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정치방침에 대한 의견
1. 글머리에
11월 23일 공공운수노조의 정치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으나, 마침 11월 20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통합연대 등 3자 통합선언이 있은 직후라서, 이 3자 통합당의 성격과 이 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 공공운수노조의 역할을 둘러싸고 토론이 진행되고 일부 쟁점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공공운수노조의 제2 노동자정치세력화추진과 정치실천단 건설에 대해서 논의가 집중되었다.
발제자, 토론자, 플로어 발언자 모두가 동의하는 전제는 이렇다. 국민참여당이 자유주의정당(자본가 개혁당)이라는 것, 그리고 민주노총이 그동안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배타적 지지방침을 자신의 정치방침으로 가지고 왔으나, 3자 합당으로 배타적 지지방침의 대상은 종료된다는 것.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3자 통합당에 대해서 배타적 지지방침 결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이라는 우려가 표명되고, 이는 적극 저지해야 한다는 것 또한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2. 3자 통합당은 자유주의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강령을 개정해서 그나마 명목상으로라도 가지고 있던 사회주의 전통계승을 삭제하고, 스스로의 정치적 노선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규정하였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자체가 민주주의 실현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음을 나타내듯이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개혁적 민주주의 강령수준이다. 즉 민주노동당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이 갖고 있는 자본주의를 변화시켜서 다른 사회체제를 내오고자 하는 지향을 담고 있지 않는, 자본주의내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그 본질인 것이다. 박노자 역시 민주노동당을 자유주의 좌파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와 노동자, 농민층을 광범위하게 대변하면서 재벌에 대한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그 노선인 것이다.
이제 노무현정권을 계승하는 자본가정당인 국민참여당과 진보통합연대와 통합한 3자 통합당은 명실상부하게 자유주의노선을 걸을 것이다. 유시민도 3자 통합당은 (민주당과 혁신과 연대 등이 통합한) 통합야당과 “구체적인 정책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경향신문 2011.11.28). 3자 통합당은 그 개혁성을 둘러싸고 민주당(또는 통합야당)과 다투는 정당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즉 본질적으로 보다 참신한 자본가의 정당으로서 보수정당들과 경쟁과 이합집산의 과정에 들어섰다고 볼 것이다.
3.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하였다
불행이지만 한국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하였다. 창립 당시의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중심의 진보정당임을 명확히 표방하였고, 절충적이기는 하나 사회주의 전통 계승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노동자 투쟁을 앞장서서 해내고 이끌어나가는 투쟁하는 정당을 만들지 못했고, 다소 절충적인 강령을 더욱 사회주의적 내용으로 발전시키기는커녕 그 강령조차도 시렁위에 올려놓고 실천은 더욱 개량적 내용으로 전개하였다. 그리고 진보정당으로서 과감한 전술구사도 하지 못하였다.
당원이 내는 당비로 당 운영, 민주적 운영, 국회의원 기득권과 특권의 배제 등 새로운 정당, 정치기풍을 내세우고,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등 대중적 요구에 부응한 급진적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2004년 10석 의석 획득과 상당기간 10-13% 지지율획득이라는 성과를 마지막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동자를 위한 헌신적 투쟁을 외면하고 노동자대중을 표찍고 돈내는 수단화하고, 노동자계급을 배신하고 제 사회정치세력을 규합하려는 타락한 방침에 연연하게 되고,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서 급속히 세력은 약화되고 분열되었다.
이제 진보정당은 그 전망을 상실하였다. 진보정당은 더 이상 대안적 강령과 전술, 그 정치적 전망을 가진 보수정당과 구별되는 독립적 정치세력이 아니다.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으로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정당화함으로써 그 진보성과 노동계급 대표성을 결정적으로 소멸시켰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표적 진용들이 자유주의 정당으로 전환해 간 이후, 그 빈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서 진보신당, 사회당, 새노추 등이 통합해서 독자 진보정당을 여전히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노동당 창당시와 초기와 같은 역사성, 노동자계급 대표성, 진보성 상실, 역사적인 장기 세계공황과 국내적으로 심각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파탄과 좌절 분노속에서 이를 대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자적 진보정당이 노동자계급대중 대다수의 지지속에 그 열망을 받아 안으면서 건설되고 있지는 못하다. 독자정당이 적어도 명확하게 노동자계급중심의 정당임을 선언하고 그 세력구성을 형성하기도 불가능하다.
진보정당운동은 민주노동당이 실패하면서 동시에 진보정당운동의 역사성과 현실성을 함께 앗아가 버렸다. 다시 민주노동당과 같은 형태의 진보정당운동을 건설하려는 것 자체가 역사성을 갖지 못할뿐더러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노동자계급을 대표하는 역사성, 자본가계급에 대항하는 노동자계급의 정당을 등장시키고, 보수적인 정당에 대해서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진보성을 상실하였다. 현실에서 정치세력으로서 성공하는 것, 즉 세력을 갖기도 힘들다. 민주노동당뿐만이 아니라 진보신당과 사회당 새노추 등이 추구하고 있는 독자 진보정당 노선 역시 진보정당운동으로서의 역사적 중심에 서 있지 못하고 노동자정치운동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사적 임무 역시 그들의 어깨에서 떠났다.
4. 자본가정당과의 연합은 노동운동을 붕괴시키는 암
그동안 진보정당운동의 실패의 과정은 또한 초기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노선이 실종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민주노동당은 2010년 6월 2일 지자체선거시부터 보수 민주당과 민주연합 노선을 선택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의견 조정의 실패로 전국적이고 포괄적인 연합에는 실패하였지만 기본노선은 민주연합노선이 관철되었다. 그 결과로서 인천에 2명의 구청장을 당선시키는 등 기초 지자체장과 의원선거의 성과를 거두고 인천시와 경남도에서 민주연합정부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총대선방침은 강력한 민주연합의 구축에 두고 있다. 민주연합으로 총선에서 범야가 승리, 진보진영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대선에서 승리해서 민주연합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민주노동당의 정치방침은 수용하고 있다.
5. 진보정당의 생명은 독자노선
노동자계급에 토대를 두고 있는 진보정당의 기본원칙은 독자적 정치노선이다. 이를 상실하고 자본가 정당과 연합하는 순간 진보정당은 그 생명력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진보정당은 노동자계급에 토대를 두고 있고, 노동자계급이야말로 자본가계급의 억압과 착취에 대향해서 투쟁함으로써 자신의 권익을 지키고 나아가서 노동해방사회건설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대중과 노무현의 집권 시기 이 정권이 노동자계급을 공격해 온 착취와 억압의 양태는 그 이전 한나라당정권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권시기에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 권위주의 약화, 대북 평화협력 정책이 실시되는 역사적 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은 70-80년대를 이어온 거대한 민주화투쟁의 큰 흐름이고 87년 6월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의 직접적 성과인 것이다. 노태우도 직선제실시에 참여하였고, 전두환을 백담사로 유배보내었고, 김영삼도 하나회를 척결하고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에 보낸 것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집권시기 10년은 과연 한나라당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락크, 아프가니스탄 제죽주의 용병을 파견하였고, 지금 우리가 맞서 투쟁하고 있는 한미 FTA 추진과 합의 주체이다. 김영삼이 노태우, 김종필과 통합정당을 만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대중은 분리되어 나온 김종필과 연합해서 집권하였고, 노무현은 정권을 잡고,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세력탓, 지역분할 탓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시도하였으나 한나라당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노동악법이 집중적으로 재개정된 것도 마찬가지였다. 97년 민주노총 총파업은 김영삼과 김대중의 노동악법제정에 대한 야합으로 별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98년 김대중은 정리해고를 강화하는 법을 개악하고 근로자파견제법을 통과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비정규시대를 열었다. 노무현이 2006년 비정규법(주로 기간제법) 개악으로 비정규법개악체제를 완성하였으며, 김대중 노무현 집권 10년간에 대략 노동자의 20%, 약 300만명의 비정규직을 양산함으로써 노동력구조를 비정규직 중심구조로 전환해 놓은 것이다. 노무현은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무력화와 사업주 부분 직장폐쇄, 해고요건완화 등 노동악법을 더욱 강화시키면서 이명박정권이 복수노조 전임자 법 제정으로 이를 완성하는 길을 닦아 놓았다. 이들 집권 기간에 혹심한 노동탄압으로 인해서 무수한 노동자, 농민, 노점상이 타살과 분신 등으로 죽어갔다.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되어서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이 파탄나게 되었다. 이들 집권 10년 동안 궁핍해진 노동자 민중의 좌절과 분노가 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려서 결과적으로 파탄에 처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구해줄 사람으로 잘못 선택한 것이 이명박정권인 것이다.
민주당의 한미FTA에 대한 태도를 보라! 한나라당의 국회 날치기통과에 결과적으로 방조한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는가? 한미FTA반대투쟁의 한 가운데에서 김진표원내대표는 실효성없는 ISD재협상약속만 해주면 국회 통과시켜 주겠다고 합의하고 민주당내 다수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여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방조해 왔다. 한나라당이 날치기통과를 위해 집결해 있는 데도 아무런 대항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조하였다.
지금 지속되는 세계 경제공황과 보수정권들의 가중되는 억압과 착취로 억압받고 생계파탄상태에 이른 노동자 민중의 좌절과 분노로 인해서 보수정치권도 전반적인 정책를 좌경화해서 대응치 않을 수 없다. 복지실현과 악법개정에 민주당이 동의해 오는 것도 이러한 변화된 사회정치정세의 표현인 것이다. 여기에 혹해서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이 보수개혁정당과 거의 맹목적 연합을 함으로써 독자적 주체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해 온 것이 우리 현실의 모습이었다.
6. 민주노총은 배타적 지지방침을 폐기해야
1998-2000년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건설을 추진해 나갈 때는, 민주노총은 비록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진보정당-민주노동당 건설을 추진하였지만 다른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의 문을 금지하지 않고 열어 놓았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잘못된 배타적 지지방침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정으로 되면서 정치지형을 왜곡시키고 민주노총 자체의 정치적 주체성을 얽어매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스스로 투쟁력이 붕괴되어 오면서 이 잘못된 배타적 지지방침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요구와 정책을 의회주의적 대리주의에 의해서 해결코자 하였다.
기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는 노동자를 정치적 주체화하고 정치의식, 계급의식, 전투의식, 변혁의식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장애가 되고 저해하는 역할을 함. 당원을 정치운동의 주체화가 아니라 당의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 존재로 만들고, 당원 숫자늘이기, 돈내기, 표찍기, 가장 좋은 상태라고 해봐야 개량적 정책활동을 벌이기 위한 캠페인 동원 대상화해 왔다. 그 결과로서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 대상이었던 민주노동당은 자유주의정당화해서 진보정당진영에서 떠나갔고, 그 폐허에 진보신당과 몇몇 정치집단이 독자 진보정당의 왜소한 깃발을 움켜쥐고 있다.
3자 합당으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대상인 민주노동당의 소멸된다. 민주노총 집행부에서는 3자 합당의 결과로 탄행한 이 자유주의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만일 민주노총 집행부가 이 3자 통합으로 탄생된 이 자유주의정당(즉 자본가 정당)에 대해서 배타적 지지를 결의코자 추진한다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수준이 아니라, 코메디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새노추 등이 통합한 정당이 노동자계급 대표성이나 진보정당으로서의 역사성을 주장할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운동의 실패의 과정을 철저히 반성 평가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를 민주노총의 정치적 독자성과 주체성을 세워나가는 계기로 삼하야 할 것이다. 당장의 선거시기에는 노동자의 대의와 진보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의해서 정당이나 후보를 평가 판단해서 적절한 수위의 지지나,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7. 공공운수노조는 독자적 정치방침을 수립해야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공운수노조는 박원순 후보 선대본에 참여하고 박원순후보진영과 정책협약을 체결하였다. 박원순후보가 시민후보라고 하지만 실제로 크게 보아서 보수적 후보, 자본가계급의 후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특히 박원순후보가 주로 활동한 아름다운가게와 아름다운재단 등이 재벌등의 막대한 후원금에 그 운영을 의존하였고, 특히 초국적 먹튀자본 론스타에게서도 1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고, 박원순후보 자신이 여러개의 재벌기업들의 사외이사로 참여하였다. 민주당과 연합해서 당선되고, 이후 민주당이 주요 세력으로 참여하는 정당에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정책협약의 내용은 민주노총이나 공공운수노조의 주요한 요구를 수용치 않았고, 실제 협약의 내용은 박원순후보가 이미 공약한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으로써 정책협약의 실질적 효과는 의문스러웠다.
공공운수노조가 박원순후보 선대본에 직접 참여하고, 정책협약을 체결한 것 등은 적절치 않았다. 필요하다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제 사항들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그런 한 비판적 지지나, 상대적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도 그 효과가 결코 못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동안 공공운수노조(연맹)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을 반성없이 그대로 추수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대체로 실패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 정치적으로 그릇된 방향으로 나갈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현장을 정치적으로 혼란으로 몰아넣고 투쟁력을 잠식해나갈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 이 지점에 이르러서 공공운수노조는,
①다시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방침, 민주연합과 같은 그릇된 정치방침을 결정하거나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고,
②민주노총이 올바른 정치방침을 정립하지 못할 경우, 이와 상관없이 공공운수노조의 독자적 정치방침을 견지하며,
③이를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평가와 토론을 토대로 해서 공공운수노조의 올바른 정치방침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