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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신문 84호] ‘재벌해체’, 급진적 수사가 은폐하는 반동적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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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07일 00시 18분 50초

‘재벌해체’,
급진적 수사가 은폐하는 반동적 실상!




한국 사회가 용광로처럼 변혁의 열기로 들끓고 있는가? 이명박 정권은 그 동안 기업 프렌들리라고 해서 노골적으로 자본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서일까? 이제는 박근혜의 새누리당 조차 총선 공약으로 재벌개혁을 내걸고, 이에 뒤질세라 민주통합당에서는 더 쎈 내용의 재벌개혁을 내걸고 있다. 심지어 통합진보당은 재벌개혁 수준이 아니라 ‘재벌해체’라는 무시무시한 공약까지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에서는 여야 3당이 추진 중인 재벌개혁 공약이 “제왕적 경영 시스템에는 침묵하는 불충분한 처방”이라며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너도 나도 재벌개혁, 더 나아가 재벌해체까지 내걸고 나서자 자본진영에서는 “재벌은 공공의 적인가?”라며 재벌에 대한 집중 공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한 우익 인사는 “삼성 현대차그룹 해체해도 문제없나? 재벌 해체하고 안철수식 안방기업 만개 만들자니 시장경제 판 깨자는 불순한 선동, 지금이 혁명전야인가”(이의춘 편집국장, 이데일리, 2011.12.15)라며 화들짝 놀라며 짐짓 혁명의 공포에 벌벌 떠는 체 한다. 재벌에 대한 요구들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사회주의식 경제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진보정당’은 물론이고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 조차도 ‘반자본주의’ 정치세력이 되어 재벌을 공격하고 있는 것인가?

왜 지금 선거에 출마한 당들이 앞 다퉈 재벌을 규제하는 공약들을 들고 나서고 있는가? 4.11 총선을 앞두고 제기되고 있는 재벌관련 공약들은 재벌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를 담고 있다. 이 분노를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수렴하여 표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재벌은 주요 산업, 상업뿐만 아니라 제과점, 커피점은 물론이고 빵집, 떡볶이 집까지 진출해서 재래시장, 노점상 등 영세상인과 중소상공인들을 대량 파산으로 내몰았다.

재벌들은 기업을 지배하고 자식들에게 기업권력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탈세, 주가조작 및 비자금, 불법로비 등 비리, 사기 등으로 대중들의 거센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데도 거대 범죄 집단인 재벌들은 언제나 추악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처벌을 면하거나 부분적으로 처벌을 받더라도 곧바로 사면조치를 받는 반면에, 돈 없고 빽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사소한 ‘죄’로도 벌금을 내거나 감빵으로 간다.

재벌들이 노동자들에게 자행하는 악랄한 착취와 탄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쪽에서는 정리해고로 고통 받으며 자살하고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재벌들은 수백억, 수천억을 벌어들이며 부와 권세를 누리고 이를 대대손손 영구세습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재벌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렇다면 앞 다퉈 ‘반자본주의 전사’로 나서며 재벌을 때려잡겠다는 정치권에 대해 노동자들은 찬사와 지지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재벌개혁이 됐든 좀 더 과격하게 보이는 재벌해체를 내걸고 있든지 간에 이러한 요구들은 전혀 진보적이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반동적이기도 하다.


재벌(財閥)과 재벌체제의 실상


재벌, 재벌총수, 재벌가문이라는 말을 매일 같이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재벌(財閥)이나 재벌체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재벌은 여러 개 대기업 집단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초대형 기업집단이다. 재벌은 거대 은행과 산업을 결합해서 산업전반을 지배하고 그 경제적 힘을 기초로 문화, 교육, 언론, 사법, 정치 등 자본주의 전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며 사회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이것이 바로 금융과두제(金融寡頭制)라고 하는 한 줌도 안 되는 독점자본 체제이다.

흔히들 재벌은 가족, 친족집단이 인적으로 결합하여 지배하는 ‘기형적’인 형태의 거대자본 집단이라고들 한다. 그러면 과연 재벌은 패전 이전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양의 정실 자본주의의 산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재벌체제는 모든 독점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업형태이다. 자본은 집적(자본증식을 통한 이윤축적으로 자본 확대), 집중(인수합병으로 자본 확대)을 통해 독점을 강화하는데, 재벌은 이른바 콘체른(Konzern)이라고 하여 독점이 최고조에 달한 초거대 기업이다.

이 독점자본은 한 줌도 안 되는 독점 자본가 일파가 지배권을 가지고 있다. 이 일파는 모두 혈족, 친족이 계열사를 나눠 먹기 식으로 지배하고 심지어 재벌 간, 유력 정치가 집안과 정략결혼으로 촘촘하게 지배권력을 강화한다. 재벌은 기업 상속을 통해 이 지배권을 대대손손 대물림한다. 삼성, 현대, SK, LG 등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독점자본이 모두 재벌가(財閥家) 소유이다. 록펠러, 로스차일드, 모건, 포드, 미쓰이, 미쯔비시, 스미모토 같은 전 세계 초거대 독점자본도 마찬가지로 재벌가가 소유하고 지배한다.

이중 미국만 보더라도 엑슨 모빌, IBM·인디애나 스탠더드 오일·소칼을 소유하고 있는 록펠러 가문과 GM·텍사코·듀폰·GE를 소유하고 있는 모건 이 두 가문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지배하고 더 나아가 미국 사회 전체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20세기 첫 대통령인 매킨리 이후 레이건에 이르기까지 각료 자리 366개가 있었는데 290개, 즉 79%가 두 가문의 사람으로 심어졌다고 한다. 두 가문의 지배사가 바로 20세기 미국사라는 말도 있다.(히로세 다카시, <제1권력 >, 프로메테우스, 이규원 옮김, 조우석 문화평론가 서평 참고)

이들 독점자본들이 미제국주의의 실질적인 지배자들로서 미국 제국주의의 자국민에 대한 지배와 살육과 약탈로 얼룩진 제국주의 전쟁을 추동하는 실질적 배후세력인 것이다.

소부르주아 재벌개혁론자들은 외국의 거대기업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전문경영인 체제이기 때문에 한국의 재벌과 다르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의 재벌은 재벌총수가 경영을 총지배한다고 하지만 전문경영인들을 고용하지 않는가? 한국의 재벌도 전문경영인들을 앞세워서 ‘전문적’인 노동자 착취를 하고 있다.

정몽준을 보더라도 정치권으로 진입해 있으면서 실질적인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는 듯 하지만 소유권을 가지고 현대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외국 재벌역시 형식적으로는 소유만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지배를 하고 있다. 어느 나라이든지 전문경영인은 재벌이 고용한 사장에 불과한 고위 착취자로 재벌의 요구를 받들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현대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기업 형태는 주식회사이다. 주식회사의 총지배자인 재벌총수는 ‘관리노동’과 ‘감독노동’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재벌총수는 자신의 지배 아래 최말단 관리층부터 시작해서 중간 관리인, 지배인을 두고 그 최고위 상층에 전문경영인을 둔다. 그리고 이사진과 감사진도 최고위 관리층에 속하는데 맑스의 말을 따르자면, 이들의 관리와 감독은 사실상 주식사기를 통한 주주들을 약탈해 치부하는 약탈자로서의 기능들이다. 독점자본은 이 관리와 감독을 한층 더 체계화하고 위계화 하여 원청자본 자본 내부에서 단계별 관리와 감독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하청, 재하청, 소사장 형태로 이 기능을 한층 더 촘촘하게 한다.

이러한 먹이사슬 구도의 맨 아래에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1차, 2차, 3차 하청 노동자들과 일용직, 실습생들이 있다. 주주약탈의 기초 역시 노동자 착취인데 노동자에 대한 악랄한 착취를 효과적으로 하면 할수록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이를 통해 주식배당, 주식약탈액은 더 늘어난다. 중간 관리자, 하청사장들의 보너스, 도급단가는 올라가고, 배당과 월급 형태로 상층 관리인, 지배인들은 수십, 수백억 원을 벌어들인다.

이것이 바로 독점자본주의 국가 모두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는 재벌과 재벌체제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바로 착취와 사기, 범죄에 기초해서 거대한 부를 쌓고 지배를 유지하고, 그것을 대대손손 세습하는 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적나라한 실상이다.


‘경제 민주화’가 독점과 재벌지배력을 약화시키는가?


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완화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 한국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재벌해체라는 과격한 요구를 내걸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재벌을 3천개 기업 집단으로 쪼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역시 재벌해체 공약을 당장 이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대신에 순환출자 금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경제 민주화’ 요구가 재벌의 경제력 집중(독점)을 막을 수 있는가?

경제영역에서의 ‘1인 1표’라는 ‘주식 민주주의’로는 재벌의 지배권을 조금도 약화시키지 못한다. 반대로 주식회사 제도는 소액주주를 끌어들여 재벌의 기업지배권을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소액주주대표 소송제’가 있다고 해도 주식은 매매되기 때문에 재벌은 얼마든지 개별 주식을 하나로 집중시켜 지배권을 유지, 강화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연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를 통한 재벌 경영감시로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2011년 4월 이명박 정부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역시 “연기금이 대기업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연기금을 통한 주주권 행사로는 재벌의 기업 지배권을 빼앗지 못한다. 대신에 연기금으로 재벌기업에 주식투자를 하는 식이 되어 재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주고 자칫 경영이 악화되면 노동자들의 노후보장을 위한 연기금이 통째로 고갈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 기업의 안정적 운영과 번영을 위해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 ‘경영 민주화’라는 명목으로 노조가 참여하는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에게 자사주를 보유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소유의식을 높이는 것, 기업에 대한 충성심과 근로의욕을 높이는 것, 장기적으로 고정된 주주를 확보하여 주가의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는 것, 노사 간 협조를 도모하는 것” 등을 목표로 설립됐다.

우리사주조합이나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는 무상주는 노조나 조합원들이 회사 운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는 ‘노예적’인 주인의식을 불러일으켜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파업을 자제하도록 하여 투쟁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게다가 노조가 회사 운영의 동반자가 됐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자본의 노동자 착취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파괴적인 노사협조주의를 낳고 있다. 기업은 여기에 우리사주조합이 참여하는 주식 덕택에 주가의 안정성을 유지하여 회사 경영에 커다란 도움을 받기조차 한다.

개별 재벌들은 평소 인사, 경영권은 회사의 고유한 권리라는 확고한 부르주아적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인사, 경영권 침해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연기금을 통한 대기업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해 “합법적인 주주권 행사라면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이건희가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민주화’ 주장의 허점을 간파하면서 장하준 처럼 ‘국유화’를 주장하며 보다 ‘급진적’인 요구를 하는 학자도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인 장하준은 ‘진보인사’로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서 실은 더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는 소부르주아 학자다. 장하준은 “‘삼성생명 국유화’ 요구하는 정치적 상상력 필요하다”(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수 인터뷰, 프레시안, 2012-03-25)고 주장하고 있다.

장하준은 이 기사에서 1인 1표의 원리를 경제민주화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논리로 이는 1% 소유로 삼성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이건희에게 역으로 놀아날 수 있으며 자칫 "재벌 해체는 투기 자본을 위한 잔칫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하준은 현재의 재벌개혁 요구의 핵심인 ‘경제민주화’ 요구는 틀렸다고 비판하면서 “'1인 1표'의 원리가 작동하는 영역, 바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여 투기자본을 막아내고 재벌독점을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삼성생명 국유화와 삼성전자 경영권을 맞바꾸는 빅딜, 나도 지지한다. 이런 식의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하준의 정치적 상상력 역시 빈곤하기 이를 데 없다.

경제영역에서의 1인 1표 같은 ‘경제 민주화’가 재벌의 독점을 전혀 훼손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치영역에서의 1인 1표인 보통선거제 역시 독점자본의 정치적 지배를 전혀 손상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현대 독점자본주의 체제는 1인 1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제를 통해 평등한 정치로 가장하고, 정기적 선거로 선출되는 권력자들을 독점자본에 봉사하는 대리인으로 만들어 독점자본의 안정적인 지배를 관철하고 재생산한다.

장하준이 말하는 1인 1표라는 ‘정치 민주화’로 선출된 정부 역시 바로 자본가 정부에 불과한 것이다. 사민주의 정부 역시도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위기에서 자본주의를 구출하는 구세주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그리스 사회당, 2011년 말 우익정당에게 권력을 빼앗긴 스페인 사회당이 자본주의 공황 시기에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반노동자, 반민중적 억압을 가한 사실을 보라! 장하준은 자본주의 국가 자체는 평등하고 중립적인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투쟁을 가로막고 투쟁심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독점자본주의 체제에 간접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말하는 ‘재벌해체’는 실제 자본주의 역사에서 특수한 시기 동안 실제로 단행된 적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뒤 독일과 일본을 점령한 미제국주의는 파시즘의 부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파시즘의 배후에 있는 재벌해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파격적인 조치들도 독점자본이 다시 생겨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지금 독일과 일본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 역시 콘체른, 재벌이라고 부르는 초거대 독점자본이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 역시 97년 경제공황이 터졌을 때 한국의 재벌체제가 금융위기를 낳았다면서 재벌해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92년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 재벌해체라는 파격적 공약을 발표한 적이 있었던 정주영은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왕자의 난’을 진압하고자 2000년 5월 31일 현대그룹을 해체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실제 그해 9월 현대차가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오고, 현대중공업도 2002년 2월 분리됨으로써 현대그룹이 사실상 해체됐다. 그러나 현대차는 파산한 기아차를 인수하고, 부품사, 물류사, 광고사, 제2금융권 등 문어발식 확장으로 현대차그룹이 됐다. 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로 그룹이 됐다. 현대재벌 일족들의 추악한 재산분할 다툼으로 일시적으로 완화됐던 독점이 다시 강화된 것이다.

이러한 재벌 일파간의 재산분할을 둘러싼 다툼은 이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차 회장 정몽구와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간의 ‘시형과 제수의 전쟁’으로 또 다시 재현됐다. 그리고 마침내 재벌 일족 간 다툼에서 독점력을 가지고 있었던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 그룹과의 집중(인수합병)을 둘러싼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경쟁전은 혈족 간 피의 혈투를 부르는데 2005년 LG재벌도 LG와 GS로 분리됐고, 최근 삼성그룹 내에서도 이재용과 이부진 남매간에 재벌 경영권 상속을 둘러싼 추악한 전쟁이 발생하고 있다.

대우차가 ‘세계경영’에 나섰다가 파산을 당하고 GM에 인수당하고, 해태, 거평, 한라그룹이 파산으로 몰락했듯, 독점자본 간에도 치열한 경쟁전(競爭戰)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전쟁에서 패배하면 독점자본도 언제든지 파산할 수 있다. 이 독점자본 간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본은 파산한 자본을 인수함으로써 독점을 더 강화하여 초거대 자본으로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점을 강화하지 않으면 다른 독점기업과의 경쟁에서 파산해서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은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인 경제법칙으로 나타난다.

김대중정권이 추진한 재벌개혁 정책 중 업종전문화는 현대그룹의 해체로 현실화되기도 했는데 결국 새로운 현대차그룹이 탄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자본주의에서 독점화는 공정거래법(독점금지법), 재벌규제법 같이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각종 법률로도, 정책으로도, 정권의 의지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재벌개혁이 됐든, 더 급진적으로 보이는 재벌해체가 됐든 독점자본이 독점을 강화하고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에서 말하는 재벌을 3천개 기업집단으로 쪼개겠다는 공약은 자본주의 헌법에 명시된 사적소유권을 바탕으로 해서 영업비밀보장으로 이윤을 은폐하고 분식회계 같은 사기술로 지배력을 높이는 재벌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없다. 순환출자 금지가 현실화 된다고 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제한이나 금지로 개별 재벌에게는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타격이 가해질 수 있지만 합법적인 지주회사 설립으로 모(母)회사, 자(子)회사, 손(孫)회사를 통해 수직적으로 계열사 지배를 하는 독점자본의 지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집적, 집중을 통한 독점강화는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인 법칙이다. 자본주의 생산양식 내에서 자본주의 경제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재벌해체가 아니라 독점자본 몰수와 사회화다!


통합진보당이 재벌을 3천개 기업집단으로 쪼개겠다는 공약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반동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재벌 해체는 기존 재벌그룹을 구성하는 각각의 법인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그룹집단의 연결고리를 해체하자는 것”이라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말처럼 이 요구는 실제로는 소부르주아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 왔고, 김대중, 노무현정권이 시도했던 재벌개혁 정책에 다름 아니다.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이 말하는 경영참가, 공동결정제 역시 노사협조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자본과 노동의 모순을 은폐하는 요구에 불과하다.

금속노조에서도 마찬가지로 원하청 불공정 거래 중단, 부품업체 납품단가 인상 등 재벌개혁 요구를 내걸고 있는데 이 요구는 하청계열화로 재벌체제에 종속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하청자본가들을 위한 요구에 불과하다. 원청이 하청자본에 대해 불공정 거래를 중단하고 납품단가를 인상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연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원청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윤이 늘어나는 것이 곧바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명박정권도 주장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으면 하청자본의 이윤을 늘리는데 복무할 뿐이다.

이것은 직접적으로는 하청자본을 위한 요구이지만 근본적으로 재벌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누그러뜨려 독점자본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금속노조는 심지어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 시 부품업체에 대한 원청자본의 설비투자 지원 요구도 내걸고 있는데 이는 자동화, 생산 공정 합리화 같은 불변자본의 확충으로 이어져 비정규직 정리해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속노조는 몰계급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재벌개혁 요구 대신에 하청제도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것이다.

재벌과 공기업의 비효율적인 기업지배 구조가 한국 경제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보고 김대중 정부 시절 재벌개혁 일환으로 취해진 ‘경제 민주화’는 KT(당시 한국통신)와 KT&G의 민영화 조치로 나타났다. 이 조치에 대해 김상조, 김우찬, 김진방 등 재벌개혁에 앞장서는 이른바 ‘진보적 교수’들은 적극 환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벌개혁’의 결과는 3만여 명에 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강제적 ‘희망퇴직’과 외주화로 끝났다.(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 「재벌개혁의 이상과 현실」, 경향 칼럼, 2012-02-07 참고) 또한 수십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원통한 죽음으로 되돌아 왔다.

김대중정부의 업종전문화, 순환출자 및 상호지급 보증 해소 같은 재벌개혁 조치는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진출과 과잉중복 투자, 제2금융권 소유로 인한 은행의 사금고화로 인해 97년 공황이 났다고 보고 이를 시정하려 한 것이다. 자본의 문어발식 사업진출과 과잉중복 투자는 자본주의 발생 이래 집적과 집중으로 독점을 강화하는 자본 운동의 기본원리이며, 특히 독점자본주의 이후로 이러한 자본운동은 더 대규모로 가속화 됐다. 이러한 독점화에 실패하면 자본은 자본으로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은행의 사금고화 역시 자본주의 신용제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이 결합으로 독점을 강화하여 금융자본을 형성하는 자본운동의 법칙이다.

독일에서는 은행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며 금융과두 체제(콘체른)를 형성하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지배하며 금융과두 체제(즉 재벌체제)를 형성했다. 그러나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는 자본주의 과잉생산 공황이 닥쳐오면 산업자본의 파산과 더불어 산업자본에 대규모 자본을 공급한 은행의 동반파산을 낳고,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산업자본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더 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제1금융권) 소유를 막아 왔고, 산업자본은 대신에 보험사, 증권사 같은 제2금융권을 통해 은행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 왔다. 개별 재벌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산업자본이 제1금융인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개별 재벌에 의한 금산(금융과 산업)분리 완화 요구로 나타났는데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본가 정부에서는 이러한 금산분리 원칙이 경제위기 시에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동반부실을 막는 조치라고 생각하여 금지해 오다가 이마저도 끈질긴 재벌의 요구로 인해 점점 더 완화돼 왔다. 현재의 재벌개혁 요구는 재벌이 은행 소유를 제한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 개별 재벌의 이해와는 다를 수 있지만 총자본의 입장에서는 자본주의를 보다 안정화 할 수 있는 요구가 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이를 ‘독점자본의 합리화’ 정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재벌의 독점강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문어발식 확장과 과잉투자는 자본주의 위기 시에 과잉생산 공황으로 터져 나온다. 자본주의 공황도 ‘기형적’인 고삐 풀린 시장이나 재벌의 탐욕과 무절제라는 재벌체제의 문제 뒤에 도사리는 자본주의의 무정부성과 무계획성에 근본 원인이 있다. 결국 재벌체제는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것이 아니라 독점 자본주의 체제의 ‘정상적’인 모습 그 자체이다.

재벌개혁 요구는 독점자본의 합리화 정책으로 독점자본의 노동자 착취와 지배를 고도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또한 재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다른 데로 돌리고 독점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은폐하는 반동적인 요구에 불과하다. 재벌 때리기는 독점자본주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은폐하고 독점자본의 그 ‘비정상적’, 탐욕적 형태로만 돌려서 ‘정상성’을 회복하려는 그리하여 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영속적 지배를 가능하도록 하는 반동적인 요구이다.

재벌개혁, 재벌해체라는 요구로 노동자 민중을 기만하는 제 정당들이 유포하는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독점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변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어떠한 입법이나 정책을 다 동원한다 하더라도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생산의 사회화는 자본주의 변혁을 통해 계획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제공한다. 변혁을 통해 독점자본을 몰수하고 노동자 민중의 국가 수중으로 국유화 시켜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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