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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연방공화국, 무엇이 문제인가
연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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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4일 15시 18분 36초
 

  자기 담론에 도취돼 있는 ‘코리아연방 플랜’

1. 민노당에서 선을 보인 ‘코리아연방공화국’ 플랜이 대단히 훌륭한 ‘비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한 마디 피력한다. 결론은 ‘꿈을 깨시라’는 것이다.


2. 균형감각을 위하여, 먼저 노파심으로 밝힐 것은

내가 ‘연방제’ 그 자체를, 잘못된 또는 너무 과격한 또는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대중의 국가연합은 ‘평화공존에 만족하자, 통일은 밀쳐두자’는 안이기 때문에 ‘연방제’를 계속 주창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자주파의 말이 옳다. 당 안팎에서 ‘코리아연방 플랜’에 대해 비웃음 섞어 폄하한 의견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뒷면에는 ‘굳이 연방제를 할 거 뭐 있어?’하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다. 그런 경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아야 한다.


3. 내가 문제삼는 것은 이번 대선 국면에 민노당이 ‘중심 화두’로 들고 나와야 할 것이 ‘연방제냐’는 질문이다. ‘경제가 제일이여, 당장 벌이가 있어야 하니 명박이를 밀겠어’하는 화두가 가장 묵직하게 제기된 마당에?? 대중선전의 방향이 빗나간 거, 아니냐는 말!


4. ‘코리아연방공화국 플랜에 문제 있다’라는 언술에는 두 층위가 있다.

  첫째, ‘연방제 주장’이 진보변혁운동에서 지금 최중요한 화두가 되어야 하느냐?

  둘째, ‘코리아...플랜’ 속에 들어있는 것들이 과연 민중에게 비전으로 다가가겠느냐?


5. 이 플랜을 작성한 자주파들은 무척 자부심을 품고 있는 듯하다.

 <“코리아...플랜”은 단순히 통일상을 제시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미래상을 담고 있어요! 그러니 이것처럼 훌륭한 게 어디 있어요?>

그런데 내게는 (성실한 자주파들에게는 좀 안 된 말이지만) 자기 담론에 스스로들 도취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6. ‘단순한 통일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이 우선 문제된다. 낯선 타자들이 나/우리의 담론에 정말 성실하게 귀 기울여준다는 전제에서라면 그 플랜도 통하는 바가 없지 않겠으나, 세상은 그런 복숭아꽃 만발한 도원경이 아니지 않은가.

그 플랜 안에 온갖 정책대안을 아무리 많이 집어 넣는다 해도, 대다수 민중에게는 ‘제목’밖에 다가가지 않는다. ‘코리아연방’플랜은 “연방제로 통일하자”는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 민중이 그 속에 들어있는 많은 내용을 다 경청해줄 거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 아닌가?


7. 그래서 가령 민노당이 ‘연방제’와 ‘무상 의료’ 두 가지를 핵심으로 주장하겠다면 그 둘을 따로따로 주장해야 한다. ‘코리아 플랜은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상품이 많이 들어 있는데 그럴싸하지 않아요?’하고 팔아서는 안된다. 장사꾼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파는 것은 막판에 싸구려로 ‘떨이’할 때인데, 그래서야 민노당의 격이 떨어지지 않는가?


이를테면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주장은 충분한 비전이 된다. 사회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고 그 말 속에 수백년의 역사적 실천이 함축돼 있다.

이와 달리, ‘연방제’에서 ‘무상 의료, 등등의 사회개혁’이 도출되지는 못한다. 연방제는 두 나라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지 ‘사회’에 대해 말해주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연방제로 통일합시다’하는 제목 밑에다가 온갖 사회개혁의 제안들을 담아놓은 것은 은연중에 무슨 뜻을 풍기느냐 하면

“우리 민노당의 온갖 정책제안들을 다 숙지하신다면 당신은 우리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라는 뜻이다.

세상에, 이것처럼 타인에게 지겨운 두뇌노동을 강요하는 불친절한 정치서비스가 어디 있는가? 


8. ‘코리아...플랜’ 선전은 이것저것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 가장 중요한 논점을 따지는 것을 놓치게 만들어 버리는데, 뭐냐면

“그동안 민노당이 제시한 여러 사회개혁의 의제들이 과연 ‘변혁’에 값하는 비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가장 주된 것으로 ‘연방제’를 내세울 일이냐는 물음 말고도, 이 질문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토는 다 국유화한다(그래서 아주 싼값에 공공주택을 제공한다)”는 슬로건은 소유권을 근본적으로 혁파하여 “민중의 주택만큼은 국가와 사회에서 책임지겠다. 그 걱정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민생의 ‘비전’이 된다. ‘가구당 주택 수를 얼마까지로 규제하겠다’는 정책 대안은 “그렇게 하면 집값이 얼마쯤은 떨어지겠지”하는 약간의 안도감은 줄지 모르나, 시장경제를 그대로 인정하는 속에서 주택문제를 대응한다는 것이니 시장의 농간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없다. “저 정당은 기득권세력과 싸워서라도 경제원리를 수정해내서 민생경제를 확실히 책임지려고 하는구나”하는 믿음으로까지 다가가지 못한다. 홍준표는 ‘반값 아파트’로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와 있는 지금까지도 ‘민노당의 주택살림 대안이 우리 속을 확 뚫어준다’고 반응하는 민중은 거의 없지 않은가. 

(민노당이 나름으로 고민하여 만든 많은 정책대안들이 그럼 ‘싸구려 휴지’밖에 안 된다는 거냐, 하고 불만스러워 할 사람들도 있으리라. ‘비전’에 못 미친다 해서 반사적으로 ‘휴지 취급’되는 것이야 물론 아니다. 굳이 그것들도 비전일 수 있다고 누가 강변한다면 ‘그래, 비전이 미약하게나마 들어 있기는 하겠다. 그러나 민중에게 새 세상에 가슴 부풀게 할 그런 치열한 비전은 아니지 않으냐고 되받겠다....)


9. 딴 측면도 잠깐 살피자. 왜 자주파들은 ‘연방제...’를 대단한 비전으로 별 고민 없이 흐뭇해 할까? 그들의 ‘자주민주 정부’ 개념과도 통하는 문제다. 이 개념은 ‘자주통일에서 큰 진전을 보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소중하다. 민주주의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천천히 고민할 일 아닐까’하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 개념에 따르면 ‘민중이 절박하게 고통받는 문제영역’은 ‘나중에 해결해도 될 문제’로 이월돼 버리고 만다. 5년전 선거때 그래서 자주파 원로 오종렬씨는 “노무현을 지지합시다. 열우당도 잘 되고, 민노당도 잘 되어야지요.”하고 표방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담론에 따르자면 ‘연방제’가 훌륭한 비전이 된다.

 문제는 현실에서, 남북의 ‘자주평화 통일’의 과제에서만큼은 나름으로 기여한 바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그 기여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민중의 불만 표출의 과녁’이 되어 버려서 지금 ‘궤멸 직전’에 몰려 있다는 것이고, 민노당도 그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자기들의 논리를 엄중하게 현실에 의해 검증받겠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사세요’하고 말할 수밖에. 이미 사물에 대한 판단 감각도 흐려져서 가령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 권영길 지지도가 1.6%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그게 뭐 어때서?’하고 늠름하게 반응하는 사람과는 소통을 접을 수밖에 없다.


10. 앞서 내가 서술한 내용 중에 자칫 ‘오해’를 살 대목이 잠깐 있었는데, ‘통일문제 말고 민중에게 더 절박한 영역이 있다’는 식의 서술은 ‘피디파’의 논리로 은연중에 쏠린 면이 있다. ‘왜 꼭 연방제를 들고 나오냐?’에 대한 반사적인 대꾸였고, 문제는 단순히 ‘투쟁 소재의 선택’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사안을 총체적으로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족문제와 계급 문제는 ‘세계 자본주의가 지금 취하고 있는 형태로서 제국주의’에 맞서는 싸움 속에 통일, 수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은, 반제국주의의 관점을 결여하고 있는 ‘통일론’은 저항운동을 통일시켜내지도 못하고, 민중에게 감명을 주지도 못한다. (주적은 제국주의인 바, 이 제국주의 개념을 ‘민족 대립’의 문제로 왜소화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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