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디파 대다수 그룹은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서방 제국주의의 야만적 침략을 외면했다. '리비아에는 훌륭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제국주의에 반대하지 않는 그런 안목을 발본 혁신하지 않는 한, 그들은
우리 사회의 변혁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자취를 감출 것이다.
실상을 살피는 글의 일부를 옮긴다.
투항자를 깜쪽같이 속인 미국
미국의 경제제재와 전복음모로 어려움을 겪던 카다피 정권은 미국이 2001년 10월 7일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고,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무력침공하자, 하는 수 없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투항의 길에 들어섰다. 이를테면, 2003년 3월 카다피 정권은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포기하기 위한 비밀협상을 제안하였고, 8월 14일에는 미국 여객기 공중폭발사건 유가족에게 피해보상금 27억 달러를 지급하였고, 12월 19일에는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겠다는 일방적인 공약을 발표하였다. 또한 2004년 1월 4일 카다피 정권 핵심인사는 영국 언론과의 대담형식을 빌어 파키스탄에서 핵무기 설계도를 입수하였다고 ‘자백’하였고, 이틀 뒤 카다피 정권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을 비준하였고, 화학무기조약(CWC)에 즉각 가입하여 리비아군이 보유한 화학탄두와 화학무기 생산설비를 자진하여 해체하기 시작하였다.
카다피 정권은 미국에게 투항하면 정권존립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런 생각이야말로 미국의 흉계를 알지 못한 치명적 오판이었다. 2004년 1월 18일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특수작업반을 리비아에 급파하여 리비아군의 미사일 개발시설과 화학무기 개발시설을 불능화하였고, 소련의 원조로 1980년대에 건설된 10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도 불능화하였다. 카다피 정권의 정치적 투항은 리비아를 지켜줄 전략무기의 폐기를 불러왔던 것이다.
카다피 정권의 석유자원 국유화로 쫓겨났던 미국계 석유회사들이 리비아에 다시 몰려가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를 재개하기 시작한 때는 2005년 1월 30일이었고, 미국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철회한 때는 2006년 5월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카다피 정권은 리비아와 미국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으로 믿고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관계정상화는 미국이 연출한 교활한 기만극이었다. 리비아군의 전략무기를 폐기한 미국은 카다피 정권의 정신무장까지 해제하였다. 이를테면, 2008년 9월 5일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당시 국무장관이 리비아를 방문하여 카다피를 만났고, 위킬릭스(Wikileaks)에 폭로된 정보를 인용한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2011년 8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극우정객들인 존 매케인(John S. McCain), 조우 리버만(Joe Lieberman), 린제이 그레이엄(Lindsey Graham),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로 구성된 상원의원단이 2009년에 리비아를 방문하여 카다피에게 “미국이 리비아에 무기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거짓말로 그를 안심시켰고, 2010년 5월 20일 미국은 리비아와 무역투자기존협정(TIFA)을 체결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뉴욕 타임스> 2011년 9월 2일 보도에 나온 것처럼, 카다피 정권 전복공작을 미친 듯이 준비해온 미국 중앙정보국이 국제테러혐의자들을 불법체포하여 2002년부터 6년 동안 여덟 차례에 걸쳐 리비아 정보기관에 인도함으로써 카다피 정권의 방심을 유도하였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연출한 그 모든 우호적인 분위기는 카다피의 정신무장을 해제시킨 친선외교의 속임수였다.
그러나 카다피 정권은 미국이 방심을 유도하면서 ‘급변사태 계획’에 따른 전복음모와 무력침공을 은밀히 준비하고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미국이 리비아군 출신자 2,000여 명을 반란군으로 조직하여 훈련시키고, 반란단체 ‘리비아 구국전선’을 조직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1년 3월 28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미국의 리비아 침공에 숨겨진 비화’에서 논한 바 있다.
카다피를 제거한 미국의 ‘비밀병기’
미국 텔레비전방송들이 보도시간에 방영한 리비아 반란군의 모습은 오합지졸이다. 그들은 군사훈련도 받지 못했고, 조직규율이나 군령체계도 모르고, 무장마저 변변치 않았다. 그런데 정규군이 그런 오합지졸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7,000여 명이 포로로 붙잡히고 참패하였다.
원래 119,000명으로 편성된 리비아군은 프랑스제 전투기 미라주 F-1과 러시아제 전투기 미그-23을 비롯한 각종 작전기 150여 대와 공격헬기 40여 대를 배비하고 있었고, 전차 800여 대와 장갑차로 무장한 지상군 병력 50,000명을 배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119,000명 정규군이 15,000명 오합지졸 반란군에게 어이없게 패하였다. 왜 그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까?
첫째, 미국이 리비아군 지휘통제력과 공중작전력부터 급속히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미국군은 2011년 3월 19일 리비아군 지휘소와 통합방공망을 선제공습으로 모조리 파괴하였다. 당시 리비아군은 31개소의 지대공 미사일 기지에 지대공 미사일 216기를 배비하고 있었으나, 지하시설에 엄폐되지 않고 지상에 노출되었으므로, 기습적인 선제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그로써 리비아군 전투기와 공격헬기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으며, 리비아군은 지상전투밖에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무인정찰기들이 리비아군의 전차나 장갑차 같은 중무장 병기를 따라다니며 정밀폭격을 유도하는 바람에, 리비아군 지상전투력도 급속히 약화되었다. 미국군의 공습을 막아낼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리비아군 공군부대와 기갑부대는 그렇게 궤멸되었다.
둘째, 미국은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릴 치명적인 ‘비밀병기’를 틀어쥐고 있었다. ‘비밀병기’란 급변사태공작과 군부와해공작을 뜻한다. 위킬릭스에 폭로된 정보를 인용한 <뉴욕 타임스> 2011년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가 설립하고 해마다 지원금 1억 달러를 쏟아 붓는 단체가 ‘전국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이고, 미국 국무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가 ‘자유의 집(Freedom House)’이다. 미국은 이 두 단체를 앞세워 리비아 반란단체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원하면서 급변사태를 일으킬 준비를 갖추었다.
미국은 급변사태공작과 함께 군부와해공작에도 힘을 넣었다. 미국이 리비아군 와해공작에 특별히 힘쓴 까닭은, 카다피 정권의 군사력을 약화시켜야 내부반란과 무력침공을 배합한 급변사태를 일으켜 카다피 정권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군 와해공작에 나선 미국 중앙정보국은 리비아 군부에 간첩들을 침투시켜 군지휘관들을 매수, 포섭하였다. <월 스트릿 저널> 2011년 8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카다피 친위대에서 복무하며 경호업무를 총괄해온 고위장교 마흐무드 벤 주마(Mahmoud Ben Jumaa)는 반란군 앞잡이였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처럼 정부군에서 활동하며 얻은 정보를 반군에게 알려주는 이중간첩이 리비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국인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그보다 앞서, 2011년 5월 3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리비아군 장성 5명, 대령 2명, 소령 1명이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리비아군 지휘관 120여 명이 리비아를 탈출하여 리비아군 전투력이 20% 수준으로 축소되었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18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급변사태 계획(contingency plan)을 수행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바마 대통령의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30년 동안 카다피를 제거하고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온갖 음모와 술책을 벌여오던 미국은 결국 내부반란과 무력침공을 배합한 급변사태를 일으켰다. 그제서야 미국에게 속은 것을 깨달은 카다피는 급히 오바마에게 공습중단을 간청하는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으나, 모든 것은 끝나가고 있었다.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야욕을 간파하지 못한 채, 정치적 투항으로 살아남으려고 하였던 나세르주의의 마지막 계승자에게 닥쳐온 최후는 참혹하였다.
반란군이 카다피를 사살한 날, 리비아 급변사태를 배후에서 조종한 총책인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앞에서 “(리비아에서) 폭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혀졌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리비아의 앞길에는 극심한 정치혼란과 자원약탈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다. 리비아 반란단체 우두머리들이 정권쟁탈에 광분하고 있을 때, 미국은 리비아인들의 피가 섞인 석유를 가져갈 것이다
==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