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에 12시간 통제?
- 이제는 광화문 시위를 보장해야 할 때
11월 29일 일요일, KBS2TV 드라마 ‘아이리스’촬영을 위해 광화문 세종로 거리는 12시간 동안 통제됐다. 국가적인 대사도 아니고 한 방송사의 드라마 촬영을 위해 교통이 통제된 것이다. 이병헌 김태희 등 유명 배우들을 보기 위해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지만 승용차를 이용해 광화문을 지나는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는 이 드라마에 광화문 총격전이 나옴에 따라 서울시를 선전할 계기가 됨으로 교통통제 속 촬영을 허용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가 아니라 청와대 허가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작년 100만 촛불 집회를 막은 명박산성은 광화문 네거리에 설치됐다. 그런데 이번 촬영은 광화문 네거리보다 더 청와대에 가까운 쪽에서 진행됐다. 정말 이 정권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도 이토록 관대한 정권인가?
작년 촛불집회 이후 광화문은 1인 시위조차 보장되지 않는 독재의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1인 시위를 금지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아울러 집회 역시 헌법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거 불허할 근거가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서울시는 광화문과 시청광장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착각하고 모든 집회와 시위를 불허하고 있다. 다만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집단의 행사는 허용한다. 이는 매우 위헌적이며 불법적인 행태다. 그런데 광화문에서 한 두 시간도 아니고 무려 12시간 동안 교통을 전면 통제하면서 드라마촬영을 허용했으니 이 얼마나 불평등한 처사인가? TV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드라마고 또 한류열풍을 타고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촬영이라서 그처럼 관대했다면 더 이상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그럼 이제부터라도 광화문과 시청광장을 이명박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허용하라! 굳이 열 두 시간씩도 아니고 이번 드라마 촬영처럼 전면적으로 교통을 통제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할 것이다. 노동자, 농민, 시민들의 광화문이나 시청광장 집회를 허용하라! 아마 그 곳에 모일 사람들은 4대강, 세종시, 해고, 노동법, 쌀값, 철거와 재개발 등 수많은 목소리를 낼 것이다. 35개 언론채널을 독점하면서 소통한답시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로는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 지금 서울 시내 4대문 안 집회는 거의 봉쇄되고 있다. 서울역이나 용산역만 해도 민자 역사 건설로 인해 재벌들의 사유지로 전락하였다. 정권과 자본은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역 광장에 불필요한 화분이나 시설물을 무질서하게 설치하고 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광장을 정권이 독점하거나 광장을 폐쇄하는 나라는 없다. 드라마 촬영은 허용하고 노동자 민중들의 시위는 통제하는 광장이라면 민주주의가 사망한 죽음의 광장이다. 유한한 정권이 장구한 민주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2009.11.30, 오마이뉴스 게재)