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정한 경기 회복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그리스의 지배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의 기를 꺾고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조중동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쇠파이프를 버리겠다”고 말했다는 허위 보도까지 하면서 바람잡기에 나섰다. ‘민주노총 탈퇴 도미노’와 ‘제 3노총’의 등장 속에 “노동운동 판도가 탈(脫)정치, 비(非)과격, 실용(實用)으로 바뀌어가고 있”(<조선일보>)다는 것이다.
쌍용차 친사측 노조 위원장이 이명박에게 보낸 ‘눈물의 반성문’도 저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동아일보>는 “금호타이어 노조, 파업해 놓고 반성문 쓸 텐가” 하며 대량해고에 맞선 투쟁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저들의 시도는 반격에 부딪히고 있다. 우선 2월 말에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강력한 전면파업으로 ‘정리해고 중단’이라는 사측의 항복을 받아 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싸운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초조감
얼마 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비정규직 18명 해고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 3천5백여 명이 잔업을 거부한 것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나가야 한다면 공장장도 옷을 벗어라!”고 외치며 수십만 원의 수당까지 포기하고 싸우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연대”였다.
<한겨레>도 “이런 활동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언젠가는 정규직도 똑같은 상황이 올 것이고,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투쟁하자”는 현대차 전주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현재 이 투쟁은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이번에 보여 준 가능성을 계속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기사 작성 이후 제2차 잔업거부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관련 기사 현대차 전주 공장의 “아름다운 연대”는 노동운동의 희망이다 참조)
단결과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 준 사례는 또 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가 3월 9일 지역 연대 파업에 나선 것이다.
경주지부 소속 노동자 3천여 명은 직장폐쇄에 맞서 싸우고 있던 발레오만도 노조와 연대하기 위해 기꺼이 일손을 놓았다. 경주지부 소속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파업은 곧바로 현대차에 타격을 가하는데, 이 때문에 발레오만도 사측은 파업 하루 만에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기를 꺾을 기회만 노려 오던 이명박 정부와 기업주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금속노조는 협상에서 저들이 물러서지 않으면 3월 12일에 경주에서 금속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이어서 전국노동자대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림자동차 해고자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창원에서도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지역 노동자대회를 열고 연대 파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무엇보다 대량 해고에 맞선 격돌이 다가오는 금호타이어에서도 연대가 건설되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가 4월 1일 지역 연대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이런 상황들은 저들의 공격만큼이나 노동자들의 저항도 치열해지면서 연대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압력 속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도 3월 27일 1만 명이 집결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저항과 연대가 확대되지 못하도록 온갖 탄압과 이간질을 해대며 고통전가를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동걸도 지적하듯이 이명박은 “임기 중반 이후 레임덕도 있을 것을 감안해 초조감에 사로잡혀 마구 밀어붙이는 것”이며 이것은 그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진중공업, 현대차 전주공장, 금속노조 경주지부 등이 보여 준 가능성을 더욱 확대 강화하며 그리스 노동자들처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투쟁을 전진시켜야 한다.
금호타이어 대량 해고 명단 통보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하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72.3퍼센트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해고 대상자들에게 명단이 통보된 뒤였지만, ‘산 자’와 ‘죽은 자’를 뛰어넘어 많은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측은 1천1백99명에게 해고를 예비통보하고 대폭적인 임금 삭감을 강요했다. 노동자들은 워크아웃이 진행된 후 두 달 넘게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채권단과 정부, 사측, 보수언론 등의 갖은 비난과 협박에 시달렸다.
이번 파업 결정은 이런 공세에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 것이다.
이제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한 만큼 저들의 고통전가 공세는 더욱 거셀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연일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해야 한다”며 사측과 채권단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사측 관리자는 “현재의 부실은 금호타이어 스스로 자초한 것”인데도 “정작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노동자)가 수술을 거부하니 도리가 없다”며 “부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으로 부도 협박이 거셀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협박에 맞서서 우리 쪽에서도 선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노조가 주장하는 “조건[노동자 희생] 없는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공기업화 요구가 필요하다.
최근 쌍용차가 또다시 자금난에 빠져 지원을 요청했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이것은 국가가 책임지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게 가장 타당함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7일에 구성된 금호타이어 가족대책위(이하 가대위)의 엄희영 씨 말대로 “노동자들이 교대근무로 새벽을 밝히며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을 때 경영진의 무리한 기업 확장과 도박성 해외투자로 회사가 위태로워졌다.”
그런데 정작 이것을 책임져야 할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을 보장받았다. 채권단은 투자자들에게도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줬고, 알짜배기 계열사인 대한통운 지분도 보장했다.
채권단은 “막판까지 버틴 투자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면서” 노동자들은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 소모품”(가대위 김복심)처럼 취급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는, 지금은 철회했지만 지난 교섭에서 제시했던 양보안에 미련을 둬서는 안 된다.
일회용 소모품
지도부는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말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지금은 해고대상자가 아니지만 엄청난 임금 삭감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른바 ‘산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 함께 16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단호하게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간담회, 가대위ㆍ연대단체와 함께하는 전체 조합원 집회, 거리 홍보전 등을 조직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리해고를 중단시킨 한진중공업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 지역 단체들도 연대 투쟁을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줘야 한다. 고무적이게도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총파업을 목표로 연대 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단체들도 지역대책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상반기 투쟁의 혈로를 개척”(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하기 위해서라도,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