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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국가의 수반, 차베스에 여전히 환상 품고 있는 사노준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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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04일 15시 58분 57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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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여전히_환상_품은_사노준_활동가.pdf(318.0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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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국가의 수반, 차베스에 여전히 환상 품고 있는 사노준 활동가
나는 지난 번에 ‘사노준은 차베스에 대한 위험한 환상을 불어넣고 싶은가?’라는 비판글을 썼다. 그리고 어느 사노준 활동가가 사노준 정치신문인 <문제는 자본주의다> 15호에 ‘답변’을 썼다. 이 답변은 사노준 활동가가 여전히 차베스정권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으며, 베네수엘라 혁명의 핵심문제가 무엇인지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1. 위험한 환상을 유포하고도 그걸 감추는 데 급급하거나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노준 활동가
사노준 활동가는 우선 <문제는 자본주의다>의 기사가 차베스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부정직하게 감추려 든다.
“[사노준이] ‘차베스 정권에 대한 참으로 위험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는 해석은 근거없는 비난일 뿐이다. 원영수씨의 9호 기사(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가속화를 준비하다)는 기본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다.”(<답변>)
‘스트레이트 기사’란 ‘사실 보도 기사’란 뜻이다. 따라서 사노준 활동가는 지금 “객관적 사실만 보도했는데 무슨 환상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인가?”라고 항변하는 셈이다. 이런 항변은 정말 어이 없다.
예를 들어 보자. 북한 지배계급의 수장인 김정일은 얼마 전에 “사회주의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어떤 사회주의 조직이 이런 김정일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보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썼다면 노동자투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 조직은 대체 뭐야. 북한 지배계급인 김정일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환상’을 품고 있네!’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사실 보도’를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주 사소한 ‘사실 보도’조차도 ‘주관적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거울’이나 ‘사진기’ 같은 기계가 아니며, ‘의식’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실 보도와 가치 판단을 분리시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주관적 가치’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실 보도’만 하겠다고 할 경우, 특히 지배계급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보도할 경우 그것은 지배계급의 시각에서 또는 지배계급 추종자의 시각에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원영수 씨의 글에서 차베스 관련 부분만 인용해 보자.
“차베스 대통령은 “오늘날 베네수엘라에서 우리는 진정한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재선에 성공한 차베스는 민중과 혁명, 사회주의에 복무할 새로운 당을 기층으로부터 건설할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응하여 약 600만 명이 2007년 4-6월에 PSUV(통사당) 당원으로 등록했다.”(<문제는 자본주의다> 9호에서)
아무런 비판적 평가도 없이 이렇게 차베스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원영수씨가 베네수엘라 자본가국가의 수장인 차베스를 ‘찬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원영수씨는 글 뒷부분에서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혁명은 아직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 혁명을 쉽게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썼지만, 자본가국가의 수장인 차베스가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것처럼 환상을 많이 유포해 놓은 다음, ‘쉽게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살짝 덧붙이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는가?
<답변>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12호 활동란의 사노준 학생모임 기사에서도 ‘가능성과 자신감’을 준 것은 ‘베네수엘라 혁명 이야기’지 차베스 정부에 대한 신앙심이 아니다.”(<답변>)
나는 지난 번 글에서 사노준 학생모임 또한 ‘차베스에 대한 위험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답변>은 이런 비판이 ‘근거 없는 비난’이라며 위와 같이 답하고 있다. 하지만 사노준 학생모임은 베네수엘라의 민족주의 자본가정권의 한국 대사를 만나서 ‘베네수엘라 혁명 이야기’를 들었다. ‘혁명 이야기’를 ‘차베스 자본가정권의 대사’한테서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노준 학생모임은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차베스 정부가 베네수엘라 ‘21세기 사회주의혁명’을 밀어가는 주체(핵심적이든 보조적이든)라는 환상을 불어넣은 것이다.
사노준 학생모임 회원들이 당시 “차베스 이후 혁명을 이어갈 주자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등등 많은 질문을 베네수엘라 대사한테 쏟아냈다고 한다. 위 질문은 ‘지금까지 혁명을 밀어붙여 온 것은 차베스인데, 그 뒤를 이을 주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아닌가? 그런 질문을 하고, 또 자연스럽게 보도하는 것만 보더라도 사노준 학생모임이 자본가국가의 수장인 차베스가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밀어가고 있다고 열심히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아닌가?
선거를 통해 자본가국가의 ‘수장’을 누구로 뽑을 것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의 관건은 노동자계급이 차베스정권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자각, 자신의 의지,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 사상 아닌가?
<답변> 필자는 자기 글에서 “차베스가 주도하는 볼리바리안 혁명으로 대중투쟁의 공간이 열리는 역동적 계급투쟁”이라고도 썼다. 이 또한 자본가국가의 수장인 차베스가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 또는 촉매’라는 환상을 유포하는 것이다.
차베스는 군대, 경찰 같은 자본가국가의 핵심 기반을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동자투쟁에 떠밀려, 또는 노동자들에게 환상을 유포하기 위해 일부 기업을 국유화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생산수단을 자본가들의 손에 그대로 고스란히 놓아두고 있다. 차베스는 임금인상,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기도 했다.
이런 자본가국가의 수장이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인 듯한 아주 위험한 환상을, 베네수엘라 관련 모든 글에서 일관되게 유포해 놓고서 그에 대한 비판을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하다니? <답변> 필자는 차베스에 대한 환상에 너무 빠져 있어서 어떤 ‘과학적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인 것인가?
2.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노동자혁명의 ‘선도자’인가 아니면 ‘억압자’인가?
<답변>은 내 글에 대해 잔뜩 불만을 품고 있다. 원영수씨는 “차베스 정부보다는 혁명정당(통사당)의 민중적 결합과 조직적 강화가 21세기 사회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말을 덧붙였고, 사노준 학생모임도 ‘차베스 정부’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혁명’에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썼는데, 왜 자꾸 ‘차베스에 집중’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답변>은 차베스 정부에만 시야를 가두지 말고 베네수엘라 혁명 전체를 보자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베네수엘라 혁명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점은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혁명 전체를 고려하기 때문에 차베스 정권에 대해 아주 분명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핵심 문제는 ‘차베스 정권이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인가? 걸림돌인가?’,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차베스를 지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차베스에 대한 어떤 환상도 갖지 말고, 결국 차베스가 이끌고 있는 자본가국가를 타도하고 노동자권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있다.
차베스는 1989년 ‘카라카소’ 항쟁에 힘입어 권력을 잡았다. 1989년 페레스 정부가 IMF의 압박 속에서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가격통제를 중단하자 물가가 최저 30%에서 최고 100%까지 폭등했다. 노동자 빈민들은 5일간 폭동을 일으켰다. 정부는 보안대는 물론 군대까지 투입해 폭동을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적게는 1천 명에서, 많게는 1만 5천 명이 죽었다.
차베스는 반동정부에 대한 노동자 빈민의 거대한 불만을 등에 업고 1992년에 두 번에 걸쳐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감옥에 갖다 온 뒤 1998년 대선에 ‘애국의 구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차베스의 당선은 극심한 빈부격차, 높은 실업률, 형편없는 교육·의료·주거 조건, 정권의 부패, 1989년 대량 학살 등에 따른 노동자 빈민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차베스는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앞장서 대변하는 ‘노동자계급의 지도자’가 아니었다. 노동자 빈민의 불만을 교묘히 이용해 권력을 잡은 엘리트였을 뿐이다.
권좌에 앉은 차베스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을 화해시킴으로써’ ‘베네수엘라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걸 추구해 왔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사회 개량 조치들을 시행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빈부격차를 뿌리뽑기 위해 필수적인 ‘생산수단의 전면적인 무상몰수, 국유화’는 전혀 추진하지 않았다. 차베스는 자본가군대, 경찰을 해체하고, 노동자인민의 민병대로 대체하는 대신 군대, 경찰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심지어는 ‘군대 내 사회주의 정치활동까지 금지’시켰다.
차베스는 집권 초기부터 노동자투쟁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2000년 10월, 석유값이 올라 정부의 석유 수입도 크게 오른 상태에서, 석유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차베스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선포했다. 노동자투쟁에 대한 차베스의 거부감은 그가 신랄하게 비판했던 이전 대통령들의 거부감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몇 가지 사례를 더 보면 차베스가 ‘노동자계급의 지도자’인지 아니면 ‘노동자계급에 대한 지배자’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2006년 초 도자기 제조업체인 사니타리오스 마라카이(Sanitarios Maracay) 노동자들이 6주 동안 점거 농성하고, 2007년 소유주가 회사를 닫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차베스는 그 회사의 국유화를 거부했다. 그러자 노동자들은 공장위원회를 선출하고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2007년 4월, <공동경영과 점거공장들의 혁명적 노동자전선> 집회에 참석하려던 사니타리오스 노동자들은 경찰들과 군인들에 공격당했다. 21명이 연행되었고, 14명은 산탄총에 맞아 부상당했다. 1개월 뒤 3천명의 아라구아 주(州) UNT(베네수엘라판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며 1일 파업을 전개했다.”
“2007년 9월,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경찰의 공격을 받았다. 푸에르토 라 크루즈의 정유소에서 온 150명 정도의 노동자들은 호세 산업단지에서 온 노동자들과 함께 우바네야에 있는 베네수엘라석유법인(CTP) 사무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베네수엘라석유노동자연맹(FUTPV)>의 협상위원회와 만나고 있는 라미레즈에게 그들의 요청서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시도는 경찰 기동타격대에 의해 차단당했다. 3시간 동안의 그 충돌로 40명의 노동자가 체포되었고 한 명이 왼쪽어깨에 총상을 입은 것을 비롯하여 3명은 부상당했다. 버스 안에 최루탄이 던져져 승객들이 질식하는 등 고통을 겪기도 했다. 경찰의 습격 소식을 접한 여러 도시의 노동자들 4000여 명은 즉각 작업을 중단했다.”(Venezuelanalysis.com, 2007년 9월 29일)
“백오십만 명의 회원이 소속되어 있는 <공공부문노조(Fentrasep)>의 선출된 대표자들은, 2007년 8월 중순 포괄협약 협상을 위해 노동부장관을 만나러 갔다. 라몬 리베로 장관은 과거 트로츠키주의자였으며, 현재 <볼리바르주의노조연맹>의 회원이다. 그는 협상단과 만나기를 거부하고 그들을 장관실 안에 가두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 가족들이 창문을 통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데도 음식이나 물도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6일 이후 용역깡패들에 의해 내쫓겼다.”(Socialist Review, 2007년 10월)
3. ‘남미 좌파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노준 활동가들
<답변>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신자유주의적 공세 하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 반제국주의 전선이 구축되고, 이의 제도정치적 표현으로서 연이은 좌파정권의 수립현상…”이라고 썼다. 사노준은 사노련에 보낸 <(사회주의 공투단)6대 기준에 대한 답변>에서 차베스 정권과 관련해 ‘반제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만약 사노준의 답변도 <답변> 필자의 시각과 같은 것이라면, 사노준은 차베스 정부 및 남미 ‘좌파 정권’이 ‘반제국주의’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차베스 정부는 미국 부시와 신자유주의를 격렬히 비난했지만, 미국에 꼬박꼬박 석유를 수출했고 외국 자산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외채를 계획대로 계속 상환했다. 이 점만 보더라도 차베스의 ‘반제국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얼마나 기회주의적인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남미 좌파정권들’은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올 9월 13일 차베스는 러시아로부터 22억 달러를 차관받아 러시아제 탱크 100대와 방공미사일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도 러시아로부터 무기 구입과 관련해 1억 달러를 지원받는다고 한다. 차베스 정부는 작년 11월에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앞마당인 카리브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벌였다. 그리고 최근에 차베스는 미국에 의존하는 원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런 차베스의 행보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바로 옆에 있는 친미 국가 콜럼비아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콜럼비아에 미군기지를 설치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대비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를 보다 더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에 발이 묶여 남미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위기로 세계 패권 국가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틈을 이용해 러시아, 중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것은 ‘약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1위’인 미국 제국주의 강도와 ‘1위 자리를 넘보는 전략적 경쟁자’ 러시아, 중국 제국주의 강도가 지금 치열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런 경쟁이 세계 인류를 경제적 황폐화와 야만적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해 준다.
그런 끔찍한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세계 노동자계급이 모든 제국주의 강도들에 맞서, 그리고 제국주의의 근본 뿌리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도 맞서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사노준 활동가가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의 선도자’ 쯤으로 추켜세우는 차베스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미 제국주의의 군사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 제국주의와 손을 잡고 있고, 석유 수출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제국주의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차베스가 반제국주의 투사인가? 결코 아니다! ‘러시아, 중국 등 또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하위 파트너’일 뿐이다.
차베스가 군사적 무장을 강화하며, 친미국가 콜럼비아 등과 군비경쟁을 강화하는 데는 또 다른 숨은 이유가 있다. ‘좌파정권’을 표방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나 브라질의 룰라 정권이나 모두 자국을 ‘남미의 맹주’로 만들려고 하는 자본가정부들이다. 남미의 맹주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력, 정치력만이 아니라 군사력도 강해야 한다. 결국 차베스의 무장강화, 군비경쟁에는 남미의 패권국가가 되려는 욕망도 들어 있는 것이다.
외적의 침입 가능성을 부풀리면서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지배자들이 흔히 써왔던 수법이다. 차베스의 군사력 증강, 군비경쟁 강화에는 엄청난 빈부격차, 고실업, 세계경제위기에 따른 석유값 하락과 경제 파탄 등으로 노동자민중의 불만이 폭발할 위험성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제2의 차베스’로 불리는 볼리비아의 모랄레스도, 49년간 장기집권한 쿠바의 카스트로도 본질상 차베스와 전혀 다르지 않은 자본가국가의 수장들이다. 미국과도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고, 남미의 우파정부들까지 모두 끌어모아 남미 블럭을 만든 다음 그 안에서 ‘남미의 맹주’ 역할을 하려고 하는 브라질의 룰라 ‘좌파정부’ 또한 본질상 자본가정부다.
따라서 차베스가 다른 ‘남미 좌파정권’ 및 이란 등과 추진해 왔던 ‘반미 연대’는 ‘자본가정부들 사이의 연대’일 뿐이다. 2005년 8월, 투자와 일자리 증대를 요구하며 에콰도르 석유 노동자들이 파업해 석유생산이 중단되고 수출도 멈췄을 때, 차베스는 노동자파업에 대항해 에콰도르 정부 편을 들었다. 차베스 정권은 이렇게 선언했다. “요즘 에콰도르 정부가 충족시킬 수 없었던 석유수출 약정을 베네수엘라가 대신 이행할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다음 기사도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란을 모두 8번이나 방문한 차베스와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서로를 ‘형제’라고 부를 정도이다. 이란 개혁파가 지난 6월 실시된 대선을 부정 선거라고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을 때도 이를 가장 먼저 비판한 인물이 차베스였다. 차베스는 “그들(시위대)은 아흐마디네자드와 이슬람 혁명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아흐메디네자드를 적극 옹호한 바 있다.”(2009년 9월 28일 주간조선)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2002년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배후조종하는 우익의 쿠데타에 맞서 차베스 정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우익 쿠데타가 성공하면 우익은 무엇보다 노동자계급 운동을 가장 빠르게, 가장 철저하게 절멸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베스 정권에 대한 군사적 방어는 차베스 정권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나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반동 쿠데타 시 눈앞의 적(쿠데타 세력)을 쓰러뜨린 뒤, 그 힘을 최대한 이용해 차베스 자본가정권 또한 쓰러뜨리고 노동자권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서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우파 자본가정부’와 ‘좌파 자본가정부(가령 사민주의 정부)’가 번갈아가면서 노동자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며 기만했다. 지금 남미에서 그런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우파 자본가정부’에 분노하면서 ‘좌파 자본가정부’를 지지한다면 노동자계급에게 미래는 없다. 노동자계급은 우파든 좌파든, 보수적이든 개혁적이든 어떤 자본가정부도 지지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계급 자신의 힘, 자신의 자각, 자신의 투쟁만 믿고 모든 자본가정부를 쓸어버리고 노동자권력을 세우는 데로 곧게 나아가야 한다.
사노준 활동가들은 지금 ‘21세기 사회주의’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깃발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낡아빠지고 파탄난 20세기 멘세비즘, 유로꼬뮤니즘 정치(좌파 자본가정부에 대한 환상 불어넣기)를 가지고 노동자계급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4. 환상을 갖는다고 무엇이 변하느냐고?
<답변>은 “차베스에 대한 위험한 환상? 설사 환상을 갖든 비판적 관점을 갖든 무엇이 변하는가?”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그야말로 철부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환상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을 봉쇄했으며, 혁명을 향해 전진하던 노동자계급의 목을 부러뜨렸고, 파시즘 같은 반혁명에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레닌 사후 스탈린이 이끌었던 코민테른 집행위원회는 “장개석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항하는 전쟁을 수행했다”고 말하면서 중국 노동자계급이 민족 자본가인 장개석에 대해 환상을 품게 했다. 그 환상의 대가로 중국 노동자계급은 무장해제당한 채 장개석 군대의 총칼에 무수히 쓰러져 갔고, 욱일승천의 기세로 전진하던 중국 노동자혁명은 붕괴했다.
스페인 노동자계급은 1917년 러시아 노동자계급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전투성과 굳건한 의지, 더 커다란 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코민테른과 스페인 공산당은 스페인 노동자계급한테 부르주아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환상을 끊임없이 유포했다. 결국 스페인 노동자계급은 1937년 5월 노동자권력을 수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가졌지만,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환상을 떨쳐 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적 기회를 유실해 버렸다. 그걸 계기로 스페인 혁명은 무너지고, 프랑코 파시스트 반혁명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다. 프랑코 파시스트는 ‘일제 치하 36년’보다 더 긴 37년 동안 스페인 노동자계급을 끔찍하게 착취하고 탄압했다.
환상 때문에 노동자계급이 치러야 했던 쓰디쓴 대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은 오직 노동자계급이 ‘환상’에서 깨어나 계급의식을 명확히 자각할 때만 가능하다.
차베스에 대한 위험한 환상에서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벗어나지 못한다면,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은 미국-베네수엘라 우익의 반동 쿠데타든, 아니면 차베스의 자본가독재든 훨씬 더 비참한 지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차베스가 ‘반제 투사’, ‘노동자 빈민의 벗’이라고 환상을 품고 차베스에 기댄다면, 노동자계급은 자기 의식, 자기 힘을 강화할 수 없다. 그런 경우라면 미국-베네수엘라 우익이 반동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도, 차베스가 ‘노동자빈민의 벗’이라는 탈을 벗고 좀 더 분명하게 자본가독재로 나아가는 것도 아주 쉬워질 것이다.
세계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베네수엘라도 그 여파로 상당한 타격을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 앞에는 반동 쿠데타, 차베스의 자본가독재, 그리고 노동자혁명의 길만 남아 있다.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어느 길로 가느냐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분명하게 ‘차베스정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느냐에 크게 달려 있다.
아마 <답변> 필자가 “환상을 갖는다고 무엇이 변하느냐”고 항변할 때, “한국 노동자들이 차베스에 대해 환상을 갖는다고, 한국 노동자들한테 무엇이 변하느냐”고 단순하게 얘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도 <답변> 필자가 기댈 곳은 없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같은 의회주의 세력들은 계속 말해 왔다. “20세기 소비에트형 사회주의혁명은 실패했다. 하지만 차베스를 보라. 그는 선거를 통해 집권해서 사회주의혁명을 상당히 잘 선도하고 있지 않는가?”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의회주의 세력의 선동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그 결과는 무엇이겠는가?
한국에서도 노동자계급 스스로가 계급의식을 키우고, 단결투쟁력을 강화하면서 진정한 노동자권력을 수립하기 위해 분투하는 길 대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소부르주아 엘리트들이 국회의원, 지자체, 대통령 선거에 나가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더 많은 (지방)권력을 ‘분점’하고 더 나아가 ‘집권’하는 길이 좀 더 효과적인 길이라고 믿지 않겠는가?
사회주의 세력의 경우에도 차베스 정권이 ‘사회주의 혁명의 주체 또는 촉매’라고 환상을 품으면, 장기간의 고된 과정일지라도 노동자계급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혁명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해 크고 작은 노동자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하고, 끈질기게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구에서 열심히 ‘주민’들과 만나면서 표밭을 일구거나, (좀 더 나은 경우에도) ‘현장 중심의 노동자혁명’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민중항쟁’을 꿈꾸며 노동자들이 원자화되기 쉬운 지역에서 여러 개량주의 사회운동에 매몰될 위험이 크지 않겠는가?
5. 중요한 것은 (차베스가 주도하는)통사당의 혁명화라고?
<답변>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 대해 아주 신랄하게 비난을 퍼붓고, ‘통사당의 혁명화’가 중요하다며 글을 끝맺는다.
“베네수엘라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독립적 사회주의 혁명정당의 건설을 주장하는 자칭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실질적으로는 교조적 종파주의자들은 ‘사노련 활동가’처럼 차베스 비판 말고는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단지 뒤에서 우고 차베스는 반동이란 악질적 비난과 함께, 레닌과 볼세비키의 관점을 따르자는 주기도문으로 자기변명과 자기기만에만 급급했다. 베네수엘라의 자칭 혁명가들은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이라는 새로운 실험 앞에 무기력하다. 개입을 통한 혁명화를 주장하는 그룹들은 취약하고, 밖으로부터 악질적 비난 말고는 할 게 없는 종파적 그룹들은 더더욱 취약하다.”
이런 비난은 차베스가 통사당에 결합하기를 거부했던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자들을 비난했던 것과 아주 흡사하다. 통사당은 2006년 재선에 성공한 차베스가 ‘사회주의 혁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운동을 통제’하기 위해 위로부터 관료적으로 만든 당이다. 통사당은 ‘통합’이란 이름으로 노동자계급과 좌파들을 탄압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겉치레로 만든 것이다. 이 당은 군의 상층부터 아래까지, 그리고 친차베스 자본가들을 포함하고 있다. 통사당은 노동자와 농민들도 포함하지만, 많은 경우 강제로 입당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직업이나 공동체 사업에 대한 자금 투자를 못 받았다.
차베스는 노동자, 농민들만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좌파 당들한테도 통사당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계속 압박했다. 이런 압박 분위기 속에서도 통사당에 흡수당하지 않으려던 좌파 세력들은 차베스정부로부터 ‘반혁명분자’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미국을 등에 업은, 베네수엘라 우익이 반동적인 군사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차베스 정부가 더 분명하게 자본가독재정권으로 나아가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 운동을 짓밟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공장, 정유소, 광산 그리고 모든 일터에서 자주적으로 대표들을 선출해야 한다. 이런 대표들이 지역, 전국 차원에서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전국 노동자평의회를 건설해야 한다. 이런 노동자평의회는 생필품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고, 자본가들과 그 용역깡패, 군대에 맞선 투쟁에서 최선두에 서야 한다. 이것만이 베네수엘라 노동자계급이 해방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런 노동자정치투쟁을 선두에서 이끌 수 있는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당은 차베스가 이끄는 집권 통사당과는 질적으로 달라야 하며, 통사당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전세계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차베스 정부를 포함해 ‘개혁적’이든 ‘보수적’이든 관계없이 모든 자본가정부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지 않고, 어떤 정치적 지지도 보내지 않는 혁명정당, 모든 자본가정부에 대해 철저히 독립적이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 혁명정당,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자계급을 혁명의 주체로 단련시켜 나가는 혁명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사노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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