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아니라 금융투기자본의 국가제소
조금 전 매주 열리는 여의도 점령시위(4차) 촛불행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왔다. 많은 자유발언에서 한미FTA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fta협상으로 시작할 때 17개 분과로 우리사회 모든 문제를 다루는 방대한 내용이었고 결과적으로 1500쪽에 달하는 협정문으로 완성되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일 때 한미FTA를 추진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의 경우 지금 한나라당 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반대했다. 검사출신 법조계 출신 의원으로서 투자자 국가제소조항의 문제점을 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지금 날치가 묘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여당일 때 한미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은 지금 한미fta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당시에는 정부가 추진했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ISD조항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아마도 뉴욕월가 시위를 통해 금융자본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날치기도 감시해야 하지만 민주당도 감시해야 한다. 지난 봄 한eu fta 비준에서 경험했듯이 내년 총․대선을 앞둔 야권 공조 때문에 겉으로는 반대하면서 실제로는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말았다. 때리는 누구보다 말리는 누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적당히 반대하는 흉내만 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금융자본주의는 파생금융상품의 범람으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수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 노동자 착취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과 깊이다. 2007년 12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파생금융상품은 681조 달러였는데 지금은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파생금융상품 거래건수로는 세계 1위다. 한미FTA 모든 조항이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탐욕스런 1% 금융자본에 맞선 99% 월가점령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를 볼 때 금융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실질적으로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었고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 여기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그나마 남은 규제도 완전 철폐된다. 그 뿐 만 아니라 론스타 같은 금융투기자본에 의해 국가가 제소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투자란 존재할 수 없다. 투자자국가제소조항에서 말하는 ‘투자자’는 사실상 ‘(금융)투기자’라 불러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투자란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자를 고용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에서 보듯이 투자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줄이고 노동자를 해고한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 300일 넘게 김진숙 지도위원에 올라가 있고, 수차례의 희망버스 투쟁이 있었고,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다시 400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발표하는 등 더 공세적이다. 이들을 투자자라 할 수 없다. 오늘날 투기의 열풍은 단지 금융투기 자본가들만의 일이 아니다. 고용과 미래 노후가 불안한 노동자들 상당수도 주식과 펀드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히 금융투기자본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투자는 늘어나는데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이제까지 정부가 계속 3% 실업률로 국민을 속여 왔지만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결과 실질실업률은 2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94년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미국의 실질실업률도 28%에 달한다. 지금 유럽경제위기의 핵인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42%, 44%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도 대졸청년실업률을 10% 미만으로 발표하지만 대졸자 중 취업률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질적인 대졸청년실업률은 30%대로 추정된다. 투자자국가제소조항이 포함된 한미fta는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2011.11.4.금, 한미FTA저지 촛불문화제, 여의도 국민은행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