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노동자밥그릇과 쌍용자동차 관계인 집회
오늘은 이 곳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법원에서 쌍용자동차를 마힌드라에 넘기는 절차를 밟는 관계인 집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인은 당연히 노동자입니다. 역시 쌍용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인은 노동자입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공장에서 쫓겨난 3000여명의 노동자들입니다. 당장 600여명의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가 가장 중요한 관계인입니다. 파업이 종료된 이후 1년 반 동안 13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갔고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지금도 길거리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 파산법원은 다시 쌍용자동차를 마힌드라에 넘기는 요식절차를 밟고자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상하이 투기자본은 쌍용자동차를 헐값으로 인수한 뒤 기술만 유출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뒤 다시 인도의 마힌드라 자본에 졸속․헐값으로 팔아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부당하게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계획이 없는 관계인 집회는 무효입니다. 이는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예비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해고노동자들의 원상회복을 촉구합니다.
* 2011.1.28, 파산법원 관계인 집회는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직전에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펼침막을 들고 있는데 법원 경비들이 몰려와 불법이라고 난리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법원 내에서 펼침막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고성이 오갔다. 격한 소리를 지르자 경비 중 한 사람이 “신성한 법원”에서 그런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정말 화가 치민다. “대한민국 법원이 신성하다고?”반문했지만 경비들 스스로 얘기했듯이 다 같은 노동자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였다.
* 대강당에서 관계인 집회가 열렸다. 몇 몇 소액주주인 조합원이 입장했을 뿐 해고노동자들은 차가운 날씨에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진정한 관계인인 노동자들은 배제된 채 법원, 신업은행, 대주주, 채권자들이 모여 쌍용자동차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었다. 이날 배포된 공동관리인(이유일, 박영태) 명의의 <관리인 보고서, 5쪽>(서울중앙지방법원 제4파산부, 사건번호 2009 회합 6 회생)와 <변경회생계획안(수정안)>(마힌드라와의 M&A 양해각서(MOU)포함 329쪽, 2009년 12월 17일 인가된 회생계획의 변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파산부, 사건번호 2009 회합 6 회생)에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나 희생에 대한 원상회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 2008년 유가급등과 미국 발 금융위기로 판매 급감, 환율급등에 따른 파생상품거래 손실,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 부진으로 2009년 초 가용현금이 74억 원에 불과해 2009년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고, 2월 6일 회생절차개시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래서 한 일이 7,177명에서 4,289명만 남기고 2,888명(무급휴직자 458명 포함)을 공장 바깥으로 쫓아낸 것을 업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물론 회생개시절차 이전부터 해고한 수백 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3000명이 훨씬 넘는 숫자다.
* 결국 인도 마힌드라에 매각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정권과 자본의 노동자 약탈과 착취, 폭력과 살인의 기억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이명박 정권과 마힌드라 자본에 맞서 힘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당연한 투쟁일 뿐 아니라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와 가족들의 원혼을 달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이 요구된다. 더 절박하게는 생계비와 투쟁기금의 지원이 필요하다. 형편이 되는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적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쌍용차 투쟁에 연대하자! 노동조합은 상호부조정신과 실천으로부터 출발했다.
* 태백권 광산노조 원정호 위원장씨는 “제 일은 비정규직일지 몰라도, 제 인생은 비정규 인생이 아닙니다. 있다가 없다가 하는 일이라고 비정규직이라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없어지면 영원히 끝이잖아요. 인생에는 비정규 인생이 없어요. 제 인생을 인간답게 살고 싶은 것, 제 바람은 그것뿐입니다.”(“죽자, 여기서!”, 최규화, <작은 책>188호, 2011년 2월호) 라고 말한다. <작은책> 편집부 최규화씨는 위 인터뷰를 하면서 말한다. “밥그릇 싸움이라 욕하지만 밥그릇싸움만큼 정직한 싸움은 없다. 왜냐하면 밥그릇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일하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제 밥그릇을 채우는 사람들뿐이기 때문이다.” 단결과 투쟁을 통해 반드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되찾아야 한다.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자들을 향해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
(2011.1.28.금, 쌍용차관계인 집회 기자회견,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