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기 원인은 우리 안에 있다. 바깥의 파렴치한 반노동 세력의 야만적인 민주노총 죽이기가 민주노총을 위기로 몰아가는 게 아니다. 민주노총 위기는 우리 내부의 고질적인 정파투쟁,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더러운 음모와 역겨운 조직세 남발로부터 비롯됐다. 대단히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일부 정파들은 거의 종파주의자로 전락해 권력 챙기기에 혈안이다.
임원선거 등록 마지막 날인 1월 8일, 민주노총은 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통합후보 추대를 결정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을 이끌어가는 연맹 위원장들이 정파를 떠나 한 자리에 모여 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고 사상 처음으로 산별연맹대표자들이 합의해 통합후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임원선거 후보등록 수십분을 남겨두고 통합론에 발을 담그고 있던 한 정파가 위원장,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했다. 통합론 자체를 배격하던 한 정파는 오로지 마이웨이만 외치면서 이번에 패권해보겠다며 후보로 나섰다. 뒤를 이어 정파 싹쓸이식 부위원장 후보 등록이 이어졌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임성규 위원장은 산별대표자들의 결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출마를 고집하다가 등록 십분 전에 일단 후보등록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후보직을 사퇴했다. 뒤를 이어 다시 부위원장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를 발표했다.
정파블럭화된 탐욕적인 구조에서 통합에 대한 기대 자체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오로지 패권 챙기기에 나선 일부 후보들에 대한 무언의 항의는 사퇴라는 극단적 형태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때만 되면 정파인 것처럼 조직을 급조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상층 중심의 혁신연대라는 관료조직, 이런 종파조직들이 다시 조직을 변절한 어떤 후보에게 달라붙어 권력의 한 조각이라도 움켜잡으려는 더러운 꼴도 본다.
끝까지 뭔가에 연연해 한줌도 안되는 권력의 끈을 움켜잡고 마이웨이하는 너희들이야말로 민주노총을 갉아먹는 종파주의자, 분열주의자임을 말하고 싶다. 이런 자들을 위해 대의원대회를 열어야 하나. 이런 자들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를 치러야 하나.
1월28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는 철저히 깨져야 한다. 선거도 완전히 깨져야 한다. 더러운 정파놀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민주노총에게 더 이상 희망이란 없다. 끝까지 후보 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저 한심한 작태을 보는 현장의 눈은 얼음장보다 더 차갑다는 사실을 명심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