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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성(性) - 마광수
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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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11일 13시 13분 51초
[BOOK]새 시대의 성 - 마광수 <인간론> 2012·02·11 12:23
 
 

마광수(연세대 교수, 국문학)

 

'새 시대의 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생각해 볼 때, 이전과 달라진 것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 될까? 내 생각에 아마도 그것은 ‘남성 주도의 성’이 ‘여성 주도의 성’으로 바뀌는 것이 될 것 같다. 마디로 말해서 ‘양(陽)’이 지배하던 세계가 ‘음(陰)’이 지배하는 세계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20세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성의 혁명’이 일어난 시대였다. 20세기에 이룩한 성의 혁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경구용 피임약’의 개발일 것이다. 1960년대 이후로 여성용 피임약이 다량으로 보급됨으로써, 여성들은 ‘임신의 공포’와 ‘육아 부담’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와 동시에 여성들은 ‘쾌락으로서의 성’에 훨씬 더 적극적이게 되었고, 남성들보다 한결 즐거운 성적 오르가슴을 당당하게 보장받게 되었다.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특성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성적 능력이다. 인간의 여성은 격렬하면서도 다양한 오르가슴을 오랜 시간 맛볼 수 있게 되어 있고,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행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성욕’은 강할지 몰라도 ‘성 능력’면에서는 뒤떨어진다. 아무리 정력이 센 남성이라 할지라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교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까닭은 남성은 성교행위 시에 정액을 사출(射出)해야 하고, 정액의 사출은 피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예전 중국에서는 남성이 평생동안 사출할 수 있는 정액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여성들은 그동안 ‘임신’과 ‘육아’로 인해 자신의 성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었다. 또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도는 여성들로 하여금 ‘정절’과 ‘모성(母性)’을 갖도록 강요함으로써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억눌렀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발달로 인한 여권의 신장과 피임약의 발달은, 여성들의 사회적 신분 상승과 사회활동을 가능케 해줌과 동시에 여성의 성적(性的) 정체성을 새롭게 자각시켰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남성에게는 ‘거세 공포증’이 있고 여성에겐 ‘남근(男根) 선망’ 심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통제와 가부장주의로 무장되어 있던 20세기 초엽까지의 유럽 사회에서는 그의 이론이 그런대로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해방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 프로이트의 이론은 현실에 맞지 않게 되었다.

            

상당수의 남성들은 이제 거세를 겁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세를 원하고 있다.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이 되기를 바라는 남성들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은 남성 성기를 가진 것을 수치스럽고 억울하게 여기며 어떻게 해서라도 ‘거세’를 해 여성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거세까지는 안 가더라도 여성처럼 꾸미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수많은 ‘복장도착자’들이 있다. 이에 반하여 남성처럼 되고 싶어하는 여성 복장도착자들의 수는 비교도 안 되게 적다.

기계문명이 발달하기 이전까지의 역사는 남성들로 하여금 ‘자식 생산’에 골몰하도록 했다. 생태계에서 번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또 인력(人力)을 대신할 만한 노동수단이 달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성들이 성적 쾌감에 탐닉하지 않고 자식 낳기와 자식 기르기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문화적 관습과 장치들이 만들어졌다. 회교 사회에서 발달한 여성용 베일 착용 관습은 여성들이 가정 밖에서 성적 교제의 기회를 갖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문화권에서 시행된 ‘클리토리스 (음핵) 자르기’ 관습 역시 여성의 성적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 부권(父權) 중심 사회는 언제나 여성의 성감을 통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남녀평등 의식의 확산과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는 여성들로 하여금 많은 성적 교제의 기회를 갖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여성의 혼외정사가 남성의 혼외정사만큼 많아지게 되었고, 결혼에 구속되기 싫어하는 여성 독신자들의 숫자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생식적 성’보다 ‘비생식적 성’, 즉 ‘쾌락을 위한 성’에 더 비중을 두게 만들어, 여성의 자유로운 섹스가 더욱 활발해지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앞에서 말한 여성용 피임약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권신장과 더불어 여성의 성적 쾌락 추구가 활발해지자 남성들의 성은 상당히 위축되었다. 여성들이 당당하게 요구하는 ‘오르가슴의 충족’을 감당해 내기엔 남성들의 정력이 형편없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20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여성은 그저 남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에 머물렀고, 오르가슴의 충족을 적극적으로 바라는 여성이 있다면 그런 여성은 ‘음탕한 여자’로 취급되었다. 여성들 또한 임신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이 성의 적극적 주체로 변하자 남성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21세기 초인 요즘 남성들의 정자(精子) 수는 50년 전에 비해 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의학계의 발표는 바로 이런 사실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의학자들 상당수는 공해 증가에 따른 환경 호르몬의 확산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내 생각엔 꼭 그것 하나만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여성들의 ‘성적 적극성’이 남성들의 ‘성적 우월감’을 움츠러들게 만든 것이 정자 수의 감소를 야기한 또 하나의 심리적 원인으로 추가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남성들이 ‘성교’를 은근히 두려워하는 현상은 사실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이른바 ‘변태성욕’으로 치부되는 사디즘, 마조히즘, 페티시즘 (여성의 성기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게 아니라 머리카락이나 발 같은 여성 신체의 일부분이나 하이힐이나 특정 장신구 같은 여성 신체에 부착된 물건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성심리), 관음증(觀淫症), 복장도착증 같은 것들은 성교행위를 하지 않고서도 성적 만족을 얻는 특이한 성취향인데, 이런 ‘변태성욕’의 주체는 대개 남성이었던 것이다. 요즘 들어 이런 특이한 성 취향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남성들이 성교행위에 대해 더욱더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성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이 이른바 ‘변태성욕’에 빠져드는 경우는 남성이 변태성욕에 빠져드는 경우보다 훨씬 적고, 설사 빠져든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남자’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남자 애인이 마조히즘적 섹스를 좋아할 경우, 여성은 애인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사디스트 역할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예전엔 사디즘적 섹스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마조히즘적 섹스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요즘 서구에서 은밀히 유행하고 있는 ‘S M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줄인 말) 클럽’에 출입하는 남성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마조히스트 역할을 원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디스트는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자라기보다 일종의 ‘지배자’이고, 마조히스트는 무지막지하게 얻어맞는 자라기보다 일종의 ‘순종자’이다. 상당수의 남성들이 순종자 역할을 하며 성적 만족을 얻는다는 사실은, 요즘 남성들이 ‘능동적 성행동’에 부담을 느껴 ‘수동적 성행동’으로 도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마광수 저 <인간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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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권뉴스는 ‘성해방운동’ 실천의 일환으로, 그동안 선진적인 성담론을 주장하다 보수수구세력은 물론 그를 이해하지 못한 진보진영에게도 외면당한 채 제도 권력으로부터 고초를 겪은 바 있는 마광수 교수(홈페이지)와 '웹2.0'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철학적 세계관이 유교적 성문화에 침윤된 한국사회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진보적 성담론의 공론화로 변혁운동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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