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의 문
오늘, 우리는 15주년을 맞이하여 이 자리에 서 있다. 95년 8월 11일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로 시작한 우리는 15년동안 한 길을 달려왔다.
밤 12시까지의 고된 노동, 관리자들에게 까이던 쪼인트, 민주노조 건설은 노동자의 꿈이었다. 군대와 같았던 현장, 87년 드디어 노동조합이 결성되었지만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고 현장을 통제했던 어용노조가 들어섰다.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고 조합원들의 억눌린 울분을 토해내며 달려온 현자노조의 역사는 성과분배 투쟁 시 폭력경찰의 침탈에 맞선 서영호 열사, 자본의 탄압과 노동조합 지도부에 맞선 양봉수 열사를 통해 민주노조로 재탄생했다.
95년 등장한 이영복집행부는 노사화합문화 주장, 동종사업체보다 선두로 나서지 않겠다던 연대의 단절, 정부의 노동정책을 피해가야 조합원이 피해가 없다는 억지 주장으로 전국 투쟁을 회피했다. 심지어 노조가 라인정지 현황을 파악하여 생산을 촉구하고, 잔업특근을 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결국은 현장의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육신은 피폐화 되었다.
이에 맞서 현장 곳곳에서는 현장투쟁이 벌어졌지만 이영복 집행부는 ‘노조와 사전협의 없이 진행되는 행위를 책임질 수 없다’며 현장투쟁을 짖눌렀다. 결국 이 과정에서 양봉수 열사가 탄생했고, ‘해고자는 조합원이 아니다’는 집행부에 맞서 현장의 활동가들이 투쟁을 주도하며 열사투쟁을 장렬하게 전개하였다.
금속민투위는 95년 양봉수 열사의 피 값으로 탄생했다. 열사정신 계승, 현장권력 쟁취, 노동해방 건설을 가슴에 품고 치열한 현장투쟁을 벌이면서 조합원들에게 신뢰받았다. 15년 한길을 달려오는 동안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세력이 우리 곁을 떠났고, 고용안정투쟁에서 정리해고를 인정했던 세력들이 우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 한길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 조직원들은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지역과 전국의 연대투쟁을 실천하며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15년을 달려오면서 우리 역시 달라지고 있다. 네 번의 집행경험은 조합원들의 신뢰의 표현이지만 한편 우리의 뼈아픈 과오이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어오고 있는 자본의 논리는 조합원의 정서를 등에 업고 활동의 치열함을 잃게 만들고 있다. 850만 비정규 시대에 시대적 소명인 비정규직 투쟁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고, 주간연속2교대라는 조합원의 염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우리는 끝내 체념과 상실로 헤매었다.
오늘, 우리는 조합원의 정서에 매몰되는 ‘조합주의와 대중추수주의’가 아니라, ‘계급적 노동운동’을 새롭게 복원하기 위한 결의를 모아내자. 세련된 방식으로 변화된 현장 침탈에 대해 눈감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화’시켜 조합원의 분노를 조직하는 것이 바로 활동가의 모습임을 다시금 상기하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역사는 바로 금속민투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바로 지금 어용 집행부의 실리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15년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다만 현장의 활동가들이 현장 곳곳을 누비며 조합원을 조직하고 선동했던 것이 사라졌을 뿐이다.
오늘 우리는 15년 전 양봉수 열사의 그 치열함을 다시금 기억한다. 열사의 피 값으로 건설한 금속민투위는 지난 성과를 계승하고 과오를 반성하며 ‘초심’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양 열사가 목숨을 던져 싸우고자 했던 민주노조는 지금 이 시대에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부활하여 4만 5천 조합원을 움직이고 천오백만 노동자의 심장을 뛰게 만들어야 한다.
타임오프로 드러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노조파괴 전략,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노동탄압, 친 자본 정책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생태, 사회적 약자로서 소외되고 있는 비정규, 여성, 이주, 장애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금속민투위의 역사적 과제이다. 또한 불법파견으로 정규직이면서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억울함과 울분’을 ‘체념과 무임승차’가 아닌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통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 바로 2010년 금속민투위의 시대적 소명이다.
15년을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금 열사들을 되새긴다. 양봉수열사의 피값으로 탄생한 금속민투위는 열사 정신을 계승하여 자본과 정권의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는 노동해방 세상 건설을 위해 분투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혁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낡은 것을 벗어던지고, 우리 내부의 제도화와 관료화를 깨부술 것이다.
우리의 변화로부터 조합원을 설득하고, 우리의 진정성으로 조합원에게 한발 한발 다가 갈 것이다. 우리의 변화로부터 현장은 변화되고, 지역은 활기가 넘칠 것이며, 전국운동의 투쟁하는 동지들이 힘을 얻을 것이다. 우리는 치열한 현장운동, 자본과 비타협적인 노동운동으로 조합주의를 벗어던지고 계급적 노동운동의 복원을 통해 21세기 현장조직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하반기 비정규 정규직화 투쟁을 통해 현장을 혁신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노조파괴 전략에 맞서 타임오프분쇄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기득권 저하없는 주간연속2교대 투쟁을 전면화하여 노동시간단축, 건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투쟁’과 ‘혁신’을 통해 노동해방세상을 건설 할 것을 힘차게 결의한다.
2010년 8월 20일
금속민투위 탄생 15주년을 맞이하며
금속민투위 조직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