송되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의 파행 등으로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소위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주장 중 적절한 절차와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부실조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심각한 부정선거가 자행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2. 부정선거가 폭로되면서, 일부에서는 ‘똥물을 얻어맞은 것 같다’, ‘통진당뿐 아니라 전체 운동에 심각한 좌절과 타격을 주는 일이 발생하였다’, ‘현장에서 냉소가 다시 확산될 것이다’라고 하는 등 이러저러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라는 사태의 한 측면만을 본 것이다. 부정선거 폭로로 통합진보당은 자멸하는 길을 걷고 있지만, 부정선거는 어떠한 방식을 써서라도 노동자계급을 배신하고 자본가들과의 동거에 들어가고자 몸부리친 통합진보당의 탄생에서부터 그 씨앗이 잉태되어 있었다. 우리는 기관지, “해방” 70호를 통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가장 전성기에 있었던 2004년 이후 우경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판받던 민주노동당은, 아예 우경화의 정도를 넘어 신자유주의세력과 통합하여 통합진보당을 창당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갔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당권파를 비판하며 분당까지 감행했던 진보신당 당권파도 합류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과 이해를 같이 하는 민주노총내 상층 관료들과 함께 민주노총을 자신들의 지지도구로 만들려고 획책하였다. 이들이 통합진보당을 창당하였을 때 이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음은 조금이라도 사태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쉽게 드러나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이들은 민주통합당과 총선에서의 후보단일화로 나아갔으며, 이런 기조로 총선을 치뤄, 자신들이 자유주의정당과 정치적으로 별 차이 없는 세력임을 드러내었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조직적으로 별개의 정당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미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통합당의 좌파분파에 불과하다.”(성두현, “부르주아정치, 소부르주아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사회주의노동자정치만이 대안이다”)

부정선거는 단지 기본적 상식도 안 되어있던 사람들의 예외적 돌출행동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자성을 파괴하면서까지 자본가계급과의 민주대연합, 야권연대에 골몰하던, 노동자계급을 배신한 자들의 정치에서 나온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요컨대 고였던 고름이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하다.

 

3. 민주노총은 매우 신속하게 움직여, 16개의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지난 5월 3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쇄신안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 탈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미 비례후보 8번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과 11번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전 위원장이 비례순번에서 사퇴하였다. 민주노총은 내일로 다가온 11일 중집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추진하였고,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한 몸이 되어, 민주대연합,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축을 담당하였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말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는 것이라면, 이런 썩어문드러진 세력과 한 몸이 되어서 추진하였던 정치행보 전반에 대해서 철저한 반성과 이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이 구제불능의 상태로 가자 “도마뱀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민주대연합, 야권연대를 주도하고 통합진보당 지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관철시키려고 하였던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이 없는 기만적인 태도이다.

 

4. 한편 일부 세력은 통합진보당의 몰락을 기회로 소위 좌파, 진보세력을 모아서 “진보좌파정당”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미 진보신당 계열의 여러 인물들이 이러한 입장에서 대동소이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진보좌파정당”을 이야기하는 흐름은 통진당의 자멸 속에서 생겨난 공백에 과거 민주노동당 수준의 정당을 축소된 형태로 재현하려는 시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전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이고, 노동자계급의 운동에 또 다른 장애와 연막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앞서 2.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진당의 부정선거 사태를 보면서 노동자계급 전반이 노동자계급정치에 대한 실망과 냉소로 빠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상층관료의 배신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운동이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인식한 노동자계급에 의해 빠른 속도로 다시 복원, 고양되고, 오히려 더욱더 강화된다는 점이다. ‘민주대연합’에 의해 득을 보는 세력이 노동자계급이 아니며, 득을 보는 것은 자신들을 이용해 부르주아지로부터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세력일 뿐이라는 점을 노동자계급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매일 매일의 생생한 경험이 이를 의식하게 만들 것이다. 역사의 경험이 보여주는 대로 배신자들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갖은 기만책으로 발버둥치겠지만 노동자계급은 바보가 아니다.”(성두현, “부르주아정치, 소부르주아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사회주의노동자정치만이 대안이다”)

 

6. 수십년의 정치세력화 운동, 10여년의 노동자 진보정당 운동의 성과들이 노동자계급을 배신한 세력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좌절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현실은 너무 냉혹하며, 노동자계급을 옭죄는 자본주의의 모순은 급속도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시대는 노동자계급에게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자각, 새로운 분기를 객관적 필연으로서 제기하고 있다.

이미 자멸하고 있는 “진보”정치를 짜깁기한 구태의연한 운동이 아니라, 이제는 새로운 질의 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반대하면서도 민주대연합에는 찬성하는 불철저한 태도, 반자본주의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으면서 반신자유주의를 되뇌는 태도, 말로만 사회주의자연하면서 실제 실천과 구체적 전망에서는 사회주의를 이야기하지 않는 태도는 또다시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전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뿐이다.

이제, 노동자계급의 독자성을 확고히 하면서, 명확히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노동해방, 사회주의를 목표로 투쟁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이 길이 노동자계급이 승리하는 길이다.

 

2012년 5월 10일
노동해방실천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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