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변혁산별>92호 도요타, 현대기아차의 내일?
<1~2면> 도요타, 현대기아차의 내일?
도요타 사태의 교훈 … 납품단가 후려치기·비정규직 확대·해외공장 확대
도요타 신화 붕괴 … 품질과 전투적 노조 무관하다는 사실 확인
<3면> 노동운동/ 한계 확인된 체육관 선거
민주노총 선거 국민파 장기집권 … 투쟁하는 산별노조로 현장 강화해야
<4~5면>노동/ 노동강도 현장통제 강화
포스코 4조2교대 추진 속내 … 노동시간단축·사내하청 정규직화가 핵심
<6~7면>산별노조/ 비정규직 공장 현대모비스
2009년 순이익 1조 6천억 … 정규직 고용은 기아차의 1/6
<8면>금속산별/ 현대차 1사1조직 혁신 핵심
[신년특집 2010 이렇게 싸우자③] 조직강화확대 … 1사1조직과 타성의 극복
도요타, 현대기아차의 내일?
도요타 사태의 교훈 … 납품단가 후려치기·비정규직 확대·해외공장 확대
도요타 신화 붕괴 … 품질과 전투적 노조 무관하다는 사실 확인
도요타 신화의 붕괴는 민주노조가 있는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매우 기쁜 소식이다. 이것은 보수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도요타가 남길 자동차 시장의 공백을 현대기아차 자본이 메꿀 수 있어서가 아니다.
도요타는 미 부품사 CTS의 가속페발의 결함으로 전 세계1천대 자동차 리콜을 실시했고, 미국 북아메리카에서는 6개 공장을 일시 생산 중단했으며,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캠리’ 등 8개 모델에 대해 판매를 중지했다. 1천대는 도요타가 전 세계 공장의 2009년 생산목표 650만대를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냉정하게 사태를 보는 일부 언론들은 도요타의 시장 공백은 오히려 ‘포드’가 메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미국 시장 점유율 7%대라는 얘기는 1백대 자동차 중 고작 7대가 현대기아차라는 얘기다. 미국인 대다수에게 익숙한 차는 여전히 빅3(포드, 지엠, 크라이슬러)다. 설사 현대기아차 자본이 운좋게 시장을 일부 선점하더라도 그것은 정몽구 호주머니를 불릴지언정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의 이익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품질과 전투적 노조 무관하다는 사실 확인
그러나 도요타 신화의 이데올로기 파산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유리하다.
지금까지 도요타는 현대차 자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원가절감 전략과 무파업·기본급동결·비정규직 채용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도요타노조 때문이다.
많은 보수언론과 논객들은 도요타의 뛰어난 품질, 적정한 가격, 세계적 명성 그리고 자본타협적 도요타 노조에 빗대, 한국 자동차 노동자들의 전투성, 투쟁성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전투적 노조 때문에 ‘귀족노동자’들이 ‘놀고 먹으며 자동차를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불량’일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내뱉었다. 생산성 향상에 전투적 노조가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사건을 통해 우리가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은 품질향상은 전투적 노조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명쾌한 사실이다. 오히려 도요타 사건은 현대기아차 자본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 ‘도요타 따라잡기’를 해 왔던 현대기아차 자본의 생산 및 관리 전략과 노동자 통제 전략 모두가 도요타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적시생산시스템
첫째, 현대기아차 자본은 도요타를 따라 적시생산시스템을 도입해 직서열 부품 시스템을 구축해 재고를 없애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이것은 완성차, 부품사 등 모든 자동차 노동자들이 2만여개의 부품이 결합되는 과정 즉 ‘프레스’ ‘차체 용접’ ‘차체 도장’ ‘차량 조립’ 등 각 과정 기계조립 과정에서 ‘흐름생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생산 공정이 파업으로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흐름생산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작업시간 및 작업량, 작업인원이 정해진다. 이는 근본적으로 재고를 없애고 필요한 생산대수를 생산하기 위해 최대 2~3일을 넘기지 않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불량’을 없애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일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부품사들은 현대기아차 원청으로부터 2∼3일전 ‘오더’를 받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주야맞교대를 실시해야 한다. 물량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완성차 흐름생산이 방해를 받고 심지어 완성차 공장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부품사 노동자들에 대한 부품사 자본들의 ‘닦달’이 필수적으로 따라다닌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두 번째, 원가절감전략과 노조 탄압이다. 도요타처럼 현대기아차 자본은 이 흐름생산에 투입되는 원가, 즉 부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원청의 권력을 이용한다. 즉 부품납품단가를 인하하지 않으면 물량을 주지 않겠다는 직·간접적인 협박들이 나돈다.
도요타는 이 원가를 무려 30%나 낮춰왔고, 현대기아차 역시 10~30% 가량 납품단가를 낮춰왔다. 일본계 부품업체의 한 사장은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내구연한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1990년대 이후 도요타 본사가 의도적으로 부품의 내구연한을 위험 한계까지 밀어붙이면서 부품 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조선일보>)
예컨대, 2005년에 도요타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평균 강판 부품사는 610개에서 500개로 감축하고 대신 강판의 대체 원자재인 알루미늄, 고강도 플라스틱 및 합성수지로 전환했다. 경적기의 28개 부속품은 6개를 줄였고 도어 위에 내부 보조 그립이 35종이나 있었으나 지금은 90개의 모델 라인업에 단지 3가지 기본 스타일로 전환했다. 이것은 값싼 중국산 부품가격을 따라잡으려는 조치들이었다.
이것은 제품결함은 물론 부품사 노동자들 노동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품사들은 이런 원청의 횡포에 못이겨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사 노동자들의 시급을 낮추려 하고, 노조의 저항으로 관철이 어려우면 일부 라인을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한다. 현대차 자본은 금속노조 소속의 전투적이었던 대덕사지회에 의도적으로 물량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부품회사를 폐업시킨 적도 있었다.
비정규직 채용 확대
세 번째, 비정규직 채용 확대다. 완성차 정규직 조합원들은 현장파업(현장에선 ‘라인을 잡는다’고 말한다)을 통해 흐름생산의 노예화가 만든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하며 인원충원을 요구하며 흐름 생산 속도를 통제하려 해 왔다. 이에 자본은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도요타의 일본 공장의 경우 정규직이 6만여명에 달하는데 비정규직은 2005년 11,600여명에 이르러 20%를 차지했다. 실제 비정규직 숫자는 이를 상회할 지 모른다. 계약기간 4개월~2년1개월인 도요타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고용의 방패막이처럼 회사 생산량의 축소 및 확장에 따라 3천여명에서 1만여명 등이 고무줄처럼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6천여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해고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도요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 방패막이 노릇도 ‘막장’으로 끝났다. 도요타는 지난 2008년말부터 2009년 1/4분기까지 71년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연달아 내자 미국, 영국 공장에서 정규직 1천여명에 대해 명예퇴직 등을 실시했다. 경제위기는 비정규직 방패막이가 통하지 않았다.
해외공장 증설과 노동강도 강화
네 번째는 해외공장 증설이다. 원가절감의 차원으로 현지생산을 선호하는 것은 도요타와 현대기아차 자본이 똑같다. 도요타의 해외공장 증설은 원가절감과 맞물려 지독한 노동강도 강화와 연결돼 있다. 지난 2005년 북미공장 생산성 평가 결과에서 도요타는 1위를 미국 내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차지했다. HPV(차량 한 대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총시간)도 27.9로 가장 짧았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해외생산량을 늘려 무려 650만대까지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도요타 기록을 깼다. 현대차는 HPV가 19.88로, 전체 12개 메이커 중 2위에 올랐다. 혼다는 22.03로 4위, 도요타는 25.68로 9위에 각각 랭크됐다.(<이데일리>) 그러나 도요타의 해외공장은 과잉생산의 원인이다. 1천만대의 생산능력을 지닌 도요타는 30만대 가량이 과잉생산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공장 증설은 세계 경제가 후퇴될 때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수습규모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뒷감당이 어려워진다. 1998년도 대우그룹 김우중의 ‘세계경영 신화의 붕괴’를 떠올리면 된다. 따라서 도요타 오늘은 현대차의 내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도요타와 다른 결정적인 것은 전투적인 노조가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 정규직, 비정규직들은 저항도 못 하고 짤려 나가지만,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원하청 연대를 통해 총고용 보장을 위해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