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119 서신] 비정규직형 좌파 활동가들의 운동역량을 보존하자 !!
좌파 활동가들은 자본과 적대하며 살아간다. 이들은 생산 과정에서 사적 생산관계를 기반으로 생산물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생산양식인 자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본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정부를 등에 업거나 하나가 되어 노동자민중들에 대한 온갖 야만적인 행동으로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자본이 전횡하는 사회에서는 설령 외견상 평화로운 듯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하루도 쉴 새 없이 노자(勞資)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따라서 활동가들 중에는 오늘도 그 지점의 어딘가에 서서 무언가를 공격·방어하며 총체적인 전망을 두고 깊이 고뇌하는, 마치 전사와 예언자의 면모를 겸한 것 같은 이들이 적지 않다.
활동가들은 전쟁이 개별적인 전투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나름 유의미한 전투에 집중한다. 물론 대부분의 전투는 매우 평화로운 대시민 선전전이며, 현장에서 자본·권력과 충돌이 있다 해도 물리적인 수단이랄 만한 것이 없기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해서 이러한 전투는 가시적인 승부와는 먼 중장기적인 성격을 지닌다.
변혁운동 공간에서 활동가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조직 형태에 따라서는 개별 활동가, 좌파단체 활동가, 해고(혹은 위기에 놓인) 활동가, 노조 활동가, 정치서클 활동가, 진보정당 활동가 등이 있다. 내용으로는 현장 활동가, 네트워크 활동가, 이론 활동가, 문예 활동가 등으로 구분 가능하며 때로는 중첩되기도 한다.
활동가들은 거대 항모와 맞서 싸우는 전투기 조종사와 닮았다.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항모의 진로를 예측하며 취약지점을 맹공한다. 조종사 한 명 양성하는 3년 남짓 기간 동안 투입되는 비용이 약 20억 원이라고 하니, 자본주의 시스템과 정면으로 맞서 동분서주하는 우리네 활동가들의 자산 가치는 자본의 공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귀하다.
그렇듯 소중한 활동가들에게 문제가 있다. 생계와 활동비가 해결되는 단체나 노조, 연맹 등 소속의 정규직에 준하는 상근 활동가들은 논외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비정규직형 활동가들은 물적 토대가 취약해 지치기 쉬우므로, 피로가 누적되면 잠수 타거나 심각한 트라우마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물론 병참 지원이 풍부한 자본과 권력 앞에서 운동의 엄청난 손실이다.
우리는 그 많은 열사들을 낳은 황폐한 땅에서 살고 있다. 열사라는 호칭과는 무관하더라도 상상을 뛰어 넘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 활동가들의 어이없는 죽음들 또한 보아 왔다. 운동의 최전선에서 만성적인 패배감과 절대적인 고립감으로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 활동가들. 우리에게, 이들이 처했던 트라우마 증세와 긴급 생계에 대한 ‘소통구조’가 전혀 없었음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동지들이 이제라도 활동가들을 위한 ‘긴급구조센터’ 사업에 함께하는 것은 어쩜 ‘의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는 열악한 활동가들에 대한 자선과 시혜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중핵인 활동가들의 운동역량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레프트119」는 그 ‘소통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중이다. 「레프트119」는 곧 준비모임을 갖는다. 동지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2011. 7. 15
활동가들을 위한 긴급구조센터 「레프트119」 http://cafe.daum.net/left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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