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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연대투쟁기금(십일조) 내기 운동 제안서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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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08일 23시 58분 3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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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_내기_운동.hwp(48.0 KB)
 

2010년 연대투쟁기금(십일조) 내기 운동 제안서


자본주의 초기 노동운동은 직업별 노동조합으로부터 출발했다. 노동조합은 동일직업에 속한 숙련공의 상호이익과 상호부조를 도모하였다. 이후 자본주의 진전에 따라 집중․독점이 생기고 숙련․미숙련 노동자를 망라한 산업(별)노동조합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 전개과정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노동조합 발전 역시 특수하게 전개되었다. 산업노조든 기업노조든 독재정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국가권력의 지배와 통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상황은 낮은 조직률은 물론이고 기업노조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직들이 산업노조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동 계급적 성격을 토대로 하는 산업노조 건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따라서 계급적 산업노조를 토대로 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역시 요원하다.


세계는 산업자본주의를 지나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돌입했다. 자본주의체제위기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자본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민중을 더욱 착취한다. 특히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노골화한다. 총노동과 총자본의 계급대립구조를 총노동 내부의 계층간 대립구조로 전환시킨다. 노동자 상호간에 경쟁과 불신을 조장한다. 노동자들 스스로 자본주의 체제를 내면화하게 만든다. 노동시장유연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를 고립 분산시키고 불안과 공포를 확산시킨다.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을 체제내화 시키고 약화시킨다. 이념적 공세와 회유책을 넘어 국가권력의 폭력까지 동원한다. 한 때는 투쟁이 벌어지면 모두가 달려가 연대했던 노동자들이었지만 지금은 주위에서 눈물겹게 연대를 호소해도 모른 체 한다. 자본주의적 개인주의 삶에 빠진 채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다. 자본주의적 소비구조 앞에 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노동에 대한 공격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화폐가지 하락, 환율변동, 주식가격 폭락, 무역 및 재정적자, 유동성부족과 금융․경제 위기로 자본주의가 망할 것처럼 공포가 조성되지만 지배자들은 끄떡도 없다. 모든 치유비용은 노동자들이 부담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합리하면서 노동자 임금을 삭감하고 정리해고 하고 실업상태로 내 몬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체제에 저항하기 보다는 운명을 탓하면서 노동자계급 자신의 존재에 대한 배신에 이르기도 한다. 자본주의체제의 변화발전은 노동자 운명의 토대 위에 구축되는 역사적 산물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투쟁한 노동자들은 구속되고 해고당했다. 


노동조합운동의 토대는 조직된 구성원인 조합원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희생을 감내하며 투쟁하는 활동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활동가 역시 조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면 활동가로서 존립할 수 없다. 자본은 이런 활동가를 투쟁조직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최근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과정에서 보듯이 투쟁하다 해고된 활동가를 조합원에서 분리시키려 한다. 투쟁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에겐 블랙리스트 연좌제를 통해 복직이나 취업을 차단한다. 2003년 두산 중공업 배달호 열사 투쟁 이후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민․형사상 면책특권을 보장받은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손배가압류 조치를 통해 활동가들의 발을 묶고 있다. 활동가들을 노동운동에서 배제시키려 한다.


여기서 제안하는 연대투쟁기금은 당면한 투쟁에 필요한 기금이 아니라 투쟁하다 희생된 노동자(활동가)들이 투쟁현장을 떠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기투쟁 사업비와 생계비 및 활동기금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5인 이상 사업장 상용노동자 월 평균 임금 284만 원(2008년 4/4분기)기준 연봉 3400만 원 이상을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서 이 취지에 동의하는 경우 연대투쟁기금 내기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물론 노동운동 활동가나 간부라면 이러저러한 기금이나 지원금을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추가로 내는 투쟁기금이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의 현재 소비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 함께 나누고 연대하려면 그만큼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 연봉의 10% 내외를 자발적으로 내는 운동을 제안합니다.


<연봉 기준 투쟁기금 내기 예시>


3400만원...3700만원...4000만원...4300만원...4600만원...4900만원...5200만원...

         ↑         ↑         ↑         ↑         ↑         ↑

         5%        6%       7%        8%       9%       10%


* 함께 또는 개인적으로 이 운동에 참가하실 분은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현재 이 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은 상황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 참고로 2007년, 2008년 제안서를  첨부합니다.


* 연락처 : hyg8692@kornet.net


<2007년 제안서>


사랑ㆍ 연대ㆍ 투쟁 성금 모금 운동을 시작하며

- 12월 임금 총액(보너스, 성과금 등 포함)의 십일조(10%)내기 운동


노동자. 조합원 동지 여러분!

2007년이 저물어 갑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뉴코아․이랜드 투쟁, 코스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비롯해 수많은 사업장과 길거리에서 노동자들은 짓밟혔습니다. 지금 구속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옥중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87체제’가 가고 ‘2007체제’를 얘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 간 민간정부가 보여준 형식적 민주주의는 결국 신자유(본)주의 세계화로 귀결되었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삼성이 만들어줬다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참여정부’의 허울을 쓰고 1,000명 넘는 노동자를 구속시킨 채 한국사회를 전반적으로 보수화로 회귀시키는 데 기여하고 말았습니다.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상반기 임.단투, 하반기 대국회 제도개선투쟁이라는 도식은 이제 옛날이 되어버렸습니다. 1년 내내 임.단투와 고용안정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동조합의 요구관철인 임금인상이나 제조개선 투쟁이 아니라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 개악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개악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만적인 비정규직보호법이 만들어진 현실에서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차별철폐투쟁은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본과 정권의 노동시장유연화 전략은 이제 노동법 해체와 물리적 탄압이라는 전면적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서도 자본주의체제의 항상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자본은 엄청난 불법비자금을 무기로 권력의 비호 아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률을 제․개정하면서 민중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정치는 금권타락정치의 표본입니다. 자본의 세계화 전략의 일반적 형태는 국가기구를 자본의 하위기구로 전락시키고 공권력을 노동탄압의 폭력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에서 드러났듯이 국가권력은 탄생할 때부터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삼성 불법로비에서 드러났듯이 검찰 역시 자본에 매수되어 반민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은 이제 자본언론이자 언론자본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화하면서 친시장 반노동 이데올로기를 공격적으로 유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노동에 대한 폭력적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노동자.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들의 존재는 계급적 존재입니다. 그러나 자본은 노동계급을 분할통치(divide & rule policy)하려 합니다. 노동자들의 완전한 단결은 자본주의사회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계급을 계층적으로 분열시켜 차별(등)적으로 관리하고 지배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의식은 계급적 의식으로부터 계층적 의식으로 퇴락하게 되고 결국은 자본가 의식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진행되는 성과주의는 경쟁과 효율을 통한 성장지상주의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계층화시켜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피눈물 나는 경쟁의 결과는 물질적 보상입니다. 소수의 승리자는 차별적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어 시장에서 더 나은 물질적 소비를 통해 만족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노동자는 환각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물신주의(物神主義)를 신봉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효율과 경쟁체제에서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물신주의가 낳은 자본의 지배력 강화는 노동계급을 분열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차별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습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자신의 존재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그 결과 노동자는 멀리 있는 자본가보다는 당장의 경쟁자인 다른 노동자에 대해 더 많은 분노를 가지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노동의 착취분인 자본의 이윤이 노동자간의 차별을 해소하고도 남을 양이지만 노동자들끼리 차등에 대해 반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자본의 통치전략이고 노동자들 사이에 던져놓은 덫입니다. 그리하여 노동조합의 당위적인 구호인 단결과 연대보다 자본에 의해 현실적으로 만들어진 허구적인 존재의식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회피의 수단은 현실적인 조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현실적인 조건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이고 그 체제에 기반 한 존재의식인 것입니다.


노동자.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저는 이 지면을 통해 당장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방도를 찾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자본에 의해 분할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동지적 사랑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연대를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잘 부르지 않는 노래지만 한 때 뒤풀이 때 열심히 불렀던 ‘...혓바닥만 굴리고 머리통만 빠개는 빌어먹을 술을, 술을 끊겠다....’처럼 정세분석과 전략전술을 논의하기 전에 노동자들 사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랑을 확인해 보자는 것입니다. 사랑 없는 연대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자신의 것을 주지 않는 사랑은 가식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의 토대 위에서 연대를 강화하고 나아가 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사랑, 연대, 투쟁을 위해 성금 모금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 이것 역시 물신주의라고 비난하실 동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가가 착취와 차별의 수단으로 지급하는 돈과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기 위해 사랑을 나누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성금을 모금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기금을 비롯해 파업투쟁기금, 비정규직 투쟁기금, 최근의 뉴코아․이랜드 투쟁기금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밑으로부터 우러러 나오는 자발적 성금이 아니라 회비나 조합비와 같이 조합원의 머릿수를 계산한 획일적인 성금은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간이나 성과 측면에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런 성금운동을 중단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자발적 성금을 제대로 한 번 내보자는 것입니다. 나의 물질적 소비 일부를 희생시키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자본의 분할지배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노동자. 조합원 동지 여러분!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기상이변 때문인지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바람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느끼는 추위의 강도는 계급․계층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기상이변조차도 아직까지는 계급적인 수준일 뿐입니다. 특히 차가운 감옥에서 단식 중인 노동자, 해고에 맞서 길거리에서 단식 또는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차가운 냉기는 뼈 속까지 파고 들 것입니다. 이국의 땅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오다 단속추방에 걸려 강제출국조치에 직면한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추운 겨울이겠습니까? 생계비도 충족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겨울은 더 춥습니다. 12월 말이면 다시 해고와 재계약의 공포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도 겨울은 또 공포의 계절입니다. 코오롱, 기륭전자, 경남제약, 이젠택, 우진, 테트라팩, 뉴코아․이랜드 등 장기투쟁 중인 노동자들에게 겨울은 또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은 하나같이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동자들을 잘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언제 올지 모를 잔칫날을 기다리며 굶으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조그마한 성의의 표현이자 행동인 사랑․연대․투쟁의 성금을 모금하고자 합니다. 많은 동지들이 나름대로의 성금모금에 참여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해 모금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동지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자발적 성금모금운동에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성금은 뉴코아, 이랜드를 비롯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해고. 구속노동자 가족, 이주노동자 등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만 모금운동에 참가하시는 동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할 예정입니다. 임금수준은 상관없지만 가능하면 전국노동자 평균임금 이상인 동지들이 참여하면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아가 향후에도 지속적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로 2006년 전국노동자 월 평균 임금은 266만 7천원(제조업 평균은 259만 5천원, 사업장 규모가 500인 이상인 경우는 366만원)이었습니다. 성금모금운동에 참여를 원하는 동지는 참여여부를 오는 12월 25일까지 연락(이름과 소속)주시기 바랍니다. 참여자 모임은 12월 26일 가질 예정입니다. 고맙습니다.

 (2007.12.10, 매일노동뉴스 게재)



<2008년 제안서>


임금 10% 연대․투쟁 모금 운동은 2008년에도 계속된다!


작년 12월 10일 “사랑ㆍ 연대ㆍ 투쟁 성금 모금 운동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바 있다. 12월 임금 총액(보너스, 성과금 등 포함)의 십일조(10%)내기 운동을 시작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모금이 되면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 해고. 구속노동자 가족, 이주노동자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나 모금운동에 참가하는 동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보름정도의 말미를 주고 참여자가 나오면 12월 26일 모임을 갖고 지원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일정도 알렸다. 그러나 내심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노동자들의 삶이란 것은 자신의 임금수준에 소비가 맞춰져 있는 관계로 임금의 10%를 갹출한다는 것은 현재 삶의 10%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부채가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또 다양한 방식의 후원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추가로 자신의 고정 지출을 줄인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 어려운 문제는 노동자들의 명목상 임금이 상승하는 만큼 물가가 상승한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대량생산체제는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대량소비를 부추기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사회적 연대로서 성금이나 기금을 지출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자본에 의한 잉여착취분의 일부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로 둔갑하거나 한국의 경우는 불법 비자금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안된 연대․투쟁 모금 운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문제제기 차원에서라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2008년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 해가 가기 전에 몇 몇 동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왜 사람 부담주고 그러냐!”면서도 기꺼이 참가할 의사를 보내왔다. 물론 계속할지 여부는 2008년 임금이나 가족의 생계비 지출상태 그리고 가족과의 협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한시적이라고 말하는 동지도 있었다. 그러나 12월 상여금까지 포함하여 임금의 10%를 선뜻 내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래서 198만원이 모아졌다. 참여한 동지들과 함께 사용용도에 대해 협의했다. 가장 어려운 형편이 있으면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먼저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하자고 했고 대상은 ‘노들장애인야학’을 선택했다.


노들장애인야학은 지난 14년 동안 장애인 복지회관인 정립회관의 공간을 빌려 야학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정립회관이 공간부족을 이유로 퇴거를 요구했고 2008년 1월 2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학교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이나 교육인적자원부에지원을 요청했으나 장애인 야학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오히려 서울시는 천막설치가 불법이므로 철거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오늘날 젊은이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들은 45%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었으나 시행령 마련 등이 미비하여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170여명의 장애인에게 글을 깨우치게 한 노들장애인 학교는 지금 37명의 재학생과 18명의 교사들이 “우리도 공부해서 길거리 간판을 읽고 싶다”는 열망으로 길거리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물신주의다. 물질의 양으로 인간의 만족을 충족시키는 데는 끝이 없다. 절대적 양이 부족한 시대의 절대적 가난보다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대의 상대적 가난이 더 사회적 비극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시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공동체사회를 꾸려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급속한 진전은 공동체사회를 붕괴시켰고 사람들을 개별화시켰다. 오늘날 노동자들의 경제적 연대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물질적으로 개별적 몫을 더 차지하기 위한 일시적 연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연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노동자들의 수가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다. 자본은 노동을 분할 지배하고 노동운동을 해체시키고 급기야는 총자본에 대응하는 나약한 개별 노동자로 전락시킴으로써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 결과는 몫이 줄어든 노동자들 사이에 서로 반목하고 질시함으로써 자본에 의한 분할지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더 가지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눔으로써 더 커질 수 있는 것이 바로 공동체 사회의 시대정신인 연대․투쟁이다. 임금 10% 연대․투쟁 모금 운동은 2008년에도 계속된다!

(2008.1.18, 금,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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