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 물신주의.공범주의.지역주의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나자마자 각 방송은 앞 다투어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채 5% 개표도 하기 전에 이명박 후보 ‘당선확실’이라는 자막은 한국사회의 정치허무주의를 말해준다. 이번 선거는 부정과 비리로 점철된 천박한 물신(物神)적 한국자본주의의 승리였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신자본주의)는 먼저 인간의 도덕성과 양심을 마비시키고 부정에 대한 공범의식을 강화시킨다. 다음으로는 소수의 지배세력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투쟁보다는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진다.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사기꾼’이라 하더라도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지지하겠다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신화’로 대변되는 물신주의다. 한편으로는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식의 정치적 무관심이다. 유권자의 37%가 기권하여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공황상태에도 후진적 지역주의는 여전히 완강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보수자본언론은 재벌과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여 한나라당 이명박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력을 집중했다.
선거 다음 날 그들은 승리의 찬가를 보냈다. ‘10년 만에 우파로 정권교체(조선)’, ‘권력 시계추 좌→우 거대한 이동’(동아), ‘노무현정권 실정 심판...이명박, 국민 모두 승리’(동아), ‘국민은 경제와 안정을 택했다’(매일경제), ‘첫 CEO 대통령 이명박 당선’(한국경제) 등 우파 자본세력의 승리에 환호를 보냈다. 하기야 대표적인 방송들은 선거과정의 비판적 보도와 달리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명박어천가(?)’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이명박 특검의 결과도 지켜봐야 하고 BBK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당선 이후라도 문제가 드러나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후보 자신이 말을 생각할 때 아직 당선을 강조하며 축제를 즐길 때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지난 10년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수 우파정권의 권력재창출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대국민 기만극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좌파신자유주의?)한 노무현정권을 좌파정권이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10년의 정책내용은 국내재벌, 초국적 자본과 다국적 기업의 이해를 대변한 IMF프로그램의 성실한 수행이었을 뿐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불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즉 ‘신자본주의’의 추진이었다. 이명박 후보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부를 축적한 부류들은 바로 이러한 신자본주의 하에서 펼쳐진 선진 금융기법과 자본에 대한 규제철폐와 노동유연화를 통한 기업경영기법 과정에서 가능했다.
하기야 지난 1960년대부터 개발독재시기에 재벌과 독재권력의 유착과정에서 한국에서 부를 축적한 세력들은 이제 국가권력까지도 지배할 정도가 되었다. 위장전입은 자식공부를 위한 ‘맹모삼천(孟母三遷)’으로 미화되었고 불법적 탈세는 ‘절세(節稅)’로 포장되었다. 사실 그들이 말하는 절세는 세금을 포탈하고 도둑질한 절세(窃稅)였다. 투자라는 이름으로 부동산투기를 일삼았고 위장취업과 가.차명을 통해 불법적으로 재산을 불려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불법조차도 눈감아주자고 말한다. 이는 분명 공범의식 때문이다. 물신주의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불법과 부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이 끝나고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모든 비리는 끝까지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리가 드러나면 그가 말 한대로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12월 20일 ‘거짓 선거와 민주정치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 대책회의’(민주노총을 포함 1,000여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10일 ‘BBK 진실 규명과 부정부패청산을 위한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반부패운동을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과 불법과 부정에 마비되어 버린 사회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새롭게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한 선거 시기에 한 표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부패를 심판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더욱 더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2007.12.20, 민주노총 ‘노동자 칼럼’게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