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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비야, 허재비야
연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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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4일 11시 40분 32초
 

민노당 게시판에 보니, 김형탁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사퇴하면서 아래의 낯익은 노래 가사를 인용해 놓았다. 누구든 자기의 처지에서 지금의 현실을 그렇게 느끼리라.


논두렁의 허재비는 불쌍도 하다

입은 있고 말은 못해 답답하겠지

허재비야 허재비야 무얼 보느냐

일년 곡식 걷어가니 쓸쓸하겠지


허재비야 허재비야 무얼보느냐

찬바람은 사정없이 불어오는데

다 떨어진 헌 옷 입고 추워 떨겠지

허재비야 네 신세 불쌍도 하구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였던 한겨레신문에도 이러한 ‘자탄의 노래’가 자주 나온다.  14일자 한겨레의 김형태 칼럼. “자본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을 ‘돈’의 포로로 넘겨준 책임을 지는 게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자세다. 억지로 정권을 다시 잡으려 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잘못했으면 패배하고 다시 시작할 일이다.”


바야흐로 ‘성찰의 계절’.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민주화 세력의 몰락 원인을 ‘가치관의 붕괴’에서 찾는다.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가치관을 ‘돈이 최고’로 바꿔 놓았고 이명박은 ‘돈’을 상징한다.


 박명림 칼럼에 따르면 정치 리더십의 핵심으로 마키아벨리는 <운명, 덕성, 시대성>, 한비자는 <법, 능력, 시대성>을 꼽았다고 한다. 정도전의 말이 새롭다. 그는 이것저것 필요한 덕목을 나열하지 않았다. 오직 ‘어진 정치’ 하나를 꼽았으니, 혁명가에게는 핵심 화두 하나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에게는 무슨 화두가 필요한가? 진단은 어렵지 않다. “돈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도전에게 화두가 ‘어짊’ 하나였듯이, 우리에게도 화두는 오직 하나, ‘돈!’으로 모아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직관적으로는 원인을 짚어내면서도 어느 필자도 거기서 한 걸음 더 인식과 비전이 나아가는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돈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돈(돌아버린) 세상이 아닌가?

돈(자본) 자체를 점점 폐절하여 ‘사람을 주인으로 대접하는’ 그런 사회로

확실히 탈바꿈해 가자는 그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야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이명박이와 맞설 수 있지 않은가?

‘사람 경제’를 피상적으로 거론하는 것으로는 턱도 없다.  


각설하고, 11.11 민중대회를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잠깐 생각해 본다.

전해 듣는 말로는, 평가들이 구구각색이다.

대회가 ‘투쟁’으로 변변히 발전하지 못했음을 불만스러워 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한국 진보연대’ 친구들은 이 대회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노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사람은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 그런가?

 우선, ‘한국 진보연대’! 전선체를 자임하고 출범은 했다만, 변변히 구실을 해오지 못하던 차에, 모처럼 많은 대중을 동원한 집회를 성사시켰으니 스스로 흡족한가?


그러나 ‘성공적’이라는 평가는 자기 입지를 중심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수만 명의 대회를 변변히 성사시키지도 못하다가 모처럼 성사시켰으니 그래서 성공이라는 말인가?

사람이 그런 대로 모이기만 하면 성공이라고?

 ‘충분히 투쟁적이지 못했다’는 불만은 그 자체로는 일리가 있다.

투쟁 분위기가 올라온 건설노조 노동자들 중에

“왜 우리만 앞장서 싸워야 하나?”하고 씁쓰레해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총체적인 관점’에 서야 한다.

대통령선거 국면에 열린 대회라면 그 선거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가, 하는 잣대가 가장 큰 잣대가 아닌가?

민노당 고정 지지자층을 얼마쯤 ‘다진’ 측면은 있어도 그 바깥의 더 넓은 민중에게 ‘다가가기’에는 미흡하지 않았는가?


대회에서 무엇을 제시했는지, 투쟁 목표가 넓은 민중에게 다가갔는지를 먼저 따질 일.

  대회에서 제시한 것은 ‘한미에프티에이 반대, 비정규차별 반대, 삼성재벌 비판’, 이 셋이 주된 내용이었다.

당연히 나와야할 진보적인 주장임은 틀림없으나,

문제는 ‘돈’을 섬기는 주류세력에 맞서, 근본적인 비전을 제시해주는 내용이 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만 말할 뿐, ‘이렇게 세상을 바꾸자’는 내용이 없다.

“택지를 국유화하자”거나, “이른바 경쟁력과 상관없이 농촌을 북돋자”거나...

삼성 문제가 시의성 있는 의제가 되었으나 고작해야 ‘특검법 발의’만으로 민중에게 비전을 줄 수는 없다.

 비전을 주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날의 대회조차 별로 정치적 성과를 남기지 못하게 한 근본 원인이 아닐까.


문제는 근본적으로 ‘변혁성 결여’에 있다!

이회창, 이인제까지 무덤에서 살아나

정치가 ‘게임판’이 되어버린 캄캄한 대낮... 등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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