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동운동의 기록을 미루지 말자!
허영구 (노동자역사 한내 이사)
작년 12월 26일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기록들 :1991.6~2003.4>(삶이 보이는 창)이란 제목의 1068쪽에 달하는 자료집을 펴냈다.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연설문, 발제문, 토론문, 인터뷰, 기고문 등 800건이 넘는 기록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당시에는 손으로 썼거나 전동타자기로 친 것들이 많아서 별도의 타이핑작업을 거쳤다. 2004년 출판사에 넘겼는데 교정쇄를 받아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7년 만에 책으로 펴냈다. 2003년 이후에도 노동을 비롯한 시사문제나 연설문등을 끊임없이 기록하였다. 2003~4년에는 3권의 수필집으로 묶었고 이후에도 8년째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여건이 되면 또 한권의 자료집으로 묶을까 생각 중이다. 거기 더해 2006년 4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조․중․동을 비롯해 자본신문기사중 노동기사를 중심으로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일반사설을 중심으로 비판기사를 작성하여 인터넷에 올렸다. 6년 1800여일동안 많은 기사내용에 대해 비판했다. 아마도 2000쪽은 넘을 듯싶다.
1989년 사업장에서 노조위원장을 시작했을 때 매주 노보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4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노보를 발간했고 4권의 노보모음집을 발간했다. 상당수의 기사나 내용들을 직접 작성했다. 연설문 등은 1991년 7월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했다. 투쟁현장이나 각종행사에서 했던 연설은 밤늦게 집에 돌아와 작성해 두거나 늦어도 메모한 것을 토대로 다음 날이라도 꼭 정리해 뒀다. 감옥에 있는 동지들에게 보낸 편지를 한 부 복사해 남겼고 받은 답장은 보관하고 있다. 같이 엮으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복사기가 없던 젊은 시절 친구들에게 편지 보낼 때 먹지를 밑에 대고 편지를 쓴 다음 한 장은 남겨두었다. 그런 경험으로 구속된 동지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관하였다. 1980년 서울의 봄 시내를 헤집고 다니며 시위를 할 때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던 문고판 내용을 독서카드로 요약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년이 넘도록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3000쪽이 넘는 요약된 독서카드를 정리했다.
민주노총에서 1~5대(보궐 포함) 부위원장을 거치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기록을 남겼지만 민주노총위원장의 기록이 남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다른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에 자료집을 발간하면서 민주노총 전․현직 임원들이나 노조활동가들이 늦기 전에 노동운동의 기록들을 정리하길 바랐고 자극을 주고 싶었다. 민주노조운동과 민주노총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의 기록은 매우 소중하다. 기록은 소중한 역사일 뿐 아니라 승리를 향한 전망을 매일매일 확인하는 일이다. 30여년의 운동과정에서 나는 변혁의 전망을 내팽개치고 변절과 배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눈으로 지켜봤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인들 그런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겠는가? 기록은 자신과의 약속을 다지는 일이다. 현재의 노동운동위기에서 볼 때 기록을 정리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기록은 역사고 노동해방의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