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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천안함사건 끝난 거 아니에요?"
전태일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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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28일 04시 40분 01초

모처럼 광화문에 갔다가 케이티 건물앞, 천안함 재조사촉구 서명운동지를 놓아둔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서명대 옆에 전시한 여섯 장의 그림판 앞에는 행인들이 서서 잠깐씩 들여다 보고 가는데, 정작 서명을 하는 행인은 별로 없었다. 대학생 되어 보이는 한 순진한 젊은이가 “솔직히, 천안함 사건 끝난 거 아니에요?” 묻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사회운동 한다는 그룹, 단체들이 해온 일이 별로 없으니까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 아닌가. 천안함사건 터지고 얼마 안 된 때에 경기도 위성도시에서 서명운동 벌였다는 사람 얘기가 그때는 시민들이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고 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관심들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다.

 

 

사나운 말을 아니 할 수 없다. 천안함사건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이 너무 미약했고 ‘시늉’뿐이었음을 가리키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서양 만화영화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고양이 영화가 있다. 절벽 끝에서 고양이가 계속 줄행랑을 놓는다, 허공을 향해. 그러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그가 추락하는 때는 언제인가? ‘백척 간두를 ’진일보‘하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와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아, 우리 사회운동을 받쳐주는 민중의 지지가 이렇게 없구나”하는 것을 문득 직시하게 될 때, 사회활동가들은 저마다 제 밥벌이, 명예벌이를 해줄 수 있는 곳으로 추락해 갈 것이다. 아직 땅을 딛고 있을 때, 아래를 내려다보는 지혜가 사람들에게 찾아오기를 부디, 빌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에서의 외교 각축전이 마무리된 뒤, 조중동에는 ‘우리가 승리했다’는 활자로 도배질되었다. 물론 ‘절반뿐이지만... 미흡한 점은 있지만...’하고 토를 달기는 했지만. 진보적 운동언론(프레시안, 통일뉴스, 민중의 소리)은 거꾸로, ‘명박정권, 외교 참패...’하고 여지없이 단언하는 기사로 넘쳐났다. 어느쪽이 더 진지했는가? 조중동이 ‘승리를 자축’하는 것이 우스운 짓임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그 신문들 귀퉁이에는 ‘정부가 이랬어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글도 더러 올랐다. 운동언론에서는 ‘운동 형편을 질책하는 글’을 읽은 적 없다. 자기만족에 빠져 있기로는 한국의 사회운동이 더 심하다.

 

 

사람들이 “명박 정권, 참패했어.”하는 이야기만 듣고 있는데 “아, 더 분발해야 돼. 옷깃을 여며야지”하는 마음이 들겠는가? “명박정권, 출구전략 써야 하지 않겠나?”하는 기사를 읽을 때는 더 그렇다. “아, 저들이 영락없이 주저앉았구나. 안심이 된다!”

 

통일운동을 돕는다는 언론사이트에는 “북한이 당차게 버티니까, 저들이 물러섰어. 북한에는 레이다에도 안 잡히는 잠수함이 있다지? 광무기도 있다지?”하는 자화자찬의 기사들이 오르는데 “아, 밉든 곱든 북한을 도와야 해”하는 마음들이 과연 솟아나겠는가? 그렇게 용맹한 북한인데 혼자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을까?

 

 

사실, 이 글을 쓰는 사람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동해, 한미 전쟁연습 벌인다’는 뉴스를 들어도 건성으로 듣는다. ‘쯧쯔’ 혀를 차다가도 지나가면 잊어버리고 다들 제 앞가림하는 일로 돌아간다. ‘자위대 참가’나 ‘남중국해를 놓고 클린턴이 시비 걸다’ ‘이란 앞바다에 미 항모가 몰려가다’ 등의 귀퉁이 기사에는 더더욱 눈길도 가지 않는다. 왜? 전쟁연습은 매년 해오던 일이고, 명박이는 천안함 외교전에서 깨졌으므로! 양자兩者의 늠름한 연관성을 차마 생각하지 못한다. “간통죄는 없애고 대신, 보호감호제를 입법화한다”는 최근의 정부 방침이 625때 예비검속해서 숱한 사람 처죽인 것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사실을 차마 생각하지 못한다.

 

 

무서운 것은 ‘자기변명 버릇’이다. ‘전쟁 위험 높아진다’는 말을 하면 이렇게 대꾸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전면전을 어떻게 함부로 해요?’하고 논점을 살짝 비틀어 버린다. 누가 ‘전면전이 벌어진다’고 했나? ‘제한전’부터 벌이는 법인데, 문제는 방구가 잦다 보면 (생각지 않던) 똥도 삐져 나오는 것이다. 제한전 벌이다가 전면전으로 옮아 붙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전쟁 위험에 대비하자‘는 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들은 만일의 경우, (제한)전이 벌어질 경우에도 태평스런 말을 꺼낼 것이다. “이 전쟁, 오래 가지 않을 거에요....” 전쟁때는 사회 전체가 경황이 없을 터이니 ’그동안, 왜 치열하게 대비해 오지 못했던가‘를 자기반성할 틈도 없다.

 

 

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야당들과 사회운동세력보다 백 배는 유능하고 치열하다. 그들에게는 ‘지켜야할 중요한 것’이 있으니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어쨌든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만큼 열심히 해왔으니 (“너희, 틀렸어”하고 짚어내는 일만 해온) 야당, 사회운동보다 실제 문제에서 훨씬 유능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등을 돌렸으니’ 잠깐 주춤하기야 하지만, “다시 얼르고 뺨 치면 민심을 돌려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들 뒤에는 세계적으로 행세하는 데에 큰 지지대가 되어줄 미국이 있지 않은가.

 

 

그런 그들이 ‘지방선거 결과 하나’를 놓고 후퇴할 리 없다. ‘전쟁을 싫어하는 민심’을 묶어세우는 데에 야당과 사회운동이 별로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이 없는데 ‘평화추구 여론’을 겁낼 리가 없다. 한미일 전쟁연습은 앞으로 다달이 계속 벌인다고 한 것 자체가 ‘우리 갈 길 간다’는 표현이 아니었던가.

 

지금 이란 앞바다에는 미 항공모함 두 개 전단과 이스라엘 핵잠함 세 척이 테헤란을 코 앞에서 압박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이 일본해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코스타리카에는 얼마전 미군이 상륙했다. 남미 좌파정권 뒤엎는 계획도 계속 벌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쟁구도가 무르익어간다는 것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도 덩달아 높여준다.

  그런데 이 커다란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안으려는 분위기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글 첫머리에서 언급한 순진한 대학생은 ‘궁금증’이 많아서 여러 얘기 듣고 갔다. 그러나 정작 사회운동하는 동네에는 ‘궁금증’이라도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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