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지금 전교조에는 아마 민주노동당원이 없을 것이다.
있다 해도 ‘후원회원’으로나 존재할까? 그렇게 된 데에는 정권이 ‘당원 색출’ 마녀사냥을 벌인 탓이 가장 크지만, 그것 말고도 (분당 당시의) 민노당 자체의 과오도 컸다.
아주 짤막하게 말하자면,
‘민노당을 뛰쳐나간 행동’은 옳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당한 사람들’이 비판되어야 하고,
그렇게 뛰쳐나가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점에서 당시의 민노당 주류세력이 비판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진보적 시민들 중에는 ‘분당에 대한 평가’를 달리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분당파 중에 지금도 ‘분당은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그 분당이 옳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진보대연합/재합당’ 논의가 나와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분당 원인에 대해서도 그 당시에 분당파가 “종북파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수 없기 때문”이라고 구실을 댔지만, 지금은 ‘그것이 분당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후퇴한 것으로 안다. 진짜 원인은 엔엘파들이 ‘다수파’랍시고 패권을 휘두르는 것이 너무 감정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들 말한다.
분당의 결과는 무엇인가? 더 이상 ‘집권’을 기대해볼 여지가 없는 당, ‘무럭무럭 커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 당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것이다. 힘을 합쳐도 버젓한 세력으로 커가기가 쉽지 않은 터에, 두 쪼가리가 났으니 무슨 기대를 걸랴? 현실적으로 민노당의 기반이 되었던 민주노총 동네에서 ‘분당’은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어떤 노동조합이 ‘단체로 민노당을 지지할 수도, ‘진보신당’을 지지할 수도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비 납입, CMS“를 돌리고 싶어도 ”왜 우리 노조가 단체로서 000당을 지지한다는 말이냐?“하고 딴지가 걸렸다. 민노당도, 진보신당도 당의 조직기반, 재정기반이 와해돼 버렸다.
이때 ‘분당’은 당 바깥의 지식인들이 맹렬하게 선동을 해댄 탓이 컸다. 당 활동가끼리만 토의했더라면 ‘분당’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때 ‘분당’을 선동하고 ‘따로 진보당 만들자’고 외쳤던 지식인들이 홍세화, 진중권, 박노자, 경향과 한겨레 등등이었다. 그들은 추상적인 이념 한 쪼가리를 붙들고 앉아서 현실의 사회운동 정치운동을 교만하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했으며,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태다. 그들은 민노당에서 나온 사람들의 ‘진보신당’이 더 커가기를 바랐겠지만, 지금 더 맥을 못 추고 있는 동네가 진보신당이다. 현실에서 부대끼지 않는, 백묵 한 자루로 거창한 주장을 펼치는 지식인들이 어떻게 운동을 망쳐버리는가를 ‘분당’ 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는 ‘한때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속담을 안다. 그러나 사회변화의 어려운 길을 모색하는 동네에서 ‘한때 진보지식인이 영원히 진보지식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무수한 사례로 확인하고 있다. 일제때 계급사상을 말했던 숱한 지식인들이 해방 뒤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로 변신한 사례가 하나 둘이 아니고, 민주화 시대에 감옥 갔다는 사람 중에도 지금 한나라당에 들어가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진정한 진보와 변혁의 길을 추구한다는 것은 ‘자기 인생의 고달픔을 감수하면서도 옳은 길을 추구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나 버젓한 신문사 간부 자리는 우리 사회에서 톡톡히 명예를 누리되, 감옥 갈 일은 별로 없는 자리들이다. 그들에게 ‘가시밭길의 미래를 말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재벌 후손에게 밑바닥 빈민의 고통을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엉뚱한 주문이다. 지금 그들, 손호철, 홍세화, 진중권,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등이 서슬 퍼렇게 민노당을 꾸짖고 있다. “왜, 세습은 나쁜 거야”하고 규탄하지 않냐면서! 왜 ‘북한 정권을 은근히 돕냐’면서, 그 생각을 바꾸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 이렇게 민노당을 엄호하면, ‘응...당신...? 민노당원이지?하고 대뜸 二分法을 들이댈지 모르겠는데, 나는 민노당에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이정희 의원이 말했듯이 이들의 행태는 ‘국가보안법’으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탄압했던 수구 국가권력의 논리와 많이 닮아 있다. 역사학자 김기협씨가 말했듯이, 이는 ‘제국주의 논리’와 일맥 상통한다. 그래서 나는 손호철, 홍세화, 진중권 등등이 떠드는 말이 ‘옳다’고 속편하게 간주하는 사람들에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의 관점은 다를 수 있어’하고 얼버무릴 생각이 없다. “그 길은 정치적으로 사악한 길이네! 남한 지배세력이 퍼뜨리고 있는 비방 공세에 동조하는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네! 부디, 자기가 품어 왔던 생각을 내려놓고, 자기 생각을 객관화해 보게나. 지금 벌어지는 토론의 주제는 남북한 인민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일인데, 역사 앞에서 겸허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자기 생각을 수정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