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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습에 대하여
노동자
2509 2546  /  241
2010년 10월 03일 14시 07분 19초

요즘 조/중/동을 보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웃고 헐뜯는 기사가 날마다 1면, 2-4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1면에든, 2-3면에든 그 비방기사가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올 것이다. 이런 정계 분위기가 크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민주진보세력에게 소속감을 갖고 있는 진보적 시민들 중에도 북한에 대해 염증과 적개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태 전, 북한이 핵실험을 벌였을 때에도 한 차례 ‘반북 알레르기’ 현상이 일었거니와, 3대 세습을 둘러싸고서는 그 현상이 더 오래갈 것 같다. 그러므로 ‘3대 세습’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마녀 사냥을 하려고 하는가?

 

‘세습’이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혹시 사회주의(공산주의)에서는 그것을 괜찮다고 여기는 것 아니우?”하고 의혹을 표명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니, 사회주의는 세습이고 자시고 간에 아예 ‘국가’ 자체가 소멸된 사회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일러둔다.

문제는 원리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아니라, 김정은의 등극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다(사실을 냉철하게 보자면 그는 ‘후계자로 시험받는 과정’에 첫 발들 디뎠을 뿐이다).

중국 국가와 남한의 민노당은 “그것은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므로 그에 대해 가타부타 하지 않겠다고 침묵했다. 이와 달리 남한의 조/중/동은 ‘세습’을 헐뜯는 기사를 시도때도 없이 내보낼 것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한 태도일까?

 

① 남한 인민과 북한 인민은 같은 민족이지만 두쪽은 각각 다른 국가를 이루고 있다. 두 나라가 유엔에 따로따로 가입해 있다. 국제법의 이념에 비추어 보자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시비를 걸어서는 안된다. 그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저 나라를 무너뜨리고 병합하고 싶다’는 속내의 표현이 아닐까? 남한의 진보적 시민들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 분단체제의 극복’을 소망해 왔거니와, 상대쪽을 협정 체결의 당사자로 기꺼이 인정한다는 것은 그쪽의 ‘내정’에 이래라, 저래라 삿대질을 하지 않는 태도를 함축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더 지독한 독재에 신음하고 있지 않은가?

 

② “독재가 오래 가다 보니, 아예 세습까지 하려고 드는구나!”하는 대갈일성은 정치적인 오만함의 표현일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나라란 말이다!”

과연 그런가? 한 나라에 ‘의회’가 있다는 것과 그 나라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돼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이다. 한국을 실제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삼성’ 재벌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적 있다. 한국은 삼성공화국이요, 자본독재가 판치는 나라다. 이건희 1인을 위해 특별 사면을 단행하는 나라다. 그런데 자본의 세습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이 있는가? 이재용이 상속받을 때 증여세를 ‘탈세’한 것만 문제삼지, ‘세습 자체’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남의 눈에 들어 있는 대들보를 나무라기 이전에 내 눈 속에 들어 있는 대들보를 나무랄 일이 아닐까?

 

③ 부르주아 국가/언론들의 편파적인 태도/보도에 대해서도 기억하자. 서방 언론들은 이란의 신정체제와 북한의 세습을 틈만 나면 헐뜯는데, 그들과 사이가 좋은 사우디의 봉건왕조에 대해서는,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세습’을 준비하는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라크 후세인에 대해서도 그가 미국의 앞잡이로 활동할 때에는 감싸고 돌다가 미국과 거리를 두자 ‘독재자’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란 신정체제’를 말하자면, 최고지도자의 독재는 분명하지만 2인자인 민선 ‘대통령’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어서 대의민주주의 요소도 접합돼 있다. 사우디 봉건왕조에 비해서 훨씬 역동적이다. 성직자의 독재는 그동안 이란을 짓밟아온 외세에 대해 더 흔들리지 않을 민족자주의 구심을 세운다는 점에서는 진취적인 측면도 간직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폄하할 체제는 아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볼 마음도, 지혜도 없는가?

 

④ “세습이라니, 말도 안돼! 어찌 저런 나라가 다 있어?”하고 혀를 차는 사람이 많다. 그들의 생각에 따르자면 북한 김정일은 자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세습’을 욕심내는 셈이다. 김정일은 그런 인격의 소유자이고, 그런 통치자를 다소곳이 따르는 북한 인민들은 봉건사회를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 일을 단순하게 단정짓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그런 소박한 수준에서만 세상을 보아왔던 것 아닐까? 무학대사가 말했듯이 돼지 눈에는 남들이 다 돼지로 보이는 것 아닐까?

초중등 교과서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르침을 주는 대목들이 군데군데 나온다. 김건모의 노래에도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 말을 다 아는데, 정작 실천할 마음과 지혜가 없다. 한번 易地思之해 보자. 김정일이 후계자를 물색할 때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지 않았을까? “또 세습을 하면 서방세계에서 두고두고 헐뜯겠지? 남한 인민들한테 주는 인상이 나빠지겠지? 세습을 그만두는 것은 어떨까?”하고 몇 번쯤은 곱씹어 보지 않았을까?

김정일이 수령체제에서 영광을 누리는 것은 사실이고, 세습이 개인적인 만족감도 줄 것이다. 그러나 ‘세습’을 그런 개인적인 심리와 인성 차원에서 설명하는 것은 정말로 교만 방자한 인식이다. 북한 국가에게 스스로를 다스릴 ‘자치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이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이상, 말하고 걸어다닐 권리가 있는 것처럼 완전히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인데...), 그들의 수령 체제는 그들 국가의 보위를 위해 지금 형편으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북한 체제에 대해 불신이 싹튼 북녘 백성들도 얼마쯤은 있겠지만 다수의 북한 인민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수긍하지 않을까?

 

⑤ 다른 체제의 나라에 대해 ‘역지사지’하려면 정말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서 바라보면 금세 보인다. 북한 국가는 건국후 자그만치 60년을 ‘전쟁 상태’ 속에서 운영돼 왔다. 평양은 폭격으로 완전 폐허가 되었고, 그뒤로도 몇 차례나 ‘전쟁 직전’의 상태로 치달았더랬다. 지금도 북미 간에 해빙이 이뤄질듯 이뤄질듯하다가 다시 얼어붙었다. 미국이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놓은 ‘전략적 인내’라는 그들의 전략은 까발겨 보면 “북한체제, 인정해주지 않겠다. 북한이 아무리 평화협정을 맺자고 해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저들 정권이 비틀거리는 순간 집어삼키겠다.”는 뻔뻔스런 속내의 표현일 뿐이다.

한편으로, 소련권 붕괴 이후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갱생하느라 경제 사정이 아주 어렵다. 이런 안팎의 조건 속에서 지도층이 똘똘 뭉치지 않는 한 국가안보, 정권안보가 위태로와진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3대 세습’은 김정일의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도 아니요, 북한 지도층이 서방측의 비난공세에 대해 콧방귀를 뀌기 때문에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북한체제의 강력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체제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일성의 유훈을 이어받는다’고 표방해야만 국가적 단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약함의 표현!

 

--여기서 잠깐, 북한 인민 대다수에게 김일성은 국부(國父)와 같은 존재임을 환기하자. 남한 통치세력이 ‘가짜 김일성’을 수십년 노래한 것이 영향을 미쳐서 민족문제에 관심없는 진보적 시민들 가운데에는 그를 우습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통념은 정말로 얄팍한 것이다.

--- 전쟁 국면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비상한 단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전쟁터에서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수령체제는 그들이 놓여있는 국제적 고립상태를 반영한 것이다.

-- 근대 시민혁명이 있고 난 뒤에도 ‘입헌 왕정’을 주창한 사상가들이 적지 않았다. 별다른 권력은 없지만 ‘국가가 흔들릴 때 그 중심노릇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는 주장이다. 국가의 중심이 되어주는 형식적인 자리로서의 왕! 정치지도력은 누가 우두머리로 임명해 주었다 하여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지도층이 김정은에게 (만일 후계자로 확정될 경우) 바라는 것은 단결의 구심으로서 그 형식적인 자리를 채워달라는 것이리라.

-당신은 북한 정권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⑥ ‘세습은 북한 정권의 취약함을 표현한다’고 말하면 대뜸 ‘그런 취약한 정권을 왜 감싸고 도느냐?’고 맞받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대꾸하리라.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욕하나? 시쳇말로 북한이 수령체제로 움츠러들 때, 미국/남한의 전쟁몰이가 계속될 때 당신은 북한 사람들에게 보태준 것 있는가? 소 닭 보듯이 해놓고 욕설을 퍼붓는 것은 정말 교만 방자한 짓이 아닌가?” 누구를 나무랄 자격은 그 누구가 힘을 얻어 제 길을 가도록 도와준 사람에게만 생긴다.

첫머리에서 중국정부와 민노당의 ‘침묵’을 소개했는데, 단지 침묵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터이다. 문제는 남한이 진보변혁의 길로 확실히 접어들었을 때라야 북한쪽에 대해 ‘쓴소리’를 할 자격과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 우리는 이렇게 진취적인 길로 가고 있다. 너희도 자체변화를 꾀하겠다면 그쪽으로 도와줄 용의가 있다!” 지금처럼 북한체제를 엎어버리겠다는 미국/남한 지배세력의 작전이 일년 열두달 가동되고 있고, 그에 대해 견제하는 목소리는 미약하기 짝이 없는 처지에서 그런 쓴소리를 날리는 것은 교만 방자한 짓이다.

 

⑦ 북한 체제를 함부로 능멸하지 마라 : 남북 분단의 문제를 ‘민족 문제’로만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한 민족인데 합쳐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렇기는 한데, 문제는 왜 남북이 대결을 벌이느냐는 것이다. 그 까닭은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고, 두 체제는 서로 상극(相剋)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과 쿠바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두 나라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만 그런데도 미국이 끝끝내 봉쇄, 압박을 풀지 않는 까닭은 두 나라가 활개치게 내버려둘 경우, ‘자본주의를 넘어서자’는 사회혁명의 요구가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한 체제의 지배층이 그 체제의 폐지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양쪽의 적대는 아주 완강하다. 이 ‘적대’의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서는 분단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이 무슨 사회주의냐? 엉터리 봉건국가이지.”하고 썽을 내는 사람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도 품지 않은 사람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방정맞게 떠들지 않는다. 북한에 사회주의사회답지 못한 구석이 많다는 것을 일부 주사파 빼놓고 모르는 사람이 없다. (‘NL파는 모두 주사파’라고 함부로 딱지붙이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비난을 퍼부어서는 그 NL파를 당해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부끄러운 짓이다.)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안적인 사회가 단숨에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기실은 그런 믿음을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 ‘너희 말에 따르면 이래야 하잖아?’하고 다그치기 위해 둘러대는 말일 뿐이다.

소련도, 중국도 사회주의로서 실패하고 후퇴했다. 변혁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것은 실망스런 일이지만, 그 실패를 딛고 인류는 또다른 도전에 나설 것이다. 그 도전도 또 실패할 수 있지만 과거의 시행착오에서 교훈을 얻어 ‘더 향상된 실패’로 나아갈 것이다.

북한은 어떠할까?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소련과 중국에 비해서는 사회주의가 얼마쯤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개혁개방을 얼마쯤은 하되, 무턱대고 개방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은 자기들 이념에 따른 소신 있는 행동이다. 북한의 인민이 수동화되어 있고, 수령체제에 봉건적인 문화가 반영돼 있기는 하지만 북한 체제가 일궈온 것 모두가 송두리째 폐기돼야 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까짓 거, 흡수통일하면 또 어때?”하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의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어떤 위기에 봉착해 있는지를 (북한을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격이다. 생태환경을 생각할 때는 ‘그래, 자본주의를 넘어서야지’하다가 남북 대결에 압도될 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 된다. ‘흡수통일 시나리오’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은 사실상 그 시나리오에 동조하는 것인데 남한 사회운동이 그런 역사적 과오를 범할 경우, 남한 사회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미 제국의 앞잡이 이스라엘 사회로 고스란히 전락해 버릴 것이다. 정신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그런 사회.

 


  
ㅇㅇ   대한민국에서 3대세습은 당연지사 아닌감.. 왠만한 재벌기업들 3대 세습체재로 간지가 언제인데. 그들이 법을 어겨도 국가를 위한 뭐가 어쩌고 해서 죄도 없게 하는 대한민국의 3대세습 정당화에 대해서 씹는 놈이 없는게 문제다 2010.10.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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