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통재라!!
노동운동은 이렇게 망해가는가!
찬바람을 맞으며 산업은행앞에서 천여명남짓 모인 민주노총 집회를 마치고 돌아서면서 속으로 가슴을 부등켜안고 통곡을 한다. 민주노총은 예정되어 있던 31일 집회도 취소하고 투항하였다. 총파업을 할 힘이 없으니까 준비를 해서 내년 3-4월에 총파업을 하겠단다. 이제 노동법개악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했는데 법사위도 있고, 본회의도 있는데 싸울 의지도 없이 그냥 포기하고 만 것이다. 하다 못해서 왜 배신자 추미애의원실이나 기회주의 정당 민주당 대표실 점거농성이라도 못하는가? 힘이 없으면 분노라도 쏟아내고 결기라도 보여주지 못하는가? 위원장이야 한 달 안남은 선거가 지나서 떠나면 그만일 테고, 노동현장을 초토화할 개악법을 막아내기 위해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산별 대표자들을 누가 믿겠는가! 전임자임금지급금지도 교섭창구단일화도 포기하고서 산별교섭에 매달리면 그것이 1%라도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믿을 정도로 어리석었는가?
비정규직 재개악법을 거부하며 강단있게 밀어붙였던 추미애의원을 너무 믿고서 속았다고 할 것인가? 민주당이 환노위 회의장을 비겁하게 주춤주춤 물어난 것을 탓할 것인가? 사실상 민주노총이 이미 실질적 투쟁을 포기하고 먼 산 보듯이 바라만보고 있지 않았던가?
노동운동을 말살시킬 거대한 흉물이 국회를 통과해서 노동현장을 휩쓸어오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겠단다. 노동운동은 이렇게 망해 가는가! 70년 11월 참 노동자 전태일열사의 죽음을 등불로 해서 수백수천의 선배와 동료들이 쓰러져 가면서 일으켜 세운 노동운동이 이렇게 허망하게 쓰러져 가는가? 87년 전국 구석구석 노동현장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온 세상을 뒤흔들면서 오랜 세월 억압과 착취에 고통받아 온 멍에를 훌훌 벗어던지고, 빼앗겼던 권익을 쟁취해내고, 노동조합을 세우고 파도치듯이 전진하여 전국적 조직을 건설해냈던 노동운동이 이제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는가!
힘이 없으면 분노하도 하라! 터지고 깨졌으면 통곡이라도 하라! 막아낼 힘이 없으면 확고하게 반대라도 하라! 그래야 이후에 투쟁할 명분이라도 남아 있을 것이 아닌가!
자리를 차지하고 대중을 끊임없이 혼란시키는 것이 지도자는 아니다. 투항하라고 뽑아서 자리에 앉혀 놓은 것이 아니다! 지도를 못했으면 스스로 몸을 던져라! 대중이 분기해서 투쟁에 나설 것 아닌가! 오호 통재라! 오랜 세월 그렇게 힘들게 일으켜 세운 노동운동이 이렇게 허망하게 망해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