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일반 三匙一飯의 조건
“김형기 경북대 교수, 비정규직을 위한 3시1반(三匙一飯), 사용자․정부․정규직”(한국일보)”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함정과 모순이 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첫째, 정부의 예산이 충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세제도의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부자들 세금 깎아주고 나면 그 정책은 불가능하다. 거기다 4대강처럼 강물에 세금을 쏟아 부으면 더더욱 가능하지 않다. 둘째, 사용자 즉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신들의 주주고배당과 거대한 스톡옵션 등으로 돈 잔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그들은 주총을 통해 회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셋째, 자꾸 정규직, 정규직 그러는데 정규직도 정규직 나름이다. 중소영세기업 정규직들은 생존의 벼랑에 처해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야근 특근 등 장시간 노동으로 초과수입을 얻고 있고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처지를 돌아볼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을 하려면 먼저 자본의 순이익을 주주, 경영진, 노동자(비정규직)가 나누는 3분(分)으로 나누는 3반(飯)의 원칙을 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제대로 된 조세정책을 통해 세금을 거둬드려야 한다.
“경기도, 전공노 간부 2명 해임 결정”(조선일보)했다. 법외노조를 불법으로 몰아놓고는 불법적인 노조파괴와 징계를 내리고 있다. “전공노 활동 땐 엄정 대처, 대법원 노조에 경고”(동아일보)한 것 역시도 법원이 할 짓이 아니다. 판결도 시작하지 않고 그저 행정부가 내린 판결을 법원이 받아서 불법이라고 말한다. 3권 분립에 어긋날 뿐 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법원노조는 탈정치 합법단체여야”(세계일보)한다는 기사 역시 용어 사용에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전공노는 조합원들의 민주적 절차에 의거 설립했기 때문에 합법노조다. 그러나 행정부가 신고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 설립신고서를 발부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법외노조일 뿐이다. 법외노조가 불법노조는 아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주민등록에 등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법아기인가? 아니다. 그리고 ‘탈정치’ 운운하는 데 이거야말로 무개념의 극치다. 노조설립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다. 다만 현행법상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고 특정정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행위의 합법여부 논란이 있긴 한 데 이는 한국의 공무원법이 후진적인 것이므로 고쳐야 할 사항이다. 정치적 인간 동물의 사회적 행위를 두고 탈정치하라고 하면 혼자 고립되어 살라는 말인가? 그런 탈정치 논리를 펴지 마라!
“임금피크제가이드라인 막판 진통, 정년연장 놓고 부처(재경부, 노동부)간 이견, 노사협상방식도 갈등”(매일경제)이라고 한다. 재경부가 노동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하기야 재경부출신 노동부장관과 농림부장관이니 노동자 농민에 관한 정책을 재벌중심의 한국거시경제정책의 일부분으로서만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경부정책이 서면 그 다음에 노동, 농민 정책은 수동적이거나 부수적으로 배치될 뿐이다. 임금피크제가 특수한 몇 사람 정년 연장하는 것이라면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것이다.
“공공기관 연봉제 노-정 갈등 뇌관으로”(한겨레) 부각되고 있다. 연봉제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도모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전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금메달만 존중되는 스포츠처럼 오직 1등만을 위해 나머지는 들러리가 된다. 문제는 줄을 세울 수 없는 기관, 업무,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평가를 통해 서열을 매기고 임금을 차별화한다. “공공기관 대부분 올 신규채용 계획 없다.”(동아일보)는데 왜 전 직원을 무리하게 서열화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지금 직장은 언제나 올림픽이고 월드컵이다. 거의 미쳐 돌아간다.
“노동부 주요업무 지자체 이양, 노동계, 근로여건 악화 반발”(한국일보), “노동계, 기업 눈치 보는 지자체에 반발”(한겨레)하고 있다. 지금 지차체들은 무슨 혁신도시니 기업도시니 하면서 기업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특성이고 뭐고 없다. 오직 기업을 유치하여 돈을 벌어들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지자체 장들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는 주요한 업적이다. 따라서 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혜택을 줘야 한다. 토지이용권, 세제혜택 나아가 노동조합이 노사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주요업무를 지자체에 위임하면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노동운동 역시 침체될 것이다.
“산업연구원, 고용조정권 거래제 도입해야, 탄소배출권 거래같이 사고팔 수 있는”(서울경제)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기야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상품이 되어 자본에 팔려나가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본질인데 이제는 그 거래권 자체를 사고팔겠다고 하니 가히 봉이 김선달이라 할 만하다. “88만원 세대에 노조를 허하라.”(한겨레), “취업 배수진 친 대학 5학년”(파이낸셜 뉴스) 등 광범위한 실업시장에서 허덕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용조정권은 또 다른 착취와 고통의 장일 수밖에 없다.
“전경련, 300만 고용창출 본격화, 2017년까지 연 40만 명”(동아일보, 서울신문)씩 고용한다고 하면 될 걸 300만 고용으로 뻥튀기하고 있다. 아예 뻥튀기하는 김에 연 40만 명씩 25년간 1000만 명 고용하겠다고 선전하는 게 훨씬 배포가 크지 않겠나? “대기업 고용 5년간 제자리”(서울신문, 경향신문)라고 하는 데 느닷없이 300만이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나? “대기업 년 안에 못 견디고 탈락하는 인원은 어떻게 계산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300만 고용을 창출했다 하더라도 대규모 구조조정(정리해고 등)을 하고나면 실제 몇 명이나 고용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여성고용률 더 높여야 우리 미래 밝다”(한국일보)고 하지만 고용률 이전에 고용형태가 더 중요하다. 여성노동자들의 3분의 2 이상이 비정규직들이다. 거기다 남성노동자들과의 임금격차도 OECD국가 중 최대로 벌어져 있다. “신한은 피크 타임 텔러 1000명 모집”(파이낸셜, 머니투데이)에서 보듯이 가장 바쁜 시간에 가장 많은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파트타입을 고용하는 것을 보면 여성들의 고용율을 제고시킬 사회적 인식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 9년째 사랑의 장학금”(서울신문, 파이낸셜 뉴스)을 지급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내 1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그대로 두고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장학금 타령은 매우 속 보이는 일이다. 얼마 전 대법원 판결처럼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의 원청 사용자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으면 노조는 이 부분부터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규직은 대학자녀 학자금까지 회사로부터 나오는 비정규직의 처지는 너무나 열악하기 그지없다. 또 장학금 역시 사회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국가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누구나 학비를 면제받아야 한다. 노조는 그런 투쟁을 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투쟁이다. 노조가 그런 정치투쟁을 포기하고 사랑의 장학금을 포장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노조의 의도가 다른 데 있는바 이것이야말로 이기적인 정치행위다.
“현대차 노조간부 등 27명 상습 도박판 벌이다 덜미, 노조간부 2명”(조선일보)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노조집행부는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해당자에 대한 징계(제명)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육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27명 중 노조간부 2명이 포함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사제목을 ‘현대차노조간부’로 뽑았다. 제목을 달려면 25명 중 다수에 대해 제목을 달아야 한다. 노조가 조금만 관련되면 노조를 부각시켜 도덕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인다. 노조나 노조간부가 깨끗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0.4.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