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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이전에 민주노조운동이 먼저 심판 받을 일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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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29일 14시 57분 26초

한진중공업 노예문서 야합해도 희망버스는 간다!

 

- 정리해고자 생존권 앗아간 노사합의

 

김진숙 지도위원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농성 171일차, 정리해고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한진중공업 지회는 사측과 합의하고 말았다. 그것도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합의다. 6월 29일 오전 <2차 희망의 버스> 기획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노사협의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내용적으로 한진중공업과 공권력탄압에 항복한 노예문서로 규정했다. 지회집행부는 지도부 구속과 손배가압류 54억, 경찰 2000명, 특공대 50명, 집달리 120명의 압박을 핑계로 삼고 싶겠지만 이는 정리해고 노동자와 전국에서 2차 희망버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였다. 그것도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이 영문도 모르고 용역들에 의해 끌려나오던 시간에 진행된 일이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자는 물론이고 비정리해고자도 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10여명의 조합원들은 골리앗 크레인에 밧줄을 묶고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다. 바깥에는 끌려나온 조합원들과 연대단위가 농성중이다.

 

- 노조규약과 민주주의 유린

 

금속노조는 산업노조로서 지부나 지회의 교섭․ 체결권을 갖는다. 금속노조 규약 73조에는 소속 사업장 단위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노조위원장 동의 없이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다룰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규약 37조는 조합원 고용과 관련된 사항은 단체협약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고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한진중공업 지회장과 사측이 합의한 내용은 규약위반으로서 무효다. 금속노조규약을 떠나 지회 차원의 민주적 절차도 깡그리 무시했다. 6월 26일 오후 지회 집행부는 농성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파업철회 뒤 현장복귀 선언’을 제안했으나 조합원들은 이에 반발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회장에게 눈물을 흘리며 만류했다. 그러나 지회 집행부는 저녁 7시 휴회를 선언했고 다음 날 오전 11시 보도 자료를 통해 현장복귀를 선언한 뒤 오후 1시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를 만나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조합원들은 뉴스를 통해 이 내용을 알았다.

 

- 7월 9일 제2차 희망의 버스는 부산으로 간다!

 

전국에서 제2차 희망의 버스를 준비하던 조직과 사람들은 실망과 분노하였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오는 7월 9일 희망의 버스가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오늘(6.29)기자회견을 통해 제2차 희망버스는 예정대로 부산으로 갈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버스, 희망의 배, 희망의 비행기, 희망의 도보행진으로 부산에 도착할 것이다. 오는 7월 1일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평택에서 부산까지 도보행진단도 출발한다. <희망의 폭풍질주단 소금꽃 찾아 1000리길 “꽃길”>을 따라 갈 예정이다. 9일간의 도보행진과 당일 전국에서 모여든 희망버스는 부산역에서 ‘나눔문화 콘서트’를 열고 영도 한진중공업까지 촛불행진한 뒤 노숙농성을 펼칠 것이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는 ‘희망의 배’를 접어 이 날 부산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이라 했다.

 

 

- 민주노조운동이 먼저 심판받아야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동지를 향한 전국적 연대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상징인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장 앞장서서 투쟁해야 할 민주노조운동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역할을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국적 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리해고자의 생존권을 팔아넘기는 직권조인까지 하고서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다. 그저 정리해고자는 해고자이고 해고 안 된 사람이라도 살고보자는 심사다. 노동자들의 연대는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심어놓은 동료를 밟고 올라가는 경쟁의 사다리타기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쌍용자동차 경우처럼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고통에 신음하다 15명이 죽음에 이르렀는데도 산 자들은 공장 안에서 임금을 인상하며 2년 넘게 공장 바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1997년 이후 11년 넘게 신자유주의가 노동계급에 퍼부은 공격으로 노동자들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민주노조운동은 붕괴직전에 있다. 이명박 심판에 앞서 민주노조운동과 민주노총 등을 비롯해  필자를 포함한 노동운동가들이 먼저 심판 받을 일이다. 시인, 소설가, 연예인이 노동자 투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면 87체제로서 민주노조운동은 막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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