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이니의 나라, 전쟁은 그곳에서만 벌어질까?
1. 페르시아만에는 지금 일촉즉발의 전쟁 구름이 감돌고 있다
인터넷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는 달포 전부터 아이젠하워와 트루먼, 2개 항공모함 전단이 몰려가 있다고 한다. 트루먼 전단은 이스라엘과 합동 군사훈련도 벌였다. 그 앞바다에는 영국과 불란서, 독일의 전함도 모습을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여러 해 전부터 페르시아만을 이따금 기웃거렸는데 최근에는 아예 이곳에 눌러 앉았다. 6월말에는 이란과 접경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에 이스라엘 전폭기가 대거 몰려왔다. 미군도 특
수부대를 아제르바이잔에 집결시켰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란> 군부는 접경지대에 병력과 대공포, 탱크 등을 이동배치하고 방어태세를 갖추느라 분주한 상태다.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올초 ‘봄-여름 사이에 이스라엘, 미국의 침략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적 있는데, 여러 해 전부터 끊임없이 피어오르던 ‘전쟁설’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방귀가 잦다 보면, 언젠가는 똥이 삐져 나오는 것이다.
2. 페르시아만의 전운(戰運)은 동아시아와 무관한가?
올 3월 미국과 한국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동해와 서해에서, <유례없이> 대규모로 벌였던 것을 페르시아만의 ‘일촉즉발’ 상태와 얽어서 생각하면 대뜸 떠오르는 것이 ‘손자병법’이 아닐까?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놓고, 실제로는 서쪽을 친다! 단지 눈길과 관심을 엉뚱한 데 돌리려는 뜻만이 있는 게 아닐 게다.
미국이 단지 북한을 압박할 목적에서 키리졸브 훈련을 벌였을 거라고 치부하는 것은 대규모 폭력기구(=패권국가)의 안목과 판단력을 하찮게 깔보는 짓이다. ‘북한은 경제가 바닥을 드러내서 전쟁을 오래 치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들이 북한 압박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키리졸브 훈련의 <유례없는> 규모는 그것으로 설명되지 못한다.
미국의 깊은 뜻은 다른 데 있다. 성동격서!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이 ‘딴 짓’을 하지 못하게끔 눌러 놓자는 것! 동해안의 훈련은 러시아를 겨냥한다. “이곳은 앞으로 일본(과 미국의) 앞마당! 우리 나와바리다!”하고 선포하는 행위! 그래서 이름도 노골적으로 바꾸었다. 동해에서 일본해로! (한국 언론은 이제 지쳐서 이 개명에 대해 더 딴죽도 걸지 않는다.) 그 심오한 뜻은 러시아가 중국과 한패가 되어 감히 미국에 맞서려는
오기를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은 더 간단치 않다. 이란이 미국 손아귀에 들어가면 거기서 들어오는 석유도 끊길뿐더러 중동지방에 우군이 없으니 사우디 등등의 석유를 들여올 때도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자원 안보와 국가 안보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어떻게든 미국의 이란 침공 기세를 누그러뜨리려고 중국이 안간힘을 쓸 것이다. 항상 세계 지도를 펴놓고
작전을 짜는 미국에게 이쯤의 예지력이 없을 것인가? 그래서 독수리훈련은 일찌감치 중국의 기를 꺾어놓아, 중동전쟁 발발시 등 뒤에서 시끄러운 분란이 터지는 것을 막으려는 심오한 뜻의 표현이다. 게다가 북한도 이란이 소중한 ‘맹방’이었으니 어떻게든 이란을 도우려고 나설 것이다. 이것을 눌러놓자는 뜻도 있다.
3. 그런데 과연 ‘성동격서’뿐일까?
나이 아흔을 바라보는 쿠바의 혁명원로 카스트로는 최근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글을 썼다. ‘페르시아만과 동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며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오히려 한반도에서 먼저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고 이는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염려했다. 여러 나라의 지도층으로부터 고급 정보를 받고 있는 그의 말이니 무척 무겁게 들린다. 미국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다시 벌이는
데 대해 중국이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며 규탄에 나선 것을 보면, 그 말은 결코 간단한 진단이 아니다.
최근 (중국이 바락바락 악을 쓰는데도) 합동군사훈련 강행의 뜻을 밝힌 미국은 “북한이 이제 남침 태세에 들어섰다”고 못박아 말했다. 이 말도 심상치 않게 들린다. 북한이 쏘아대는 장거리포를 사흘만 견디면 그 사흘 안에 북한의 군사시설들을 박살내 놓겠다고, 그러니 ‘사흘만 견디면 북침 통일도 가능하다’고 호기롭게 떠든 그들이 하는
말이니 심상치 않다. 그런데 그렇게 국력이 빈약한 북한이 (실제로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왜 ‘남침’을 저울질하는 데까지 갔을까? 미국 지도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보자. “우리 미국은 곧 이란을 침공할 터인데, 그렇다면 자기네들도 낭떠러지로 몰리는 북한 쪽에서 ‘이판 사판’이라고 나서지 않을까? 그래서 앉아서 당하느니 싸우다 죽자고 나서지 않을까?” 싶은 것이 미국 지도층의 판단이 아니겠는가.
자, 이렇게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그 나라 지도부의 머릿속까지 꿰뚫어 헤아리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세상을 통달한 도사님이다. 그런 그들이기에 지난 3월의 서해 사태가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최근 올라온 한 글을 보면 유령선으로 가라앉은 어느 배의 스크루가 ‘불’을 먹은 흔적이 명명백백하다고 하니 말이다. ‘불’을 먹지 않고서 스크루가 그렇게 노골노골 녹아서 뒤틀릴 리 없다는 것이다.
일찍이 베트남전쟁 터지기 전, 미국은 통킹만에서 미국 배들이 베트남의 침공을 당했다고 요란스럽게 떠들었다. 그것을 구실로 길게 오랜 전쟁이 벌어졌다. 나중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끈덕지게 조사하여 밝힌 바로는 미국이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숨겨놓고 있기 때문에 침공해야 한다는 미국의 전쟁 구실도 밝은 대낮의 거짓말로 드러난 지 오래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도 사실 미국이 뻔히 예견했으면서 일부러 방치하고 유도한 흔적이 짙다고 역사가들은 밝힌다. 왜 최근의 서해 사태를 놓고서는 사람들이 이 살벌한 역사를 떠올리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지혜가 새삼 그리워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