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空約)놀음에 파열구를 내자!
쏟아져 내린다. 공약(公約)이 쏟아져 내린다. 하늘에서 우박처럼 우두둑 쏟아져 내린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든 정당들은 무차별적으로 장밋빛 공약(空約)을 토해내고 있다. 이름을 바꿔 과거의 악행을 지우려는 새누리당은 0-5세 무상교육 양육, 고교 무상교육, 사병월급 9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성과금의 80% 이상 지급 법제화, 차별 없는 복리후생 제공, 2015년까지 상시․지속 업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간부분 대기업 무기계약전환 등을 내걸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에 뒤질세라 각종 무상 시리즈에 이어 비정규직 25% 축소와 정규직 대비 80%로 임금인상 등 비정규직 차별해소, 5년 간 330만개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평균임금의 50% 현실화, 한-미 FTA 재협상,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 폐지 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극우정당 파쇼독재자인 박정희 사진을 플랭카드에 사진을 떡 하니 붙인 어느 당은 기초노령연금 70만원, 사병봉금 50만원 인상을 내걸고 있다. 바로 ‘친박연합당’이다. 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혈족인 박근혜 보다 박정희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자처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무상급식, 등록금 반값 요구에 대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고 게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세력들이 이제는 한 치도 양보 없는 ‘포퓰리즘’ 경쟁을 한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양 정당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240조가 든다고 한다.
이 공약 경쟁에서는 이른바 ‘진보정당’도 뒤지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에서는 5대 노동공약으로 2017년까지 노동조합 조직률 20%, 단체협상 적용률 50% 확대,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법제화 및 고용안정세 도입, 최저임금 평균임금의 50% 인상, 전 산업 주 5일제, 연장근로 제한, 노동법원 설치 등을 내걸고 있다. 사회당과 합당한 진보신당에서도 비정규직 철폐, 재벌해체, 기본소득제 등을 내걸고 있다.
해방세상이 다가올지니 당장 투표소로 가라!
누굴 찍어야 할지,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할지 망설이는 노동자 민중들은 양손에 여러 개의 떡을 들고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판이다. 누가 돼도 공약만 실현되면 완전한 해방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살만한 준(準) 해방세상이 올 테니 말이다. 하늘에서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 공약이 실제 현실 가능하다면 온몸으로 맞아도 좋겠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들은 지난, 지지난 총선, 대선에서 나왔던 공약을 이름만 슬쩍 바꿔, 수치만 바꿔 재탕, 삼탕하는 것이다. 말짱 다 거짓말이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권마저 실현될 수 없는 공약은 그만 내걸라 한다. 참 뻔뻔하다. 과거 747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우리 각하야말로 거짓 공약의 달인 아닌가? 꼴통 우익 조선일보조차도 “선거는 맞돈거래가 아니다. 자기들에게 먼저 표(票)를 주면 나중에 이런저런 걸 들어주겠다는 외상거래다. 정당과 정치인이 정직하게 외상을 갚은 적이 있는가를 떠올려봐야 한다.”며 자본주의 선거의 본질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공약놀음을 하는 저들은 이렇게 말한다. ‘총선에서 닥치고 우리를 뽑아라! 단식하고 구속되고 한겨울 추위와 살을 파고드는 꽃샘추위에 농성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게 싸우는가? 세상을 바꾸는 건 투표다. 자, 지금 당장 힘든 투쟁을 접고 투표소로 가라! 그러면 해방의 그 날이 성큼 다가올지니!’
공약놀음 뒤의 참담한 현실!
이것이 4.11총선을 코앞에 두고, 또 연이어 대선이 있는 2012년 한국의 정치현실이다. 물론 ‘진보정당’이 한-미 FTA 철폐, 비정규직 철폐를 공약으로 내거는 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공약을 통해 자본주의를 폭로하고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입법으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는 것이 문제다. 국회 입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차라리 ‘자본주의 철폐법’, ‘이윤철폐법’을 내거는 게 더 현실성(?)이 있겠다. 부르주아 정당은 물론이고 ‘진보정당’에서도 앞 다퉈 선거의 환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차라리 ‘환상금지법’을 입법화해야 할 지경이다.
공약은 달콤하지만 환상의 대가는 언제나 쓰고 처절한 것이다. 공약놀음 뒤에서 노동자와 가족들은 비참하게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있다. 중대재해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이 처절한 죽음은 정규직, 비정규직 신분을 가리지 않는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소박한 요구를 내건 노동자들은 깜빵으로 가고 현장에서는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가정이 박살나고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다. 청년들은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며 저임금 알바를 하고 스펙을 다 쌓아도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다. 소 값 폭락으로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농민들이 굶겨죽일 수밖에 없는 비참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퇴직금이라는 것도 없이 수십만 가구가 파산 나고 있다. 그런데 자본과 정권은 한-미 FTA 비준도 모자라 이제는 한-중 FTA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러한 공약놀음이 일말의 진정성이 있으려면 아니면 말고 식의 장밋빛 공약 유포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정리해고자들을 복직시키면 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은 물론이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 시키면 된다. 정규직화는 고사하고 지금에라도 더 이상 비정규직을 자르지 말아야 한다. 한-미 FTA를 철폐하고 사유화를 중단하면 된다. 반값 등록금 공약을 3월에 당장 지키면 된다.
노동자 민중들이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죽음의 행렬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은 투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쟁하더라도 고립분산적으로 투쟁하기 때문이다. 투쟁하지 못하니 희망이 없고 모든 게 개인의 선택으로 맡겨져 절망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정치판에 연거푸 배신을 당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믿음을 갖는 것도 투쟁을 조직할 중심이 없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이 없어서다!
이대로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이명박은 이제 식물정권이 돼가고 있다. 2011년 노동절, 노동자대회, 한-미 FTA 철폐 집회, 방송 3사 노조 총파업 여의도 콘서트, 2012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등 각종 노동자 민중의 집회에서 봤듯이 노동자들은 폭발직전에 있다. 이제 저들의 공약(空約)놀음에 파열구를 내자! 저들이 유포하는 환상에 종지부를 찍자! 분노를 폭발시키자!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자! 투쟁을 하나로 모아내자!
2012년 이렇게 싸우자!(박스)
한진과 쌍차에서 대량 정리해고 공세가 자행돼도, 타임오프가 현장을 짓밟고 복수노조가 현장을 갈기갈기 찢어 놓아도, 한-미 FTA가 국회비준 되어도, 비정규직이 정리해고로 수천 명씩 잘려나가도 총파업 선언마저 못하던 민주노총이 드디어 2012년 총파업을 결의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를 민주노총 지도부도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총파업 투쟁은 선언되는 것을 넘어서 치밀하고 치열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위력적인 총파업을 성사시킬 결의와, 용기 거기에 맞는 전략전술이 명확해야 한다.
대중투쟁을 중심에 세우고 총대선 국면을 적극 활용하자!
민주노총의 투쟁 계획표를 보면 “정교한 국회 내 투쟁과 총파업, 장외투쟁의 적절한 결합”을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선거에 올인하면서 총파업 투쟁을 주변부로 활용하려 한다. 민주노총 전략의 핵심은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수 의석 이상을 차지하면 이후 100일 이내에 노동 관련한 10개 법안(행동1-10-100)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과반수 의석의 성사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핵심 전략의 중심축은 민주통합당의 공약 준수 여부에 달려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그랬지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고 재벌의 요구에 따라 배신을 밥 먹듯이 한 민주통합당의 선의에 입법 성사가 걸려 있다. 입법 요구가 민주통합당에 달려 있고 총파업이 입법결과에 달려 있으니 결국 총파업 성사 여부가 민주통합당에 달려 있는 셈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야권연대다. 노동자 중심성, 계급 중심성은 어디에도 없다.
오늘의 투쟁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민주노총 총파업 일정은 6말 7초 1차 경고 총파업과 8말 2차 총파업이다. 그런데 7월은 휴가기간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투쟁계획이 없다. 대신에 민주노총의 2012 노개투 승리를 위한 투쟁 계획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자발적인 ‘노동법 개정 점령단’, ‘노래 공모 사업 및 노래 부르기’, ‘도전 노동법 골든벨’, ‘리본과 프랭카드 내걸기’, ‘투표인증’, ‘노동자 희망찾기 릴레이 가정방문’ 등이 전부다. 이러한 투쟁이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오로지 ‘대국민 사업’ 여론 사업만 있다. 구체적으로 3, 4, 5월, 6월에 6말 7초, 8말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계획은 비어있고 당선자 협약, 공청회 같은 국회용 투쟁만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투쟁계획과 달리 이미 현장에서 투쟁은 벌어지고 있거나 촉발 직전이다. 고립되어 있지만 장기 투쟁 사업장들은 희망광장에서 투쟁하고 있다. MBC를 중심으로 한 방송, 언론 노동자들은 정치 총파업을 하고 있다. 전북 고속은 재파업을 결의하고 싸우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지금까지의 어려움을 뚫고 서서히 선거를 통해 새 지도력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에서는 올해 핵심 투쟁으로 야간노동 철폐를 내걸고 있다. 다만 기아차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범운영에서 임금삭감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원칙이 무너지고 잔업손실분에 있어 생계보존액을 관철하지 못하고 회식비 5만원으로 후퇴했다. 현대차에서도 이미 야간노동 철폐 관련해서 이전 집행부에서 이미 양보안을 제출한 상태다. 지금까지 현대차, 기아차 투쟁은 보통 8월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진행됐는데 이대로라면 이 투쟁은 늦어도 8월말 총파업 일정 전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 화물은 특수고용노동자성 인정, 표준운임제 쟁취를 내걸고 2월에 총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총선 뒤 화물관련 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상정 안 될 경우 6월 경고 파업 수준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정치 총파업 일정을 감안하면서 투쟁을 뒤로 미루고 있고, 민주노총은 현장에서 첨예하고 사활적 투쟁이 끝나거나 투쟁 동력이 떨어지고 난 뒤에 정치 총파업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8말 9월 초 총파업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겠는가?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란 속담이 있다.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거나 2차 총파업 일정 전에 전개될 것이 분명한 싸움에 대해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현장과 정치를 결합하는 총파업을 하자!
개별 현장의 현안 문제와 상관없이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현장의 첨예한 요구와 분리된 ‘순수’ 정치 총파업은 없다. 총파업을 결의한 화물연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담고 있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역시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전국적인 투쟁 요구를 담고 있다. 기아, 현대 주간연속 2교대제 투쟁 역시 전 사회적으로 야간노동을 철폐하는 첫걸음이다. 철도의 사유화 저지 투쟁 역시 대정부 정치투쟁이다.
현장과 정치는 씨줄날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현장의 첨예한 요구가 빠지고 힘이 실리지 않는 정치 총파업은 공허하다. 정치가 빠진 현장의 요구는 조합주의, 경제주의로 협소해 지면서 자본과 정권의 분리, 분열 공세에 쉽게 넘어가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전부(全部)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태도도 문제다. 2차 정치 총파업이 성사되도록 집중적으로 투쟁 조직화에 나서야 하지만 총파업 이전의 투쟁 또한 총력 집중해야 한다. 설사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8월말 총파업 일정을 앞당기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사업계획에 질식될 것이 아니라 단사 지역본부 ․ 업종별 총파업, 금속 ․ 공공운수노조 등 산별 차원의 총파업 같은 다양한 전선을 배치하며 치고 나가야 한다.
한-미 FTA 철폐 투쟁 역시 국회입법화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계급성에 기초해서 농민(소농 ․ 빈농을 확고한 주축으로 중농을 끌어들이고 부농 일부를 견인), 소상공인들이 결집하는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총선 이후에 민주통합당의 기회주의와 진보정당의 불철저함을 막고 새로이 재편될 국회에서의 입법화 투쟁에도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전선은 고립분산된 개별적인 싸움으로 길게 늘어져 있고 투쟁 시기는 뒤로 미뤄져 있다. 길게 늘어진 전선을 집중하고 현장과 정치가 긴밀하게 결합되는 폭발적인 정치 총파업을 해야 한다.
폭발적인 정치 총파업으로 노동자 민중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의 행렬을 끝장내자! 또 다시 정권을 연장해서 노동자 민중에게 죽음과 같은 고통을 안기려는 이명박정권과 새누리당을 박살내자! 그리고 설사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통치자 얼굴만 교체될 뿐 재벌(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는 기만적인 정권 교체를 막아내자!
2012년 3월 25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