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지배자들은 용어나 개념조차도 왜곡하면서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 MD(미사일방어체제)에서 “방어(Defence)”는 사실상 “공격(Offence)"을 의미한다. 힘 있는 자가 약한 자를 공격하는 것이지 약한 자가 무모하게 힘 있는 자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금 미국이 추진하는 MD는 미사일공격체제(MO)라고 할 것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유명해진 <검은 백조>라는 책이 있다. 백조는 낱말 그대로 털이 흰 새다. 그러나 검은 백조도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쟁 놀음을 하는 자들은 전쟁이 평화를 지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래에 벌어질 핵전쟁이나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참혹한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다. 말하자면 검은 백조인 셈이다.
며칠 전 G20과 아펙(APEC)에 대응하는 회의 참석차 일본을 다녀왔다. 오끼나와 미군기지와 관련한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전문제로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오끼나와 후텐마 미군기지는 일본 자민당정부와 미국사이에 합의한 대로 오끼나와 나고시 지역의 예상 해상기지인 헤노코기지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나고시는 주민들의 헤노코기지 반대투쟁 결과 16:11로 이전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향후 4년간 이전을불가능하게 되었다. 또 오끼나와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후텐마기지 이전을 두고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미군기지를 두고 있는데 후텐마 미군기지는 미국의 환경기준에도 위배되는 기지다. 심지어 오끼나와 자본가들도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후텐마 기지가 이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과 미국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오끼나와 미군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 MD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음 날 “미국과 지역MD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간 협력을 강화할 뿐 MD 참여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하청업체 사장이 원청회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하청기업은 다국적기업과 재벌의 수직하청 계열화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KAMD 역시 미국의MD와 무관하지 않다. 김태영 장관은 천안함 사건 이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문제가 생기고 추궁하면 자신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장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MD참여발언 역시 매우 무모하다. 한반도 긴장 조성과 핵전쟁 위험을 높이는 MD참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김태영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김영태 국방장관의 MD체제 참여 검토 발언 규탄 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2010.10.25, 월, 국방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