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적 진보정당 논의구도를 바꾸라!
1월 18일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변혁적 정치운동 진영의 정치토론이 실시된 이후, 이에 이어서 2월 13일 병원노동자희망터에서 ‘변혁적 진보정당 논의모임 제안자’ 명의로 논의모임이 개최되었다. 요즘 운수노조에 일이 많은 관계로 노동전선 사업주변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그때그때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치사업과 관련해서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노동전선이 관여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나의 의견을 분명히 제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형태의 논의 지속과 확대에 반대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런 형태의 논의모임이 지속되는 것에 반대한다. 함춘회관에서 토론회가 개최된 이후, 나는 회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몇 가지 느낌과 의견을 말했었다. 나는 그 글에서 나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이후 노동전선에서는 나의 의견과 제안에 대해서 전혀 고려치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명확하고 직설적인 형태로 나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함춘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1)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또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노동전선 내부 에서 토론을 진행치 않고, 외부토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내부의 회원토론을 거친 이후에 외부 정치토론에 참가하는 것이 왜 어려운가? 일부러 회피할 이유가 무엇인가? 설혹 급하게 토론회를 잡는다고 할지라도, 불충분하나마 회원에게 공지하고 간부와 참여 가능한 회원들로 해서 내부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로 토론이 진행된다면 전체 회원이 토론의 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해서 숙지하고 참여하고 동의하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님은 명확하다. 즉 회원들은 이러한 토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전선의 대표 등 주요 간부는 개인자격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제안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고, 회원들 역시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회원들은 지도부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형태로 된다. 이러한 정치토론이 노동전선 내부에서 책임있게 논의되고 결정되어 집행되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외부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핵심 간부들이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므로 결국 외부 주도에 노동전선 회원 전체가 수동적으로 따르는 형태로 되는 것이다.
2)그러한 중요한 정치토론이 개최되고, 노동전선 주요 간부가 제안자로 참여하고 있는데도 노동전선 내부에서 토론회 성격, 추진 주체, 진행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보고되고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정치토론이 진행된다면 최소한 운영위에서는 논의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집행위에서도 정식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전반적 상황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별적 형태로 제안자로 참여할 것이냐 의사 타진이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노동전선의 대표, 집행위원장, 선출직 운영위원 등 조직의 책임자급이 제안자로 참여한다면 당연히 공식적 보고와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 참여자격은 개인적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개인적 성격으로 되지 않는다.
3)노동전선 외부인의 정치적 행동에 이니셔티브를 주고 의존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런 정도의 정치적 논의에 노동전선은 충분히 주체적으로 참여할 능력과 자격이 있고, 또 노동전선 회원들은 그럴 만큼 정치적 견해와 변혁에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노동전선의 기치에 분명히 ‘노동해방’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4)정치토론이 사회주의 정치조직, 그룹을 객관적 입장에서 불편부당하게 함께 결집해서 진행되는 형태가 아니었다. 특정 경향의 정치조직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금 남한에는 사회주의적 변혁적 정치조직으로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해방연대, 그 외 현장 정치조직 등이 있다. 그런데 1차, 2차 토론회 제안자로는 노동전선 간부들이 노동자의 힘과 전 노동이론정책연구소 간부, 사회진보연대 간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누가 보아도 노동전선이 ‘노동자의 힘’과 그 주변세력과 함께 하고 있다고 보여준다. 외부에서 상당히 넓게 비판적 견해가 퍼져 있듯이 노동전선은 결국 ‘노동자의힘’ 방계단체라는 인상을 강화하고 굳히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변혁적 정당건설 등 정치사업을 위해서도, 활동가조직으로서 노동전선의 확대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먼저 이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변혁적, 사회주의적 정치조직, 당 건설은 전국적이고 전 계급적 차원에서 사회주의적, 변혁적 정치세력 결집 토대위에서 선진활동가들이 결합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 어느 정치조직도 전체 사회주의적 변혁적 운동을 이끌고 나갈 만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
고, 심지어 써클적 수준을 넘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활동의 실적 역시 대단히 빈약하고 초보적 수준에 놓여 있다. 우리가 노동해방을 주도적으로 실천해 나갈 전국적, 전 계급적 당 조직을 건설해나가려면 전국적으로 사회주의세력, 변혁세력, 이에 동조하는 선진노동자와 활동가들을 다 결집하려는 노력과 함께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전선이 특정 정치조직 또는 써클과 편향된 근친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사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변혁적 사회주의적 정당건설에서 노동전선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①노동전선은 불편부당하게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하나의 정치조직-정당으로 결집해나가는 것을 지지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②선진활동가들을 실천적 사상적으로 단련시켜서 정치조직에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③변혁의 주된 통로인 대중정치투쟁의 전형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국 현장 곳곳에서, 그리고 전국적 규모로 대중정치투쟁을 창출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항간에서 비판받고 있는 특정 정치조직과의 특별한 근친관계를 지속적으로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노동전선으로 광범위한 활동가들을 결집시켜내는 데도 결코 이롭지 않다.
논의구도를 바꾸어야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제안자모임>을 계속한다면 이렇게 편향된 정치적 관계에서 출발해서 이를 굳힐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는 사회주의세력, 변혁세력, 이에 동조하는 선진노동자들을 전국적 전 계급적으로 결집, 단결시켜낼 수 없다.
그러므로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의 논의를 계속하거나 확대해 나가는 데 반대한다. 호홉을 조절해서 논의방법을 재검토해야 한다.
①우선 외부 논의에만 간접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노동전선 내부의 정치적 논의를 전면화해야 한다. 정치논의는 우선 노동전선 단위 내에서 주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월 23일 개최되는 운영위원회에서는 노동전선이 전면적인 내부적 정치토론을 진행할 계획을 제출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민주노동당 분열, 해체국면에서 그리고 사안의 성격상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운동과 한국진보연대 중심의 민중연대(또는 전선운동)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에서 전반적 운동방향과 구조의 재검토를 추진키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출발시키는 과제를 상정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동전선 지도집행부는 노동전선 내부 논의를 조합주의적 수준으로 가두어두고, 정치적 논의를 외부에 의존하려는 또 하나의 조합주의적 사고를 철폐하고 적극적으로 현 시기의 전면적 변혁정당 운동 논의를 포함해서 운동전반을 철저히 논의해서 방향을 정립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정치조직의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전선이 창립시 규정한 활동가조직으로서의 역할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2차 노동전선 회원총회에서 드러났듯이 대다수 회원들이 적극 요구하고 동의하는 내용이다.
②노동전선 외부와 함께 하는 정치적 논의는 전국적 전 계급적으로 변혁적 사회주의적 정치세력들을 결집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전선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동하고 지지해야 한다.
③노동전선의 대표, 집행위원장, 정책위원장 등 책임있는 간부는 노동전선 내부 정치적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여 큰 흐름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외부 정치적 조직적 흐름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나는 전체 노동전선 회원들에게 제안하고 노동전선의 집행회의와 운영위원회에서 정식으로 논의할 안건으로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