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 계승 노동해방선봉대가 11월 6일 울산에 도착해 지역 투쟁 사업장을 순회했다. 노동해방선봉대는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을 계기로 '노동해방, 사회변혁을 중심으로 계급적 노동운동을 확대강화한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선봉대는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경기, 충청, 울산, 경남, 호남 등지를 순회한다. 노동해방선봉대는 5일 용역깡패들이 점거하고 있던 충청지역 KLT지회에서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200여 명의 용역깡패를 몰아내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울산 일정에서는 코스콤, 뉴코아 조합원 등 서울에서부터 출발한 선봉대 30여 명과 현대자동차 금속민투위, 울해협 등 울산 현장활동가 30여 명이 결합해 약 60여 명이 함께했다.
▲효정재활병원 앞에서 휘날리는 노동해방선봉대의 깃발[사진제공-노동해방선봉대]
▲효정재활병원 앞에 집결한 노동해방선봉대의 모습[사진제공-노동해방선봉대]
선봉대는 울산 첫 일정으로 오전 10시경 효정재활병원을 방문했다. 선봉대는 울산연대노조 권우상 사무국장으로부터 간략하게 투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농성중인 강을출 조합원과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눴다. 선봉대 일원으로 내려온 뉴코아 조합원들은 강을출 조합원과 악수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선봉대는 언양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삼성SDI하이비트 조합원 10여 명과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일대 아파트단지 내에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선봉대는 울산 세 번째 일정으로 성남동 중앙호텔 앞에서 열린 공공노조 울산중앙케이블지부 집회에 참석해 이경수 선봉대장과 뉴코아 조합원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집회 후 호텔 로비에서 중앙케이블 조합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투쟁사업장인 코스콤, 뉴코아, 망향휴게소 조합원들이 각 사업장 투쟁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 인도에 연좌한 노동해방선봉대. 사진제공:노동해방선봉대
오후 일정으로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에서 간략한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해고자인 조돈희 활동가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를 회고했다. “8월 18일, 현대중공업과 계열사 노동자 5만여 명이 이곳 중공업 운동장에 모여 집회를 마치고 쏟아져나왔다. 그날 남목고개를 넘어 공설운동장까지 행진을 해 노동자대투쟁을 열어젖혔다”면서 “그러나 2004년 박일수 열사 투쟁 당시 보여졌던 것처럼 현대중공업은 그 옛날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달랐고 얼마 전 노동조합 선거 결과에서 보여지듯이 완전히 현장이 죽어버렸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풍물패를 앞세우고 남목고개를 넘으며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재현하고 있는 노동해방선봉대. 사진제공:노동해방선봉대
중공업에서 간략한 역사 설명을 마친 선봉대는 남목삼거리로 이동해 풍물패를 앞세우고 남목고개를 넘어 현대자동차 정문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행진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재현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선봉대가 행진하는 동안 염포동, 양정동 일대 주민들이 인도에 서서 관심을 보이며 지켜보기도 했다.
이어 선봉대는 현대자동차 정문 앞 금속민투위 사무실에서 휴식을 가지며 1987년 노동자대투쟁에 대한 궁금한 점을 조돈희 해고자로부터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돈희 해고자는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128일 투쟁, 골리앗 투쟁 등 중공업 역사를 보면 현장 조합원의 힘에 의해 굴러왔다”고 강조하며 “부서동지회 등 직접민주주의의 힘이 강한 현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6일 저녁, 홈에버 울산점 내 매장 투쟁에 나선 노동해방선봉대 모습. 이나라 기자
짧은 휴식을 가진 후 선봉대는 6시 북구 홈에버 울산점 앞에서 열린 투쟁문화제에 참석해 오뎅 국물과 파전 등 음식을 나누며 연대의 우의를 다졌다. 이경수 선봉대장의 발언에 이어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만든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세계노동자 투쟁과 한국 노동자투쟁의 역사가 담긴 이 영상에 참석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선봉대 일원으로 참가한 뉴코아노조 몸짓패 활화산과 코스콤 조합원이 함께 펼친 몸짓도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한편 선봉대는 11월 7일 300일 넘게 투쟁중인 양산의 진주햄과 600 일 넘게 투쟁중인 한일제관을 방문하고 부산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노동해방선봉대 제안문
▶4일 출범한 노동해방선봉대 발대식 포스터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착취와 압제의 사슬을 끊고 노동자들이 떨쳐 일어섰습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이 거제에서 서울까지 마치 들불처럼 타올랐습니다. 자본의 간악한 노동통제를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건설했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적 노동탄압을 격퇴했습니다. 그 투쟁의 선두에 마창노련정당방위대, 서노협선봉대 등 자랑스런 노동자선봉대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후 자본과 정권은 IMF외환위기를 기회로 일대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신자유주의.세계화의 칼날을 치켜들고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시장화, 사유화 공세를 가해왔습니다. 97년 노개투 총파업이 다시 한번 ‘노동자대투쟁’의 물꼬를 텄으나, 투항과 합의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쟁전선이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현장 곳곳에서 투쟁이 일어났지만 연이어 각개격파당하고 말았습니다. 경제자유구역, FTA 등 세계화의 거센 물결이 휩쓸고 있고, 노동현장은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 치욕의 10년동안 신자유주의 분쇄투쟁전선에 노동자선봉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의 반신자유주의 반세계화 투쟁전선은 그 바닥을 모를 정도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지도부의 투쟁회피와 형식적인 투쟁에 조합원들은 지치고 신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부패비리에 노동운동이 썩어문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무섭게도 선봉에 서야 할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의 지침에 수동적으로 움직일뿐입니다. 주장은 강하고, 말은 무성하나 실천이 따르지 못합니다. 노동운동혁신의 시작은 활동가들의 혁신에서부터입니다. 현장에서 지역에서 투쟁과 혁신의 선봉으로 다시 한번 일어섭시다. 이것이 바로 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을 되살리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노동해방!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한 노.동.해.방! 이것은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떨쳐 일어선 노동계급의 꿈이었습니다. 자본착취의 사슬을 끊고, 노동자세상을 향한 투쟁으로 진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들이 꿈꾸어 온 ‘노동해방, 평등세상’은 어디쯤 왔습니까? 활동가들의 가슴 한 구석에 희망으로만 존재하는 것입니까? 민족통일을 위한 ‘통일선봉대’는 있으나, 자본주의에 신음하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노동해방선봉대’는 왜 없습니까?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인 지금 늦은 감이 있으나, ‘노동해방선봉대’로 노동해방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실천의 선봉으로 달려 나갑시다.
전국 곳곳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일어선 노동자들은 이듬해 전국노동자대회로 모여 자본가계급에 맞서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노동해방선봉대는 2007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자본가계급에 맞선 노동해방투쟁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노동해방선봉대는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당면한 실천투쟁을 전개하고 노동해방투쟁의 결의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과 전국을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노동해방선봉대는 계급적 노동운동을 강화하고, 노동해방과 사회변혁을 실천하고자는 동지들이면 누구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신자유주의.세계화분쇄 투쟁에 목말라하는 동지들, 노동해방.사회변혁을 꿈꾸는 동지들이여! 노동해방선봉대로 모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