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 제 6호에 실린 글입니다. 대형마트의 포화, SSM의 증가,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 제과점, 하다못해 문구와 떡볶이까지 유통 독점자본의 축적과 독점강화로 한국 자본주의사회에서 유통부문에 종사하던 소생산자, 소자산가 계급은 급속도로 감소, 몰락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자산가계급은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현재 주류 언론에서도 자주 보도, 폭로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생산자, 소자산가 계급이 겪는 몰락의 위기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이에 대해 사회주의자들은 어떠한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입니다. 여러 동지들의 관심과 토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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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본에 의한 소상인의 몰락과 사회주의자의 태도
이 상 진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회원)
소상인의 몰락이 심각한 상황이다. 불과 10여년 만에 우리 주변에 동네 서점1)들이 문을 닫았고, 동네 제과점2)들도 다수가 대기업 프렌차이즈 제과점으로 바뀌었다. 가게를 새로 여는가 싶으면 어느새 간판을 바꾸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Super SuperMarket)3)이 소상인의 골목 상권까지 침범하면서, 소상인들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지난 1996년 유통시장의 개방과 함께 곳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꾸준히 진행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기업형 슈퍼마켓이라는 SSM이 들어서서 더욱 빠른 속도로 소상인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SSM이 들어오면 어차피 경쟁이 안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여 생존권을 지키려는 소상인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소상인들이 SSM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농성을 하거나 분신을 하는 상황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가정권은 2010년 말 유통법4), 상생법5)이라 불리는 법안을 통해 재래시장 500m이내 SSM을 금지하고, 가맹점 형태의 SSM 또한 규제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문제는 이것이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상생법이 통과되기 전인 2009년도와 2010년도 상반기에만 300여개가 넘는 SSM이 들어선 상황이다. 또한 이 두 법률이 통과된 이후에는, 이 두 법률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변종 SSM(예를 들어 편의점형 슈퍼마켓) 등 새로운 방식으로 소상인들을 몰아내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SSM입점에 대해 사업조정권고가 내려지더라도 무시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6) 이처럼 대자본은 어떤 편법을 써서라도 골목 상권을 치고 들어오려고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소상인들은 상생법, 유통법의 통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한참 논란이 되었던 이마트 피자는 대자본이 어떻게 소상인을 몰락시킬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마트 피자는 다른 영세 피자점들보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앞세워 주변 피자가게 소상인들을 공격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대기업이 ‘피자로 동네가게 울리는 짓 하지마라’며 이마트 피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민들이 저렴하게 드실 수 있는 맛있는 피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번 드셔보시고 말씀해주세요.” “문제의 핵심은 최종소비자가 좋은 상품을 싸게 손쉽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통업의 사명이기도하고요.” “요즘 마트가시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등 안파는게 없죠 근데 특히 피자가 문제인가요.”
‘자본주의의 정신’을 너무나 잘 표현한 말이다. 값싸고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이윤을 남기는 것이 자본주의인데 왜 시비를 거냐는 것이다. 소상인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고, 정당한 경쟁의 결과인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태도다. 한술 더 떠, 이마트 피자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을 ‘유통업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더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대응은 대자본이 도덕적으로 너무한 것 아니냐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대기업의 영역이 있고, 소상인의 영역이 있는 것인데 너무하다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는 논리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수의 자본가들이 유통시장 자체를 독점하고 있다는 문제로까지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인식에서 적당히 나온 대책이 바로 유통법과 상생법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점점 더 생산과 유통이 집중되어 사회화되고 있는데, 이 거대한 흐름을 몇몇 개의 법안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인가는 매우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소상인은 자본주의 하에서는 어차피 몰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인데, 소상인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하는 반문도 생겨날 수 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사회주의자의 태도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밝히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 대자본에 의해 몰락하고 있는 소상인
이에 앞서 먼저 흔히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인이 어떠한 계층인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2010년 8월 기준) 한국에는 전체 취업인구 약 2400만 명 중 1700만 노동자를 제외한 700만명 정도가 임금이 아닌 형태로 소득을 버는 ‘비임금근로자’로 존재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구성원(무급가족봉사자)로 나누는데, 100만 명 정도의 무급가족봉사자를 제외하면 자영업자의 규모는 대략 600만명 정도로 볼 수 있다. 자영업자는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서 일하거나 무급가족봉사자의 도움을 얻는 ‘자영자’로 구분할 수 있다. 자영업자는 규모를 떠나 생산수단을 자신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계층이며, 계급적으로 보면 대규모의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자본가계급, 소규모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소부르주아 계급 모두를 포함한다.
자영업자를 산업별로는 농림수산업, 광공업, 건설업, 도소매·음식숙박업, 전기·운수·통신·금융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이 글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소상인은 주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중, 자본규모가 작은7) 자영업자이며 그 규모는 현재 대략 28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8)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당, 슈퍼, 여관, 제과점, 이용/미용실, 세탁소, 목욕탕, 노래방, 피시방 등의 주인이 바로 소상인이다. 아래에서는 최근 소상인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과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힐 것이다.
(1) 소상인이 몰락하고 있다.
소상인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은 소상인의 규모변화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상인에 대한 직접적인 통계자료 자체가 부족하다는 한계 때문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영업자 통계를 통해 소상인의 몰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상인을 포함하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여기서부터는 이러한 자영업자들을 상인으로 통일하여 부를 것이다)의 규모는 표1에서 보듯 2007년 343만 명에서 2010년 307만명으로 약 36만명이 줄어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이들 중 90%정도가 소상인인데, 이를 감안하여 해석하면 줄어든 36만명 중 대다수가 소상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기간 사이에 새로 소상인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소상인들이 몰락하고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9)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소상인의 몰락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아래 표2에서 알 수 있듯이, 상인들 중 고용원이 있는 상인은 같은 기간 2만 7천명이 줄어드는데 그친 반면, 고용원을 두지 않는 경우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33만 2천명이 줄어들었다. 앞서 5인 미만의 고용원을 둔 상인들을 소상인이라고 했는데, 이 기준에 따르더라도 상인들 중에서도 영세한 상인, 소상인의 몰락이 뚜렷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소상인들의 소득수준 또한 매우 열악하다. 여기서도 소상인들만의 직접적인 통계가 부족하여, 중소기업청에서 조사한 소상공인 통계를 참조하면, 소상공인 월평균 순이익은 149만원으로 조사되고 있고,10) 아래 표3에서 보듯 적자인 경우도 26.8%를 차지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소상인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상인들의 소득수준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대자본에 의해 소상인들이 구축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에서 소상인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소상인들이 몰락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11) 아직도 소상인들은 자신들의 몰락을 주변 상인들과의 경쟁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12)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소상인의 몰락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대규모의 독점자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서두에서 예로 든 서점, 제과점, 피자점, 슈퍼마켓이 대표적인 경우이며, 현재 주유소 등도 대형마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먼저 대형마트들이13) 재래시장의 소상인들을 어떻게 몰락시키는지 살펴보자.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은 판매품목이 겹치기 때문에 대형마트의 매출액 증가는 곧바로 재래시장의 매출액 감소로 그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재래시장의 매출액은 2002년 41.5조원에서 2008년 25.9조원으로 15.6조원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02년 17.4조원에서 2008년 30.7조원으로 13.3조원이 증가하였다. 2007년, 2008년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매출액이 비슷해졌는데, 당시 대형마트가 전국에 400개, 재래시장은 전국에 1600개 정도이므로, 이는 대략 대형마트 1개가 추가로 들어서면 4개의 재래시장이 망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또한 고용이라는 면에서 살펴보면 2007년 기준으로 대형마트에 고용된 노동자가 12만 명, 재래시장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36만명 정도인데, 대형마트 1개가 추가로 들어설 때마다 300개의 일자리가 생기지만, 반대로 900명의 자영업자는 몰락한다는 대략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증가는 그 자체로 재래시장의 소상인을 구축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 상당수가 빅3라고 불리는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자본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매출기준으로 신세계 이마트 32%, 홈플러스 25%, 롯데마트 14%로 전체 대형마트 매출액의 71%를 세 개의 대형마트가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포화상태14)에 이르자 이제는 중소유통업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이라 불리는 SSM이다. 2001년 이후 증가한 SSM 700여개 중 420여개가 2007년 이후 증가하는 등, 최근 들어 매우 급증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빅3기업의 점포수는 3배(223개), 매출액은 평균 2.2배(115.6%)가 증가하였다. 특히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출액은 이 기간 동안 4.6배(355.9%)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빅3 기업의15) 전체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도 높아져 2006년 6.2%이던 점유율이 2009년에는 11.2%를 기록했다. 반면, 동네 슈퍼마켓의 점포수와 매출액은 급감하였다. 2009년 소형 슈퍼마켓(매장면적 150㎡이하)의 점포수는 7만 9천 2백 개로 2005년에 비해 2만개 이상이 줄어들었으며, SSM 인근 소매 점포들의 매출액은 평균 48%가 감소했다. 이미 빅3 기업을 중심으로 한 10개의 대형유통회사들이 8만개의 소형 슈퍼마켓를 비롯한 수십만개 소매점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수많은 중소상인들의 생계 터전이 소수의 독점자본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특히 SSM은 동네슈퍼 등 중소유통업과 경쟁관계가 있는 것으로, SSM의 확대는 곧바로 동네슈퍼 등 소상인의 몰락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너무나 명확하다.16)
2. 소상인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태도
한국에서 소상인이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핵심 원인은 자본주의 하에서 대자본이 소상인의 영역까지 확대되어 독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부분에서 대형마트와 SSM으로 대표되는 독점자본의 확대강화와 이로 인한 소상인의 몰락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계를 위협받으며 몰락하고 있는 소상인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태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1) 몰락하는 소상인에 대한 자본가와 사민주의자의 대안은 임시방편이다.
앞서 각주 11에서 본 이헌재 전 부총리의 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나지만, 자본가 정권은 소상인의 몰락을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일시적인 고통정도로 여기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과 같이 자본가들은 대기업이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파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무슨 문제냐며 펄쩍 뛰고 있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한국의 소상인의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서 높고, 경영에 있어서도 영세하고 비효율적이며 정보력, 영업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뒤떨어지는 것 등을 근거로 소상인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상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서 구축되고, 이 영역은 독점자본의 차지가 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오로지 자본의 이윤확대라는 관점에서 소상인들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소상인의 몰락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당한 규제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유통법과 상생법이었다. 또한 소상인의 갑작스런 몰락은 선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아직까지 보수정당이라 불리는 한국의 자본가정당 상당수 조직력이 동네 중소상인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정치공학적인 판단이 그나마 규제조치라는 생색이라도 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한편 사민주의자17)들은 소상인의 몰락에 대해 그 근본원인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인의 몰락이 자본주의에서 대자본의 독점강화라는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얼버무리고 있으며, 소상인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이명박 정권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비판하지만 정작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은 빠져 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전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소상인의 상권까지 넘보는 대자본의 횡포라는 도덕적 정서에 기대어 대책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허가제는 현재 개정된 유통법, 상생법 보다는 강화된 법안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소상인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미 봇물 터지듯 늘어난 SSM으로 인해 소상인의 몰락은 계속되고 있고, 변종 SSM등의 방식으로 자본은 계속 소상인의 영역을 침투해 오고 있다. 허가제의 도입은 대자본의 대형마트와 SSM의 신규진출을 완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을 부과할 뿐이기 때문에,(이 조건 또한 자본가계급의 이윤확대 논리에 의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자본이 소자본을 구축하는 상황은 다시 강화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허가제 도입은 소상인의 몰락을 잠시 유예하는 정책일 뿐인 것이다.
또한 사민주의자들은 소상인의 몰락에 대한 지원대책을 제시하는데 이는 소상인의 몰락을 막을 수 없다. 소상인들의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대형마트 수준으로 인하한다고 해도 자본주의적 대경영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어렵고, 업종전환을 지원하거나 고금리 사채를 벗어나기 위해 융자를 해 주는 것도 일시적인 완화책은 될 수 있지만 대자본에 의해 전반적으로 소상인이 구축되는 상황에서는 가계빚만 늘리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더해 사민주의자들은 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유통기업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기준을 종종 제시하는데, 이미 한국의 경제가 독점자본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두고 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전망 자체를 제시하는 것은 환상을 불어넣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민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소상인의 몰락의 원인이 자본주의의 독점강화에 있는데도 이를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그 대책 또한 임시방편적이며 전망 또한 환상적인 것이다.
(2)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에서 대자본의 독점강화로 소상인이 몰락하고 있기 때문에, 소상인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서 자본주의와 투쟁할 때 자신의 전망을 확보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소상인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앞에서도 보았듯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상인의 몰락은 단순히 대자본의 횡포라는 도덕적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150여 년 전 공산당선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대자본과 경쟁에서 소상인들이 이겨내지 못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소중간 신분들, 즉, 소공업가들, 소상인들과 소금리 생활자들, 수공업자들과 농민들 등의 이 모든 계급들은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는데, 이는 일부는 그들의 소자본이 대공업의 경영에 충분치 않고 더 큰 자본가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며, 일부는 그들의 숙련이 새로운 생산 양식들에 의해 무가치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이 발전한 나라들에서는 새로운 소부르주아층이 형성되었는바, 이들은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 사이를 떠다니며 부르주아 사회의 보완적 부분으로서 부단히 새로 형성되고 있지만, 그 구성원들은 경쟁에 의해서 계속해서 프롤레타리아트로 내팽개쳐지고 있으며, 그리하여 대공업이 발전해 나감에 따라 그들은 어떤 시점, 즉 자기들이 현대 사회의 독자적 부분으로서는 완전히 소멸되고 상업, 제조업, 농업에서 노동감독과 고용인들로 대체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게 되기까지 한다.” (맑스, 「공산당 선언」)
따라서 사회주의자는 소상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태도를 가지고 투쟁해야 한다.
첫째, 소상인의 몰락은 대자본의 독점강화라는 자본주의 속성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이렇게 몰락한 소상인들은 빈곤층이 되거나,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전환되며, 이러한 상황은 향후 확대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자본을 그대로 두고 몇몇 규제법안을 만든다고 해서, 또는 일시적인 금융지원을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소상인들이 스스로를 해방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려는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제시하고, 소상인들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투쟁해야 한다.
둘째, 유통부분 대자본은 사회화한다. 한국에서는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에서 사회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어 있고, 이는 사적소유와 모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유통자본을 사회적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상인들의 경우, 협동조합으로 조직하여 대경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대경영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경영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을 더욱 착취하여 이윤을 소수 자본가가 독차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소상인이 소소유에 기초한 개인경영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는 자본주의적 대경영에 의해 구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소상인들에게 자본주의 방식의 대경영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에 기반한 대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첫째, 둘째의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 대자본에 맞선 소상인의 생존권 투쟁을 지지, 엄호한다.
소상인에 대한 사회주의자의 올바른 태도가 필요한 것은, 소상인의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사회문제로 드러났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중간계급(소부르주아계급)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280만 소상인을 노동자계급의 동맹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파리콤뮨이 실패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인구의 다수를 차지했던 중간계급인 농민을 파리 노동자의 동맹세력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에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마치며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된 지금도 소상인들이 투쟁하고 있다. 통과된 법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법을 무력화시킬 자본가들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소상인들의 투쟁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문제가 되고 있는 소상인의 몰락에 대해 그 원인을 정확히 하고, 사회주의자의 태도를 정확히 한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그 이유는 노동자계급이 중간계급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지 못하면, 소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소소유와 개인경영을 옹호하는 등 현실과 쉽게 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소상인의 몰락은 다른 원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SSM 등 대자본의 독점강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자본가세력은 대자본의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통법, 상생법이라는 법제도를 통해 일부 규제하는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으며, 그 조차도 철저하게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소상인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내의 사민주의 세력은 대자본의 독점강화, 즉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정확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규제법안의 마련과 균형발전, 지역경제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한 소상인 지원방안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책은 소상인의 몰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몰락을 잠시 연기시키는 방안에 불과한 것이다.
마지막 결론으로 소상인의 몰락에 대한 사회주의자들의 태도를 세 가지로 밝혔다. 첫째는 자본주의의 독점강화가 소상인 몰락의 근본 원인임을 분명히 하고, 소상인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 설 때에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둘째로 유통부분 독점자본은 사회화하고, 소상인의 경우에는 협동조합으로 조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충분한 지원과 모범의 형성 등 설득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 셋째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상인들에 대한 자본의 직접적인 횡포에 맞선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소상인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확립하여 사회주의 실천을 더욱 풍부히 해 나가자!
[미 주]
1) “조사에 따르면 1998년 4천8백여 개였던 전국의 서점은 2007년 2천여 개로 줄었다. 또한 2003년부터 2007년에 걸친 5년 간 지역별 서점은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대도시 중심으로 현저하게 감소했다. 실제로 서울 중랑구는 IMF이후 40군데였던 서점이 9개로 감소했고, 울산 지역은 10년 동안 100여 개 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는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서점가를 장악해 동네 소규모 서점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빚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소위 동네서점이라 불리는 33㎡(약 10평) 내외 규모의 서점이 2003년 9백여 개에서 2007년 1백30여 개로 약 7배 감소했다는 통계는 이러한 분석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근거다.” (독서신문, 2009년 10월 30일)
2) “지난해 9월 대한제과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2년에 비해 자영제과점은 전국적으로 1천665개소가 문을 닫은 반면 파리바게뜨 등의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357개소가 증가하는 등 갈수록 자영제과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맛과 기술 등으로 인한 내적 요인이 아닌, 제휴 카드를 등에 업은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의 무차별한 할인 공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월간식당, 2006년 1월 9일)
3) 일반슈퍼마켓과 달리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은 대부분이 대기업이 직영하고 있으며, 점포크기도 330제곱미터에서 3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중대형으로 일반슈퍼마켓보다 크며, 대기업 직영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물류나 서비스에서 일반슈퍼마켓과 차별을 보인다.
4)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 : 시장, 군수, 구청장은 대규모 점포 등의 위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의 범위)에 있을 때에는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5)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32조 : (대기업, 대기업 직영 소매점포, 대기업이 지배하는 중소기업 등이) 사업을 인수, 개시 또는 확장함으로써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 상당수가 공급하는 물품 또는 용역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경영안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6) 2011년 3월 31일, 지난해 11월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된 이후 처음으로 사업조정대상인 SSM매장(홈플러스 테스코)이 서울 노원구에서 오픈하였다. 홈플러스는 주민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하자,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재추진을 했고, 서울시가 다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지만, 권고는 구속력이 없는 행정조치인데다 지분 50%이상을 개인사업자에게 양도했기 때문에 상생법의 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매장을 열었다고 한다.
7) 중소기업청에서 발행한 ‘2010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소기업 중 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 혹은 10인 미만(제조업, 건설업 및 운수업)인 사업자를 말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다면 소상인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인 자영업자로 볼 수 있다.
8) 통계청 발표자료, ‘시도·산업·종사자규모별 사업체수, 종사자수’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 전체 사업체수의 약 10%정도가 5인 이상 사업체수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도소매,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 종사자 307.5만 명(표2 참조)의 약 10%를 5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한 약 280만명이 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인 자영업자, 즉 소상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9)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만 74만 8천명의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였고, 2008년 또한 79만 4천여 명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78.7%가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의 간이과세자로 파악되었고,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비율은 평균 25.82%로 파악되어, 이를 단순 계산해 보면 80%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월 103만원 미만 수익을 올린다고 할 수 있다.
11) 자본은 대자본의 이윤확대의 관점에서 이러한 몰락을 정당화하고 있다. 2004년 당시 이헌재 부총리는 ‘자영업자 과잉론’을 펴며 자영업자들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당시 미국 방문 때 “현재 가사 종사자를 포함해 40%대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비율이 미국처럼 5%대로 낮아질 때까지는 구조적 전환기에 따르는 고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 과거 작은 상점의 주인이나 농사짓던 사람이 대형 슈퍼마켓의 종업원이나 임금 노동자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헌재 부총리는 당시 “자영업자가 많은 것은 경제의 고도화를 지연하고 저소득층을 형성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도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임금 노동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였다.
12) 중소기업청이 발행한 ‘2010년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사업체의 주된 경쟁 상대를 묻는 질문에 ‘주변의 소형업체’라는 응답이 41.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주변의 대형업체’가 25.0%로 뒤를 이었음. ‘인터넷 또는 TV홈쇼핑’은 4.5%였으며, ‘특별이 없다’는 응답도 28.9%로 높게 나타났음”이라고 하고 있다. 부동산등 자영업의 경우 주변의 소형업체를 주된 경쟁상대로 뽑은 반면, 소매업의 경우 ‘주변의 대형업체’가 주된 경쟁상대라고 답한 비율이 높다. 다수 소상인들은 대자본의 독점강화에 의해 소상인들이 구축되는 현상에 대해 주변 상인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 우리나라 유통시장은 1989년부터 외국인투자가 단계적으로 개방되어 1993년에 본격화되었다. 이후 국내 유통시장에 대형점의 출현이 가능해졌는데, 실제로 국내 유통업은 1996년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이후 세계 1~2위의 다국적 유통그룹인 월마트나 까르푸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다시 국내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대형유통업체로 재편되고 있다.
14)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였고, LG경제연구원도 대형마트가 217개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9년 7월 기준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수는 426개이다.
15) 2010년 6월 현재 총 787개의 SSM(10개 대형유통회사 기준)이 전국에 개설되었다. 특히 SSM업계의 빅3라 불리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수퍼의 과열경쟁으로, SSM에 대한 사업조정신청이 봇물처럼 터진 2009년 한 해 동안만 무려 200개의 SSM이 개설되었고, 2010년 상반기에도 114개의 점포가 증가했다.
16) ‘2009년 기업형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동네슈퍼 등 중소유통업 79%가 “SSM 입점후 경기가 악화되었다고”하고 있으며, SSM입점을 기준으로 1일 평균매출액은 129.3만원에서 85.2만원으로 약 34.1%가 감소했고, 1일 평균 고객수도 127.8명에서 80.8명으로 약 36.7% 감소했으며, 평균부채는 2097만원에서 2437만원으로 16.2%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통계는 2009년 5월 기업형 SSM 3사(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주변 소매업체(슈퍼, 정육점, 과일/야채가게 등) 300개를 조사한 결과이다.
17)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상당부분이 사민주의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