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특법·재개발로 벼랑에 선 집창촌 성노동자들 목소리 들어라! |
2011·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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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기자)
성매매 논쟁은 무성, 성노동 여성들의 목소리는 배제
성매매 특별법과 도시재개발에 기반한 집창촌 폐쇄 움직임과 관련, ‘성매매’를 둘러싼 옳고 그름의 논쟁이 오히려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성판매/성노동 여성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하영(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은 진보평론(49호)에 게재한 『한국 성노동자운동의 전개』 제하의 글에서, 집창촌 폐쇄가 “여성주의자들의 성매매 근절 의지와 정책 당국의 재개발 의지가 맞물려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성판매 여성들의 투쟁도 격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자본의 논리에 따라 도시재개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기에 더욱 논쟁적”이라고 말하고, 성매매 논쟁이 “‘성매매’의 옳고 그름에 매달림으로써, 성판매 여성들의 목소리의 진정성을 의심함으로써, 오히려 성판매 여성들이 말하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하영은 “2004년 9월부터 전국 집창촌을 중심으로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났고, 이러한 움직임은 성매매를 ‘성노동’으로 개념화하려는 운동으로 이어졌다”면서 “‘여성의 피해’를 강조하는 반성매매운동 진영은 성매매 ‘근절’을 주장했다.그리고, ‘생존권’을 주장하는 성노동자운동 진영은 성매매의 ‘합법화’ 혹은 ‘비범죄화’를 주장했다.”고 밝히고, “여성들 간의 분열과 대립으로 보이는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과 투쟁들은, ‘성매매’가 결코 단순하게 이해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8월, 평택 소재 집창촌 성판매 여성들이 ‘민주성노동자연대’(이하 민성노련)를 결성, 집창촌의 업주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성노동자운동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여성주의자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면서 “성노동 관련 강좌, 토론회에서의 발표, 행사 참여 등을 통해 성노동자운동을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면서 특히 “지속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계 문제로 인해 민성노련 임원진들이 뿔뿔히 흩어졌고, 2008년 이후 평택 집창촌 폐쇄가 가시화되면서 민성노련의 활동도 어려움을 겪”어 결국 한터전국연합회(한터)와 한터여종사자연맹’(한여연)으로 재통합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매매 규정을 둘러싸고 “‘성매매’ 대신에 ‘성거래’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한 민성노련의 견해(성매매는 “여성계가 성매매특별법을 입법하는 과정에 모든 ‘성거래’를 극악한 범죄인 인신매매로 통칭하기위해 억지로 만든 말”, “자본주의에서 신성한 노동과 나쁜 노동은 구분하기 어렵고” 성노동 또한 무수한 노동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노동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돈을 주고 성을 사고 안 사고는 성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으로 국가가 개입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를 소개했다.
또한 성매매방지법 폐지 대안으로 제시한 민성노련의 입장(“국가가 집창촌의 형태로 이를 특정지역 내에서 관리”하는 ‘비범죄적 규제주의’= 특정지역에서 성노동자들과 성산업인들이 단체협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소개했다.
그리고, 전국 11개 집창촌의 400여개 업소, 1000명의 업주가 회원으로 구성된 한터와 이들 11개 지역에서 일하는 여성 5000여명으로 구성된 한여연과 관련, “한터는 월 1회 정기모임을 하고 한여연은 정기적인 모임은 따로 없으며 이슈별 투쟁이 있을 때 연대한다”면서 “현재 지역별로 조직된 여성들의 모임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활동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터의 주요 주장은 1)성매매방지법 개정(금지에서 관리로) 2)안전한 질병관리 3)집창촌 폐쇄 반대(도시 외곽으로 이전)로, “현재 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제기되는 주장들은 대부분 한터로 대표되는 업주들의 목소리”지만 “이러한 사실이 집창촌을 둘러싼 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성판매 여성들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단지 일련의 투쟁들과 주장에 한터와 한여연의 주장이 뒤섞여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하영은 결론부에서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여러 차원의 권력들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장이지만 결국은 경제적 자원을 박탈당한 여성들의 생존수단이기에 성매매라는 역설적 공간에 다르게 접근할 것이 요구”된다면서 “오늘날 성매매 문제의 핵심이 성판매 여성들의 현실을 개선시키는 것이라면 출발점은 성판매 여성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 및 그녀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집창촌 폐쇄와 이에 따른 성판매 여성들의 ‘추방’은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를 비가시화하고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성판매 여성들이 성매매 공간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될 때 성매매에 대한 다른 상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시기 집창촌 성노동자운동의 주력이었던 민성노련이 연대 단위였던 친(親)성노동 진영의 여성계와 멀어진 데에는, 이들 여성계가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이 제안한 ‘(성매매/성노동) 합법화와 비범죄화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요구를 일축한 채 ‘비범죄화’ 기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은 2009년 6월 29일 성노동자의 날 4주년을 맞아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사회진보연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노점노동조합연대(현 노점노동연대 전신), 독립프로덕션 빨간눈사람, 한국인권뉴스 등 연대단체와 대만 COSWAS 활동가들이 함께 한 간담회 자리에서, “(성매매 특별법)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의 성노동자들은 항상 불법이란 낙인이 찍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비범죄화건 합법화건 사회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조속히 합리적인 정책이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참고자료] 성매매(매춘)에 대한 대책
여성주의의 경우 성매매여성에 대한 형사처벌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외의 점에서는 내부적 견해차이가 있다. 자유주의적 여성주의와 사회주의적 여성주의는 ‘비범죄주의’나 ‘합법적 규제주의’라는 정책으로, 급진적 여성주의는 ‘선택적 비범죄화’(혹은 금지주의) 나타난다.

‘비범죄화주의’(de-criminalization): 단순 성매매행위 쌍방을 처벌하지도 않고 합법화하여 관리․통제하지도 않으며, 다만 이를 조장․착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장이다. 잉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합법적 규제주의’(regulamentarism): 단순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며, 등록증과 의료감시체계를 의무화하거나 특정지역 지정을 통해 성매매를 규제하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이 대표적인 국가이며, 미국의 네바다주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상의 경우 성매매는 일종의 ‘직업’으로, 성매매 여성은 ‘노동자’로 관념되고 이들에 대한 노동법적․사회보장법적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선택적 비범죄화’(selective de-criminali- zation): 성매매 조장․알선행위를 처벌하며, 성매매 쌍방 중 성구매자만을 처벌한다. 이 입장은 성매매를 성판매여성의 인격과 존엄에 대한 침해로 파악하므로, ’자발성‘의 외양을 띤 성매매라 할지라도 성판매여성은 ’피해자‘로 규정된다. 스웨덴의 최근 입법이 대표적인 예로, 이 경우 성매매 여성은 범죄 ’피해자‘로 관념되며, 성매매 남성이 ’범죄인‘으로 관념된다.
 ▲ 성특법은 보수적/도덕적/급진적 여성주의 입장이 혼재(한국인권뉴스)
(조국 논문 ‘성매매에 대한 시각과 법적 대책’ 중에서)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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